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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김태형
서울 가락지역 조선·중앙·동아 지국이 13일 신문고시 위반으로 모두 128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들 3개 지국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60일 이내에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일선 지국장들은 지금처럼 본사의 주도 아래 판촉경쟁이 실시되는 구조에서 신문고시 위반에 따른 과징금 부담을 지국에게 모두 돌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지국을 향한 과징금보다 본사를 겨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지국장들의 주장이다.

지국장들은 지국 대부분이 선풍기, 청소기, 믹서기, 전화기 등이나 6∼7만원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경품으로 쓴다고 전했다.

이밖에 끼워넣기 관행도 성행하고 있다는 게 지국장들의 증언이다. 중앙일보는 일간스포츠, 조선일보는 스포츠조선과 한국경제, 동아일보는 매일경제 등을 끼워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지국장 "영세한 말단지국만 희생양 삼는다"

조선일보 신가락지국장은 영세한 말단 지국만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며 처벌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어제 방송 뉴스 보니까 지국장을 완전히 죄인 취급하더라"며 "요즘 무가지나 경품을 안주는 지국이 어디 있는가"라고 항변했다. 그는 "무가지나 경품을 주지 않으면 지국은 더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신문시장을 바로잡고자 하는 취지는 알지만 본사는 놔두고 영세한 말단 지국 하나만 희생양 삼아 처벌해서는 안 된다, 경고조치만 할 수도 있었는데 과징금까지 내라고 하는 건 너무하다"며 "언론개혁이 특정 신문만 겨냥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현재의 혼탁해진 신문시장을 바꿀 수 없다고 평했다. 그는 "차라리 전국적으로 화끈하게 모두 처벌하던지 해야지 이런 식으로 시범 케이스 잡아 처벌하면 반발만 더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징금 400만원에 대해 본사가 지불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해주겠는가, 연락은 해봤는데 나중에 전화 준다고만 하더라"면서 "다른 조선일보 지국장들과 통화도 해봤는데 다들 본사가 과징금을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본사에 대해 더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중앙 지국장 "솔직히 사주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

중앙일보 가락지국장 역시 본사에서 과징금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본사에서 목표를 제시했고 달성하지 못하면 패널티가 있다, 어떻게 경품을 안 뿌리겠는가"라면서 "본사가 (경품사용을) 유도했으니까 당연히 본사에서 과징금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정위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를 못 받았기 때문에 본사와 얘기를 못했지만 과징금 내용은 전화로 보고하기는 했다"며 "통보를 받는대로 본사에 (과징금 부담을) 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본사에서 책임을 안 지면 (앞으로) 누가 부수확장에 나서겠는가, 공정위는 지국을 조사하러 다닐 게 아니라 본사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솔직한 얘기로 사주들 아니면 혼탁한 경쟁을 막을 수 없다, 사주들이 분명하게 합의하면 우리도 경품에 돈들이지 않아서 좋다, 사주들끼리 만나 해결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동아 지국장 "경쟁사 고발로 피해"

동아일보 신가락지국장은 무리한 판촉경쟁으로 초래된 점을 강조하면서 공정위 조처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모든 지국에서 신문고시를 지키면 문제가 없는데 지국장들 생각이 다르다"면서 "우리 지역은 중앙일보 때문에 판촉경쟁이 생겼고 경쟁사에서 고발을 하면서 피해를 입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징금 부담과 관련해 "본사에 연락한 적 없다, 나중에 본사 담당 직원이 뉴스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왔다"고 전했다.

다른 일간지 지국장 "지국만 닦달한다고 해결안돼"

같은 지역의 다른 일간지 지국장은 이번 공정위 조처와 관련, "본사에서 잘못하고 있는데 지국만 닦달하는 식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확장을 하면 본사에서 실적을 올려주는 방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중·동 등 큰 신문사 지국간 경쟁으로 작은 신문사 지국은 생존을 포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 작은 신문사 지국은 아예 독자생존을 포기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어떻게든 독자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워낙 경쟁이 안되니 힘들다"고 털어놨다.

조·중·동 경쟁이 발단... 상호 고발
가락동 지역 어떻게 적발됐나

서울 송파구 가락동 지역의 조·중·동 3개 지국이 동시에 과징금 부과를 받게 된 것은 3사의 판촉경쟁이 발단이 됐다.

올해 초 조선일보 지국 관계자가 먼저 중앙일보 가락지국의 신문고시 위반행위를 고발했다. 그러자 중앙일보 가락지국에서 다시 조선일보 신가락지국과 동아일보 가락지국의 신문고시 위반행위를 동시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3개 지국을 모두 조사하게 됐다. 공정위는 이들 3개 지국에 대하여 신문고시가 제정된 2001년 8월부터 지난 3월말까지 2년 7개월간에 걸친 신문고시 위반사례를 조사, 총 128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선일보 지국은 신문고시 한도를 초과한 무가지 제공 1200건(400만원), 동아일보 지국 역시 무가지 제공 1300건(480만원), 중앙일보 지국은 무가지 및 경품제공 701건(400만원) 등을 적발당했다.
그는 조·중·동 지국들이 최소 6개월 이상 무가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풍기나 백화점 상품권 등의 경품제공은 물론 스포츠신문 끼워팔기 등도 횡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독자에게 1만원짜리 5장을 주고, 판촉요원이 4장을 갖는 식으로 이뤄진다.

한발 빼는 본사들

이번 과징금 부과에 대해 이들 신문지국의 본사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 판매국 관계자는 "어제 뉴스를 통해서만 내용을 접했다"면서 "기정사실화해서 말할 수 없다, 지국장으로부터 정식 보고를 받은 다음 말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고객만족본부 관계자는 "부서 전체가 교육을 받고 있기 통화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고객지원국 관계자 역시 "뉴스를 통해서 듣긴 했는데 아직 정확하게 보고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 통화하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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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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