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창작과비평사
베트남의 현실을 들려준 것은 작가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이었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는 전쟁을 '파괴, 죽음, 고통, 참혹함' 등의 추상적 관념으로 떠올린다. 그러나 소설 <무기의 그늘>은 극단적인 참화가 아닌 '무기'라는 전쟁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통해 전쟁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 소설은 작가 황석영씨가 66년 해병대에 입대, 청룡부대 제2진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을 모티브로 쓴 소설로 그 사실성을 더해준다.

<무기의 그늘>은 전쟁을 죽음, 고통, 참혹함 등 극단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프랑스 제국주의와의 100여 년에 걸친 독립전쟁과 프랑스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미 제국주의와의 민족해방전쟁을 치러야 했던 베트남 인민들의 고통과 투쟁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 황석영은 서두에서 "전쟁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 전쟁에서 미국은 무엇인가, 미국의 사회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가, 아시아와 제3세계 민중은 어떤 사람들이고 무엇을 생각하나…전장에서는 개인적 상처가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다만 똑같은 제국주의 전쟁을 겪은 우리의 처지에서는 그것만이 돋보여서는 고통 당한 아시아 민중의 보편적 삶과 투쟁의 정당성이 보이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작가의 고민은 베트남 전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이라크 전쟁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전세계는 미국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침략으로 분노하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한국군 추가파병으로 인한 반전평화 여론이 뜨겁다.

파병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수렁을 반복할 것이라고 비난해 왔다. 실제로 이라크에서는 9·11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와의 연계성이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고 미군의 이라크 포로 성적 고문학대 파문이 확대되면서 제2의 베트남전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무기의 그늘>은 '현대사에서 인류의 양심을 시험한 두 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스페인전쟁(1934∼1936)과 베트남전쟁( 1960∼1975)을 경험한 인류에게 또다시 양심을 저버릴 것인지를 묻고 있다.

동시에 세계유일의 분단국이자 베트남 전 세계 2위 참전국으로 수많은 민간인 학살, 인권유린 등을 자행한 우리에게 또다시 베트남 전쟁의 죄과를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살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수호할 책무를 다할 것인지 묻고 있다.

특히 작가는 한국전쟁을 겪고 베트남전쟁 참전 그리고 현재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세운 우리에게 베트남 민중의 고통, 이라크 민중의 고통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분단된 조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이며 이를 극복하는 길은 자주로부터 시작된다고 갈음하고 있다.

"우리 문제는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자주와 외세의 문제이며, 통일된 조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현재 남북의 제도를 화석화한 채로 그려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며, 평등과 자유는 앞뒤 없이 동시에 획득되고 동시에 서로가 완성되는 귀중한 가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러한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은 '자주'로부터 시작된다고 나는 믿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나의 아버지와 아직도 오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는 나를 위해 그리고 전세계에서 저지른 미제국주의의 추악한 전쟁놀음에 자의반 타의반 죽고 고통을 받아야 하는 제3세계 민중을 위해 <무기의 그늘> 일독을 권해본다.

무기의 그늘 - 상

황석영 지음, 창비(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