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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를 전안상에 올리는 신랑
기러기를 전안상에 올리는 신랑 ⓒ 김재경
전안례

신부아버지가 문밖에서 3번 읍하고 사모관대 차림의 신랑을 맞아들여 혼례 준비를 한다. 돗자리를 깐 마당으로 신랑이 안내되면 '전안례'가 시작된다.

신랑이 보자기에 싼 기러기를 들고 3번 읍하고 신부집에 들어간다. 전안상 위에 기러기를 놓고 다시 절을 한다. 신부 어머니가 신랑의 절이 끝나기 전에 재빨리 기러기를 치마폭에 안고 안방으로 들어가 신부의 치마폭에 놓아준다.

교배례

옛날에는 신랑, 신부가 중매였기에 혼인날 교배례에 의해 처음 만난다. 초례상 위에는 청홍 촛불 한 쌍을 켜 놓고 청실 홍실이 걸린 송죽(松竹) 화분 한 쌍, 백미(白米) 두 그릇과 닭 한 자웅을 남북으로 갈라놓는다.

산자. 대추. 생밤이 차려진 초례상 아래엔 두 개의 술상이 마련되어 있다. 시자가 신랑을 안내하며 읍하고 초례상 동편에 섰다. 수모의 안내로 부축을 받으며 원삼 족두리에 연지 곤지를 찍은 신부가 백포위로 걸어 나와 초례상 서편에 섰다.

혼례전 신부가 손을 씻고 있다.
혼례전 신부가 손을 씻고 있다. ⓒ 김재경
시자와 수모는 세숫대야 있는 곳으로 신랑 신부를 안내하여 각각 무릎을 꿇어 앉았다. 종지의 물로 신랑 신부에게 3번 물을 튀겨 수건으로 닦아주는 의식은 혼례에 앞서 심신을 깨끗이 하려는 의도다.

음양의 원리에 따라 신부가 두 번 큰절을 하자 신랑이 한 번 답절을 한다. 다시, 신부가 두 번 큰절을 하면 신랑은 한번 하는 큰절로 답례를 한다.

근배례

술로써 하늘의 신에게 혼인을 고하고 축복이 내려지길 빌며, 신랑 신부는 표주박으로 술을 서로 바꾸어 마시며 백년해로를 약속한다. 신랑이 신부에게 읍하고 무릎 꿇고 앉으면 시자가 신랑에게 술을 따른다.

신랑은 읍하고 술을 땅에 조금 붓고 안주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상위에 놓는다. 시자가 다시 신부의 술잔에 술을 부으면, 신랑은 읍하고 신부가 술을 마신다.

이어 표주박을 신랑 신부에게 주고 시자가 표주박에 술을 부으면 신랑 신부는 표주박을 서로 바꾸며 신랑의 잔을 위로, 신부의 잔은 밑으로 한다. 서로 바꾼 근배 잔을 마시며 초례청에서 혼례식이 끝난다.

집례자는 "옛날에는 좋은 일에 마가 끼지 말라는 뜻으로 신랑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재를 뿌리며, 넘어지라고 자리 밑에 콩도 뿌려 놓았지요" 라며 전통혼례에 대해 간간이 설명을 덧붙였다.

혼례가 끝나자 수모들이 신부를 부축하며 가마 앞으로 갔다. 으뜸 수모가 "배운 것이 부족하여 예를 잃을까 걱정되옵니다"하고 신랑에게 말했다. 수모들은 신부가 가마 타는 것을 돕고 신랑은 가마 앞에서 읍을 했다.

가마 행렬
가마 행렬 ⓒ 김재경
이들 부부는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못했던 것은 의례적인 서구식 결혼보다는 전통혼례를 꿈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벤트 대행업체를 생각도 했지만, 상업성과 인계되는 것이 탐탁지 않아서 망설였던 부부다.

(주)여리수의 영업과장인 신랑은 거래처 결혼식에 종종 참여하며 축의금만 내밀고 식당으로 갈 때가 많았다고 한다. 신랑 신부는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생면부지 주례사를 세우고, 사진 찍고 끝내는 판에 박은 예식이 싫었다고 말했다.

안양시청에 조언을 부탁하며 자연스럽게 안양 문화원과 연결되었다. 부부는 "경기체전 50주년기념과, 2004 안양문화예술제의 일환으로 전통혼례 대상자로 선정 된 것이 행운이지요" 입을 모은다.

신랑이 앞서고 신부가 뒤따르는 것은 남자는 강건함을, 여자는 유순함을 드러내는 의미의 상징이다. 혼례가 끝난 후 앞선 신랑을 따라 신부가 탄 가마 행렬이 시청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전통 혼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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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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