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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남들에겐 특이하게 보일 지 모르는 일이지만 제게는 일상입니다. 일반인의 눈에는 힘들게만 보여도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른 법이죠. 사랑스런 아이들과의 생활은 매일이 새롭답니다.”

총 7명의 반 아이들과 시작하는 이선정(26) 교사의 하루는 조금 특별하다. 운동장에 나가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교실로 들어오면 시끌벅적 우왕좌왕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것. 혹시나 아이들이 잘못 되지는 않을까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대전시 가오동에 위치한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혜광학교에서 올해부터 근무하기 시작한 이씨는 교직 생활이 세 달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이다. 반 아이들 모두가 4학년이긴 하지만 특수아동인 이유로 개인차가 크다. 때문에 아이들 한 명씩 개인지도를 해주고, 개별과제를 내줘야 하는 등 선생님의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특수교사는 모든 아이들을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자질을 갖춰야 하는 것뿐 아니라 공부해야 하는 것도 많아요. 그래도 너무나 하고 싶었던 특수교사의 삶이었기에 즐겁기만 합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그녀는 졸업 즈음 깊은 고민에 빠졌다. 취직해서 월급쟁이가 될 것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평소 사회복지 분야에 남다른 관심이 있던 그녀는 이왕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특수교육학과에 편입했다. 그 당시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을 뿐더러 일이 힘들다는 생각 때문인지 "고생길이 훤하다"며 반대했던 것. 그래도 그녀는 선택했고 어렵게, 남들보다 뒤늦게 특수교사가 된 만큼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녀가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은 정서장애, 자폐아 등의 장애를 가진 아이들. 새학기가 시작되는 초기에는 그동안 다른 교실에서 다른 선생님과 공부하던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표출하는 다양한 감정 때문에 선생님이나 아이들 모두가 힘들다.

그녀는 장애아동들의 행동이 문제라기보다 단지 장애아동들이 가진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아이들은 언어나 사회적으로 인정된 기준으로 의사를 표현하는데 반해 언어적 표현에 서툰 특수아동들은 할퀴거나, 소리를 지르며 심지어 물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아프다는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제일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반 아이들은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거예요. 전에 교생 실습을 나갔을 때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학교였는데, 대부분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었거든요.”

그녀가 아이들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체험 위주의 수업. 아이들에게는 백 번의 설명보다 직접 나가서 느껴보는 체험학습이 더 깊게 와 닿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면 더 없이 좋은 수업이겠지만, 현재로서는 이씨 혼자 감당해야 하는 만큼 어렵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고.

선생님을 잘 몰라보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신을 알아보거나, 통학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를 찾아와 인사를 할 때 등 정말 작은 일이지만 그것에서 얻는 감동을 무엇보다 크다고 이씨는 말한다.

“사실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커요. 좀 더 경력 있는 선생님을 만났으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말이죠. 제가 경험이 많이 없다보니까 아이들이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고 동작, 몸짓, 손짓으로 대신하는 표현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 제일 답답해요.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학생들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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