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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분재원 송두환 사장
취미 분재원 송두환 사장 ⓒ 권윤영

“삭막한 도시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좁은 공간에 놓은 분재가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가져온다면 기를만하지 않습니까?”

사람만이 봄을 누리는 게 아니다. 분재들도 봄을 만끽하고 있다. 각종 분재를 구경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그곳에선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

취미분재원(대전 봉명동)을 운영하는 송두환(61) 사장은 장사를 하면서도 팔리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는 법이 없다. 그냥 구경만 하고 가는 손님이나 사진만 찍어 가는 손님에게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가격만 비교한 후 돌아가도 되도록, 일일이 가격표를 달아놓은 것만 봐도 그의 성품을 짐작케 한다.

“분재라는 것은 점점 발전되는 요소를 갖고 있어요. 꽃이나 초화(草花)류는 재고가 남으면 안 되지만 분재는 올해 못 팔더라도 괜찮습니다. 내년에 좋아지고 내후년에 더 좋아지니 그만큼 부가가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오랜시간 애지중지 키우던 것이 팔릴 때는 자식을 여의는 듯 마음이 아리고 서운하다. 하지만 좋은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다는 기쁨도 그에 못지 않다.

송 사장이 분재를 처음 만난 것은 우연한 계기였지만 어찌 보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분재와 그와의 떼려야 뗄 수 없었던 어떤 인연이 작용한.

‘취미분재원’이라는 상호에서도 엿보이듯이 그 역시 처음 시작은 취미였다.

“동료 직원의 집에 초대돼 방문을 했는데 베란다에 분재를 내놓고 환하게 불을 켜놓은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더라고요. 그걸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날부터 바로 배우게 됐어요.”

지난 72년.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분재원이 많지도 않았고 대중화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는 박봉의 월급을 알뜰하게 쪼개 분재를 시작했다. 주말이면 분재를 찾아서 전국을 누비고 도로변에 있는 것을 채취하기도 했다. 그렇게 분재를 취미로 하는 동안 8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다.

대전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 자랐고 집에는 애지중지 만들어온 150여 점의 분재가 있었다. 때마침 오일파동 등으로 회사가 어려워졌던 터라 그의 아내가 먼저 분재원을 시작했고 그 역시 지난 82년 본업으로 전환했다.

‘취미분재원.’ 대전에서는 최초로 내건 분재원 간판이었다. 8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분재 대중화 바람으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많고 문의가 끊이지 않자 송 사장은 분재강의를 시작했다. 지금껏 그의 강의를 들은 사람만도 2000여 명이 이른다. 강의를 시작했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강의를 듣는 사람도 있을 정도.

“12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니 신바람이 나더군요. 지금껏 강의를 하고 있지만 분재를 오래했다고 해서 잘하는 게 결코 아니랍니다. 뒤늦게 배운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많아요. 강의를 통해서 서로 아는 지식을 나눠 가지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분재와 함께 하는 그의 삶을 보고, 신선놀음한다고 생각하기 일쑤지만 부지런함만이 분재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비결.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물을 주기 시작하면 물을 주는 데만 세 시간여가 꼬박 걸린다. 매일 만지는 나무와 흙으로 인해 손이 고울 리 없다. 그래도 “분재와 같이 생활하니까 늙지는 않는 것 같다”며 그는 환한 웃음을 짓는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분재조합 부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에게는 든든한 직장 동료가 있다. 그의 일을 돕는 아내와 아들 모두 분재전문관리사 자격을 갖고 있는 분재 가족인 것. 몇 년 전부터 야생화가 큰 인기를 끌자 그의 아내는 야생화 전문가로 나섰다.

20년이 넘게 가게 운영을 해오며 이사만도 여섯 차례. 장사가 잘 되기라도 하면 자리를 내달라는 주인에게 꼼짝없이 내줘야 하는 설움도 겪었다. 이사도 이사거니와 천재지변도 큰 어려움. 봄철 장사를 준비해오다 지난 3월 폭설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재배 농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 한 푼 받지 못했다.

“2007년에는 또다시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 분재는 주의를 많이 요하고 포개 실을 수도 없으니 1톤 트럭으로 100차도 넘는 분량을 이사해야 합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이사를 준비해야죠.”

틈만 나면 소재를 구입해 작품을 만드는 그는 어디를 가나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다. 어떤 변종이 있나 살피고 지나가다가도 좋은 분재를 발견하면 차를 세운다. 이것도 모자란지 그는 여전히 좋은 분재를 찾아 전국을 누비고 싶다. 분재 선진국인 일본에도 견학을 다녀올 계획.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노력하고 정성을 들인 만큼 결과가 나오는데 반드시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분재는 정성을 들이는 것과 더불어 노력해야 좋은 결과를 내는 정직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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