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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문학을 하고 있으니 이제야 제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대전지방법원 정승열(53) 민사집행과장은 최근 세간의 화제에 올라 정신이 없다. 지난 3월 수필집 <날마다 꿈을 꾸는 호랑이는>을 출간해 세간의 이목을 끌더니 얼마 전에는 그 판매수익금 300만원을 한국복지재단 대전지부에 기탁해 또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솔직히 연말에만 불우이웃 돕기가 성황을 이루잖아요. 그게 진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준조세처럼 행해지고 있고요. 전 그게 싫었습니다. 다만 책 판매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사회와 더불어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요."

이번 수필집 판매수익금은 대전지역 소년소녀가장 10명에게 30만원씩 전달됐다. 99년 도에도 이미 자신이 출간한 책의 판매 수익금 전액을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대학생에게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까까머리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일기를 쓰고 있다. 지난 43년 동안 적어도 1만 2천여 글을 쓴 셈. "애초부터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어서 문학성은 없더라도 내 삶의 진솔한 기록들이어서 그 어느 것보다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밝히는 그이지만 글 솜씨만큼은 결코 녹록지 않다.

수필로 제5회 공우문학 신인상, 계간 오늘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제3회 공무원 문예 대전 행자부장관상(저술)을 수상했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지난 98년에는 충청도의 지리와 역사에 관련한 여행안내서 청풍명월 감상을 출간한 적도 있고, 상가 및 주택 임대차를 비롯해 경매 소송 실무 관련 저서를 10여 권 출간한 그다.

"열여섯 나이에 백혈병으로 먼저 간 동생을 마음 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간 동생 몫까지 하겠다며 하루 24시간을 남보다 더 열심히 살아왔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은 늘 마음에 품고 있었어요."

그의 아버지 역시 법원 고위 공무원이었다. 어린시절 동생은 법관, 정 과장은 문학을 꿈꿨지만 열여섯 어린 나이에 동생을 잃고 지금까지는 동생을 위해서 살아온 인생인 듯 했다. 항시 문학에 대한 열정과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늦깎이 문학인생을 통해 드디어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선행을 펼치는 것도 먼저 간 동생을 대신해 더 열심히 사는 것인 줄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씩은 뭔가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닐까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곤 한다.

"저는 10년 된 차를 아직도 타고 있습니다. 다른 부분에서도 문학을 빼면 평범한 대한민국의 가장일 뿐이지요. 제 정의가 왜곡되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바랄 것이 없답니다."

그는 논문 발표도 수시로 한다. 임대차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책으로 출간하자 여기저기서 질문도 이어지고 편지와 메일도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홈페이지 운영. 그는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해주고 지속적으로 일기를 올리고 있다.

책을 저술하고 논문 쓰거나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은 근무 시간 외 잠자는 시간과 휴식시간을 쪼개서 쓸 뿐이다. 그는 그토록 성실한 삶을 살고 있다.

"혹시 제 수필이 너무 딱딱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앞섭니다. 이번 수필집 반응이 좋으면 주제를 세분화해 또 책을 내고 싶고, 판매수익금은 계속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생각이에요. 언젠가는 장학재단을 건립해 고정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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