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해도 지친 긴 여름날/ 차를 멈춘 길가 과일가게에서/ 닮은꼴의 뭉게구름을 바라보다가/ 아주머니의 시선을 피해 고른/ 작고 못 생긴 참외 하나// 땡볕에 그은 맨살이 닮은/ 뭉게구름을 바라보는 눈매가 닮은/ 불룩 튀어나온 배도 닮은/ 닮은꼴의 허기진 긴 여름날/ 누이가 냇물에 씻어 주던 개똥참외 하나. 「김동환 시인의 ‘참외’전문」

여주 출신의 김동환 시인은 참외를 두고 현실 속에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과 함께 옛 기억의 파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끄집어내었다. 참외에 얽힌 이야기가 어찌 시인에게만 있겠는가?

무더운 여름날 밤 반딧불이 휘날리는 원두막에 둘러앉아 샛노랗게 잘 익은 참외를 베어먹으며, 할아버지가 방아다리에 살았다던 어느 부잣집이 망한 사연이나 꾀보에게 속아 부자를 만들어준 도깨비의 이야기를 듣곤 했던 그 시절.

진상미로 이름 높은 여주쌀의 명성을 이용한 가짜 여주쌀이 나돌듯, 가짜가 나돌 정도로 인기가 높은 ‘금싸라기 참외’의 주산지인 여주군 금사면을 찾았다.

이상춘 금사면장은 “금싸라기 참외는 대도시의 유명백화점과 대형 슈퍼마켓에서 황금빛의 고운 자태와 달콤한 향으로 여름철 주부들의 장바구니에 빠지지 않는 단골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며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청정지역인 여주군 금사면 일원에서 생산되는 금싸라기 참외의 명성에 맞는 다양한 홍보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이상춘 면장에 따르면 풍부한 햇볕과 적정한 일교차와 물 빠짐이 좋은 사질사토로 형성된 최적의 여주 자연환경이 금싸라기 참외의 향기와 당도를 높여주고 있다고. 특히 풍부한 재배경험을 가진 농가들이 친환경농법을 바탕으로 정성껏 재배하는 것이 그 맛과 인기의 비결이라고 한다.

▲ 여주 금싸라기 참외를 재배하는 이광훈씨 부부
ⓒ 이장호
여주군에서도 금싸라기 참외의 직판을 지원하기 위해 금사면 주변 365번 지방도로변에 120여 개의 참외원두막 설치를 지원했다. 이 참외원두막은 여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농촌의 향수를 되새기는 쉼터의 역할과 함께 농가직판을 통한 농가수익증대에 일조하고 있다.

여주 금싸라기 참외는 금사면이 주산지로 인근 대신면과 흥천면에서도 다수 재배되고 있다. 도시인들은 아름답게 펼쳐진 여주의 풍광을 따라 운행하다 길가에서 금싸라기 참외와 만날 수 있다.

이곳 한빛농장(금싸라기참외 원두막 제6호)의 이광훈(금사면 궁리)씨는 특작으로만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업인이다. 금싸라기 참외와 여주 황금찰옥수수 그리고 복숭아를 1만5천평 재배하는 이광훈씨는 "이 지역 농가들은 금싸라기 참외에서만 연간 4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참외 농사로 자식들 대학 공부까지 시키기 때문에 금사면에서는 금싸라기 참외가 '대학참외'다"라며 잘 깎은 금싸라기 참외 한 조각을 권했다.

달콤하면서도 독특한 향기를 지닌 금싸라기 참외를 한 입 베어 물으니 아삭아삭 씹히는 사이로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어린시절 당숙의 원두막에서 먹던 바로 그 맛처럼 먹을수록 군침이 도는 것이 그만이다.

금싸라기 참외는 꿀벌을 이용한 수정재배의 기술과 비닐하우스 재배를 통해 4월 중순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생산·출하되고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출하가 가능한 것은 재배농가들이 2개월 간격으로 파종을 실시하여 농가 자체에서 생산량을 조절하기 때문.

이광훈씨는 “재배농가마다 단골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금싸라기 참외와 옥수수는 전화로 미리 예약을 받아 택배를 통해 보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사면과 참외 재배농가들에 따르면 금사면에서는 이포리·궁리·외평리 일원의 150여 농가에서 금싸라기 참외를 재배하고 있으며, 70ha의 비닐하우스에서 연간 1313여 톤을 생산해 6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금싸라기 참외의 70%는 도로변 판매 등 농가직영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30%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요즘 여주 금싸라기 참외 농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재배지를 알 수 없는 ‘가짜 금싸라기 참외’가 경기도 내 각 도로변에서 마구잡이로 판매되고 있는 것과 올해 착공예정이라는 4차선 우회도로의 건설소식이다.

가짜 금싸라기 참외를 맛 본 소비자들이 진짜 금싸라기 참외를 외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와 우회도로의 개통이 명소로 자리잡은 365번 지방도로주변의 100여 농가의 금싸라기참외 직판장의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걱정때문이다.

이런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심 좋은 아주머니와 맛좋은 금싸라기 참외가 가득한, 또 어린시절의 달콤한 추억과 향수가 되살아나는 이곳 여주 금싸라기 참외 단지에 잠시 쉬었다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