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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치러진 버드내예술제 주민화합축제
지난달 21일 치러진 버드내예술제 주민화합축제 ⓒ 권윤영
아파트가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 콘크리트로 지은 하늘 높이 오른 아파트를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 그것이 주는 삭막함과 건조함을 느꼈을 것이다.

한 채 건물 안에 여러 가구가 이웃하며 살고 있지만 독립된 공간만큼이나 이웃과의 관계도 독립적이고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느끼는 아파트의 이미지도 그렇지만 안에서 들여다 본 실제 모습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런 통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아파트가 있다. '대전 제일의 살맛 나는 아파트'를 표방하는 대전 버드내마을 아파트(대전 중구 태평동)는 공동체 삶을 지향하는 아파트로 유명하다. 입주자 대표들과 관리사무소 공동 노력으로 사람 내음 나는 아파트,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버드내마을 아파트에는 1년에 한번씩 잔치가 열린다. 시에서 주최하는 행사도 아니요, 동네에서 마련한 행사도 아니다. 버드내마을 아파트 주민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만드는, 자신들이 주인 되는 잔치를 열고 있다.

ⓒ 권윤영
ⓒ 권윤영












지난달 21일 2회째 열린 버드내예술제 주민화합축제는 주민들의 열띤 호응 속에 성황리에 치러졌다. 이 날 행사는 버드내마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주최, 버드내마을 아파트 노인회, 부녀회, 통장단, 아파트 관리 관련업체 후원으로 아파트 단지 내 공터에서 행사가 열렸다.

자체적으로 열리는 행사도 그 의미가 깊지만 참여인원은 경이적이기까지 하다. 버드내마을이 총 2892세대인데 이 날 참여한 인원이 3000여명에 가깝다. 한 집 당 한 명이 참여한 꼴. 지난해 행사에서 300여개의 좌석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500개를 설치했지만 자리가 빼곡히 들어찬 후에도 행사장 주위에 서 있는 사람이 다수였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한 행사는 늦은 밤 12시가 돼서야 끝이 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수시로 들락날락 했던 유동인원까지 포함한다면 모든 주민들이 참여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터.

행사는 총 4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 오픈 행사에서는 사물놀이패가 아파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띄었고, 2부에서는 주부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레크리에이션이 펼쳐졌다. 3부에선 가수와 밴드들의 공연, 4부에서는 노래자랑이 열렸다.

올 3월 폭설이 내린 직후 제설작업에 나섰다.
올 3월 폭설이 내린 직후 제설작업에 나섰다. ⓒ 권윤영

제초작업도 주민들의 손으로.
제초작업도 주민들의 손으로. ⓒ 권윤영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삭막하고 어색한 분위기는 없었다. 이런 자리를 통해서 서로 친분을 나누는 계기를 만들고 이웃집 주민이 참가자로 나온 노래자랑을 응원하고, 위 아랫집이 음식을 해먹으면서 서로 동석이 되는 사이 분위기는 무릇 익어갔다.

버드내마을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대전 중구 모범 아파트 부문 대상 및 재활용품수거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투명한 아파트 관리가 대상선정의 주원인. 공동주택단지에서 발생한 장터비용, 재활용 수익금, 게시판 광고수익 등은 관리비 통장에 입금돼 관리외 수익으로 처리된다.

또 재활용수익금으로는 종량제 봉투를 통합 구매해 주민들에게 골고루 배분하고 분리수거장 환경을 개선하는데 사용하거나 불우이웃돕기 및 수재의연금 등에 사용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갖는다.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갖는다. ⓒ 권윤영
올 3월에 내린 폭설에는 중장비를 동원해서 곧바로 제설작업에 나선 것도 모범 아파트답다.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이 손수 제설작업을 도와 도로 앞까지 청소를 끝마칠 수 있었고 제초작업 등이 있을 시에도 버드내마을 아파트 주민들은 적극 협조하고 있다. 결국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려는 주민들 모두의 노력이 버드내마을 아파트를 따뜻하고 향기 가득한 아파트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다.

입주자대표회 김경훈 회장은 "우리가 선택한 아파트에서 한지붕 한가족으로 서로 양보하고 믿고 의지하면서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웃간에 오순도순 포근한 마음을 갖고 살면서 살기 좋고 아름다운 아파트를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서겠습니다"하고 말했다.

투명하고 깨끗한 공동주택문화 만들기
버드내마을 아파트 관리사무소 강남수 소장 인터뷰

▲ ▲(뒷줄왼쪽부터 시계방향) 김홍열, 조성균, 최영일, 강남수, 양진규, 이아란, 이영희

-버드내예술제 주민화합축제를 열게 된 계기는.

"올 11월이면 아파트가 들어선 지 만 3년이 된다. 첫 해에는 CMB 충청방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노래자랑을 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행사가 단조로웠다. 입주자대표회와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동시에 즐기는 장을 연출하고자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

-버드내마을 아파트가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원인은.

"입주자 대표회와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들의 화합과 단지 발전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투명한 관리도 한 몫 하고 있는데 한 예로 이번 행사만 해도 찬조금, 광고비, 협찬비를 주민들에게 그대로 공지했다. 동별 대표자들의 모임도 잦은데 한달에 2번 정도 임원회의와 정기회의를 열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올 봄 아파트 도로변까지 꽃나무 3000그루를 심었다. 올 가을에도 300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버드내마을 아파트를 주민들이 살기 좋고 쾌적한 환경을 지난 대전 최고의 아파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시민편집위원회를 둬서 아파트 자체적인 소식지를 발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 권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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