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공연집단 현
제목만으로도 접근을 주저하게 만드는 <파우스트>가 현대적 감각의 뮤지컬로 재탄생해 공연 중에 있다. 이번에 게릴라극장에 오른 <파우스트>는 너무나 잘 알려진, 그러나 제대로 알고있는 이 드물 괴테의 명 고전 <파우스트 Faust>가 그 원작이다.

<파우스트>는 지적 탐구욕에 절망한 노학자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를 만나 인생을 모두 체험하는 대신 영혼을 판다는, 줄거리로는 쉽지만 다소 난해한 인생탐구와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뮤지컬 <파우스트>는 그래서 어려운 것을 기피하고 재미난 무엇을 찾는 현대인들을 위해 줄거리 정도의 것만 취해 약간의 영양가 있는 살을 덧붙여가며 쉽게 다가서려 노력한다.

<파우스트>는 먼저 어렵게 읽히는 원전의 일부를 현대적으로 바꿨다. 대표적인 것이 소녀 그레첸을 대중 가수 진주로 설정한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추잡한 연예계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진주를 통해 내용을 좀더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두 번째로 <파우스트>는 사랑을 주제로 했다. 원작의 방대한 2부작 중 파우스트와 그레첸(진주)의 사랑만을 뽑아내 달콤하게 들려준다. 이들의 사랑은 감각적인 노래에 실려 아름답고 슬프게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파우스트>는 무대 디자인도 돋보인다. 소극장의 한계를 거울을 이용해 창조적으로 극복했다. 거울은 심리적인 요소가 강한 본 공연에 효과적으로 쓰이며 현실과 초현실의 공간을 구현하는데 적절히 사용되고 있다. 또 선과 악의 대립 구도도 나타난다. 그밖에 파우스트의 재탄생의 순간이라든가, 말초적인 세계를 표현할 때 쓴 안무도 제법 잘 구사되어 있다.

그러나 뮤지컬 <파우스트>에는 전체적으로 긴장감이라든지 밀도감이 부족하다. 그 원인을 소극장에 필요한 연출과 연기를 채우지 못한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출은 뜨겁거나 차갑지 못하고 미지근하다. 러브 스토리에 집중하다보니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갈등은 축소되었다.

또 등장인물들을 너무 유순하게 그려냈다. 가령 파우스트에게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유희의 세계를 경험케 하는 메피스토는 귀엽게 개그를 하면서 친숙하게 대중들을 즐겁게 하나 악마로서의 사악함은 발견하기 힘들다. 파우스트와 진주도 고민이 너무 적다. 대중을 의식한 조심스런 배려가 다소 심각함도 필요한 사유의 공간마저 놀이터로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 두 주연 배우의 연기는 노래할 때는 제법 듣기 좋지만 나머지 부분에선 호소력이 떨어진다. 절망의 골이 깊어야 할 후반부가 대표적이다. 더 내지르지 못하여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무엇보다 스타성이 부족해 관객을 장악하지 못한다(본 공연은 더블캐스팅이었는데 나는 최민철, 홍금단 출연분으로 보았다).

개관작 <천국과 지옥>에 이은 뮤지컬 <파우스트>는 연희단거리패가 지은 게릴라극장에 오른 두 번째 작품이다. 두 공연 모두 신화의 세계를 조망한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뮤지컬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어느 작품에서도 극장 이름에 걸맞은 '게릴라'적 실험성은 시도하지 않았다.

더 많은 관객을 의식해 만드는 돈 되는 작품도 좋지만 앞으로는 좀 더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작품과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