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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변동 중학교 박진용 교사
대전 변동 중학교 박진용 교사 ⓒ 권윤영
"제 아동문학관이요? 바로 동동주와 같은 것이죠. 찹쌀, 누룩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발효시킨 후 얻어지는 동동주와 같은 순수성을 담고 싶습니다. 그래야 누구나 볼 수 있는 작품으로써의 아동문학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대전 변동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박진용(53) 교사. 그에게는 교사와 함께 또 하나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아동문학 작가 박진용'이 바로 그 것. 다양한 아동문학관련 수상은 그의 명함이기도 하다.

84년 '우리들의 도깨비'란 작품으로 대한출판문화협회 저작상을 받았고 90년 '숙제 없는 나라의 왕자'라는 작품으로 동양문학상을 수상했다. 97년 대전문학상을, 지난 1월엔 한국아동문학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에 대한 꿈은 갖고 있었다"는 그가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72년, 충남 예산의 시골 초등학교로 발령이 나면서부터다. 면 소재지에서도 4km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들어가야 하는 차도, 전화도, 전기도 없던 그야말로 오지 마을이었다.

“시골 마을의 아이들이 얼마나 소박한지 교사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순수한 아이들, 농촌마을의 풍경, 아름다운 자연이 자연스레 작품 소재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글을 쓰다보니 아동문학으로 방향을 정하게 됐죠.”

시골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그는 문학 관련 잡지를 전부 구독해가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고 소년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의 봄> 작사가로 유명한 이원수 선생의 추천으로 교육 잡지 '새교실'에 자신의 소년소설이 처음으로 실리기도 했다.

그는 주로 생활 속에서, 자연 속에서, 아이들 속에서 소재를 얻는다. 그의 글에서는 잘 살고 좋은 환경 속에 있는 도시 아이보다는 농촌에서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외에도 그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골에 사는 소외계층의 노인들이다.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 그들을 소재 삼는다"라는 말이 상투적이라 해도 좋다. 그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것은 그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재래시장이나 5일장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시간이 날 때면 장을 찾는데, 그 속에서 자신의 부모님과 이 시대를 사는 부모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발견한다. 농촌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그가 앞으로도 글로 담아내고 싶은 소재인 것이다.

"장에 가면 갈수록 따뜻한 정과 향수가 느껴집니다. 엊그제는 시장에서 파를 사는데 한단에 2000원이라더군요. 돈을 내면서 조금만 달라고 말했더니 그런 사람은 처음 봤다며 한 무더기를 더 주더라고요. 조금만 달라고 말해도 더 주고 싶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게 바로 우리의 정서구나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그 덤 속에는 인간적인 향기가 있었지 결코 장삿속이 아니었어요. 그동안 이런 정서를 잊고 산 거는 아닌지… 그런 마음을 되살려 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아동문학을 통해 현실적인 삶의 모습과 더불어 짧은 이야기 속에 현실을 빗대서 풍자성 짙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순수함을 표현하는 장르가 바로 아동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아동문학을 하기 위해서 순수한 마음, 어린이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다듬어진 순수를 원한다. 다양한 삶의 경험과 고통, 대립, 갈등 등 삶의 모든 과정을 겪은 후 얻어지는 순수 말이다. 이렇게 깨달음을 통해 걸러진 순수를 담는 것이 아동문학이라고 박 교사는 말한다. 그래야 아이나 어른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작품이 될 수 있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제 아동문학관을 동동주에 비유하는 것이죠. 아동문학의 주 독자층은 물론 어린이이긴 하지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동문학하면 수준이 낮거나 아이들만 읽어야 한다는 시각은 잘못된 시각이죠.”

그는 이제부터 부지런을 떨 생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장편동화와 함께 책을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떤 상황, 사물을 보거나 삶의 모습을 바라볼 때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박진용 교사. “아동문학을 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라는 그의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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