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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대전시립교향악단(이하 대전시향) 첫 국제커플이 탄생했다. 대전시향 홍보팀 조경은(27)씨와 트롬본 수석 조셉 폴 메케트릭 3세(27)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지난달 6일 웨딩마치를 올리고, 신혼의 단꿈에 흠뻑 빠져 있다.

조씨는 지난 2002년부터 대전시향에서 홍보마케팅 담당자로 근무했고, 미국 보스턴 출신의 조셉씨는 커니스 음대를 졸업한 후 지난해 3월 대전시향의 수석단원으로 입단했다. 이들이 첫 만남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말. 부지휘자 최훈씨가 조씨에게 "좋은 사람이니까 만나면서 영어도 배우고 좋은 시간을 보내라"며 조셉씨를 소개시켜준 것.

"처음 만나면서부터 만약 이 사람과 사귀게 된다면 어떻게 하나 고민도 했는데, 자연스레 결혼을 전제로 만났던 것 같아요."

조씨는 착하고 예의 바른 조셉씨의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일반적으로 남자 외국인들이 여자를 좋아하고, 상당히 개방적일 것 같다고 인식하기 마련. 그녀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진실하고 솔직한 모습에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조셉씨 역시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대전시향에 입사해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조씨의 열정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대전시향 95명의 단원 중 첫 외국인 연주자이자 유일한 외국인 연주자인데, 타국생활이 다소 외로웠던 그에게 영어실력이 뛰어난 조씨는 좋은 말벗이 됐다. 여기에다 조셉씨는 "밝은 성격에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완벽한 와이프"라고 그녀를 치켜세운다.

둘이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만나고 결혼까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외동딸인 조씨의 부모님의 반대도 전혀 없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조셉씨를 보기 전부터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우리도 좋다"고 얘기했고, 또 대면한 후에도 조셉의 됨됨이에 후한 점수를 줬다.

"부모님과 조셉이 만날 때는 제가 통역도 해드려요. 그런데 마음은 서로 통하는 법이더라고요. 단어만 말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서로를 잘 이해하는 거 있죠."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조셉의 어머니를 비롯, 아버지 역시 조씨와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다. 커티스 음대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학교생활을 했던 조셉 역시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대전시향 함신익 지휘자의 제의를 받고 망설임 없이 한국을 선택한 것. 이를 두고 그는 "경은씨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고 너스레를 떤다.

과연 집에서 요리는 누가 할까. 주방의 주인장은 조셉씨. 카레, 스파게티 등 날마다 맛있는 요리를 그녀에게 선물한다. 조씨가 양식을 좋아하고, 조셉은 한국음식을 좋아하니 음식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은 전혀 없다. 여느 부부처럼 사소한 것들로 말다툼을 하기도 하지만 말다툼 끝에 항상 먼저 와서 웃어주는 사람은 조셉씨다.

조셉씨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한국인끼리 결혼하면 의사소통에서 오는 문제는 없겠지만, 사람이 말하는 뜻을 누구든 100% 이해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것까지 감안해서 당신을 이해하도록 하겠다."

조씨는 조셉씨를 "숲과 호수와 같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운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천생연분이다.

함께 일을 하다보니 장점이 많다. 조셉씨는 일이 끝나면 각 공연장으로 홍보물 전단을 돌리는 조씨를 돕기도 하고 홍보자료의 영어 문법을 손봐주기도 한다. 함신익 지휘자로 인해 둘 다 대전시향에 입사했고, 최훈 부지휘자가 소개해 결혼까지 했으니 이들을 대전시향이 맺어준 커플로 부르는데 이견은 없을 듯이다.

마지막으로 조씨는 향후 계획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6월 초에는 대전시향 20주년 기념 미국 순회연주가 있어요. 대전시향이 전국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오케스트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지요. 조셉 역시 세계적인 연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매니저로 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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