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매일신문 5월 18일(화) 사설
ⓒ 매일신문
매일신문은 지난 5월 18일 ‘무책임한 반미정서에서 깨어나야’라는 제하의 사설을 내걸었다. 사설의 내용은 이렇다.

"주한미군 2사단 소속 1개보병여단의 이라크 차출이 우리 정부가 제대로 협의하거나 손도 써보지 못한 채 미국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꼴이 됐다. 차출 결정도 그렇거니와 절차도 모양새가 사나웠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에게 통보한 상대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안보부보좌관이었다. 의전의 격과 통로가 푸대접으로 읽힐만 했다. 게다가 차출 재고 요청을 한마디로 자르고 전력공백에 대한 가시적 보완책 요구도 거절했다 하니 망신이나 다름없다."

사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미국의 일방적 외교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와야 할 텐데 얘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정부 여당은 무사태평이다. 주한미군 감축은 없으며 안보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허풍만 떨어온 셈이다. 또 더 한심한 것은 돈 덩어리가 빠져나가는 데도 파병 재검토 운운의 계산 없고 무책임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군 감축에 대해 아무런 대안도 갖지 못한 채 어설픈 반미정서에만 몰입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설은 엉뚱하게 반미정서와 파병재검토 주장만을 성토하다가 "정부는 늦었더라도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여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파병약속을 조속히 이행하고 허황된 반미정서를 호혜적 용미(用美)정서로 바꿔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끝을 맺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이고 '절차와 모양새'를 무시한 푸대접과 외교적 행패에 대해서는 한마디 지적도 없이 오로지 이 사태를 자국 정부와 국민의 '허황된 반미정서' 탓으로 돌려놓는 사고방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 매일신문 5월 17일(월) 사설
ⓒ 매일신문
하루 전 5월 17일자 '주한미군 빼든 말든 정부와 무관?'이라는 제하의 사설을 보자.

"이 문제를 두고 한미간에 충분한 논의가 있었던 것인가. 논의가 있었다면 그 과정은 어땠으며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언론을 통해 국가 중요 현안이 흘러나온 배경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들의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럼즈펠드의 언급이 있고 불과 10여일 만에 '일방 통보'됐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게 읽혀진다.…주한미군의 이라크 투입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정부가 자초하거나 바라는 대로 간 것이라는 비약에 이르게 된다."

미국의 일방적 주한미군 차출 결정은 허황된 반미정서에 몰입된 정부 때문이며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이 정부가 바라는 대로 된 것이라는 이 기상천외한 비약은 이 신문의 논조가 이제 자학을 넘어 과대망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칭 '보수신문'을 두고 이해하지 못할 것은 또 있다

지난 2002년 6월 13일 미군 장갑차에 의해 두 명의 여중생이 깔려죽은 참사가 있었다. 14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미군 처벌과 소파개정 촉구서명운동에 참여했고 연인원 400만명이 전국적인 규탄시위를 연일 벌이고 있던 당시 내걸린 매일신문 사설을 보자.

"합리의 대명사인 미국이 한국에서는 왜 이리 오만하고 제멋대로인가…미국의 맹목적인 자국 우월주의는 향후 양국관계의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2002년 11월 21일자 사설)

"미국이 대(對) 이라크 전(戰)에 대비 세계 50개 동맹국들에게 외교 및 군사지원을 요청했다. 국제연대를 강화, 이라크의 목통을 조여 미국의 중동전략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다…미국의 패권적 세계문제 해결방식은 지구촌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지금 세계는 초강대국 미국의 작용과 거기에 대응하는 국가 또는 국가 군(群)의 반작용으로 흐르고 있다…북한이 깡패국가로 지칭되고 있지만 동맹국 소들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려 하는 미국 또한 다른 차원의 불량국가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2002년 11월 22일자 사설)

매일신문은 2002년 11월 전국적인 촛불시위 과정에서 분명히 미국의 파병요구를 독선으로 규정짓고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나아가 미국의 패권적 해결방식에 대해 미국도 불량국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던 것이 오늘에 와서 파병재검토 마저 '계산없고 무책임한 소리'가 되고 미국의 일방주의는 우리가 자초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엔 어떤 설명도 논리도 없다.

정신과 질환 가운데 '조울증'이라는 게 있다. 쉽게 흥분하다가 또 갑자기 심각한 우울에 빠져 조증(maniac)과 우울(depression)증세를 반복하는 정신장애의 일종이다. 증상은 부적절하게 쉽게 흥분하거나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과대망상과 조리없고 빠른 사고를 하며 말이 많아지게 된다.

매일신문의 논조가 자학(masochism)과 광기(maniac)를 오간다고 본다면 지나칠까?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