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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용철
'노동자는 하나다 모든 노동자 단결투쟁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단속추방 박살내고 노동비자 쟁취하자' '현대판 인간사냥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반대한다' 'Stop Crackdown! Abolish EPS! Achieve working VISA!'

천막농성장에는 이주노동자 투쟁이 한창일 때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지지 방문해 달아놓은 여러 가지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한국정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고용허가제 실시(기존의 산업연수생제와 병행 실시됨)를 앞두고 '4년 이상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진출국, 3년 이상 4년 미만 자의 출국후 재입국, 3년 미만자 자진신고' 방침을 내린 바 있다. 현재 한국정부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23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달아난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합동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이주노동자에게 "한국 친구가 어디 있느냐?"고 묻자 어두운 천막 안에서 대자보를 쓰고 있는 이상훈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연대사업국장에게 안내해 주었다.

그에게 "농성이 한창일 때 이주노동자가 80여 명이었는데 현재는 꽤 줄어든 것 같다"고 묻자 "본국으로 돌아간 사람은 없고 공장으로 일하러 갔어요. 그래서 5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농성을 이어가고 있죠"라고 대답했다.

농성이 한창일 때 줄을 잇던 지지 방문과 지원도 줄어들었다. 간헐적으로 대학생들이 방문하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농성비용도) 많이 떨어졌어요. 일부 지원금과 모금을 통해 생계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죠. 그래도 그럭저럭 버티고 있어요."

이 국장은 밝은 모습을 지으려 애썼지만 장기간 농성으로 인한 피로가 역력했다.

"정부의 대책이 전혀 없다"고 답답함을 숨기지 못한 그는 향후 ▲고용허가제 반대 ▲노동허가제 도입 촉구를 위한 대국민 백만명 서명운동 ▲농성 200일차(5월 30일) 전국 집중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박신용철
이주노동자인 쇼 학(32·방글라데시)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농성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강조하며 연대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마음 속으로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집중단속이 시작되면서 1천여 명 이상이 잡혀갔어요. 이주노동자가 전부 나와서 투쟁하면 좋을 텐데 전체를 모으지 못해 힘들죠."

쇼 학은 "정부와의 싸움은 법개정 싸움"이라며 "농성투쟁의 '승리'보다 정부의 잘못된 법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회적으로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라이터를 꺼내어 그 안에 있는 석유를 가리키며 "우리는 이런 것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단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에게 "가난한 게 이상하거나 나쁜 건 아니잖아요?"하고 반문하며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의 약점을 잡고 마음대로 하려는 게 답답하고 마음도 아프죠"하고 속내를 털어놨다.

6개월 가량 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바닥나 담뱃값조차 없는 사람도 있다. 이들 중에 본국의 가족들이 농성을 전개하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쇼 학의 경우 가족들이 농성하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식으로 하려면 돌아오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고통을 받고 있고 이런 사실을 알리고 고치기 위해 투쟁을 선택했습니다."

ⓒ 박신용철
그는 "(우리가) 다른 세상 사람도 아닌데 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노동자는 어느 나라를 가든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국정부는 고용허가제 시행에 앞서 한국말과 문화를 익혔고 숙련공이 된 10만여 이주노동자들을 내보내고 한국문화에 문외한인 신규 이주노동자 8만여 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쇼 학은 정부의 고용허가제 방침에 대해 "3년마다 이주노동자를 내보내고 들여와야 현지 브로커와 한국정부가 이윤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고용허가제를 실시한다 해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 임금체불을 당해도 떠나지 못하고 노동권과 인권을 침해당하게 되고, 사업장을 떠날 경우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비현실적인 법적 한계를 거론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악순환'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데도 그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시켜주고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얘기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이제 한국정부가 대답할 차례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자살한 이주노동자 6명의 영정사진이 놓인 농성장 앞에는 5∼6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회의테이블을 펼쳐놓고 인터넷방송 촬영 연습에 한창이었다. 농성투쟁이 해결되면 인터넷방송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세계에 알릴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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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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