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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조개목걸이 어때요?"
"우리가 만든 조개목걸이 어때요?" ⓒ 권윤영
삼삼오오 짝을 지은 무리들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순식간에 왁자지껄 경쾌한 재잘거림으로 가득해졌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는 아이… 하나같이 밝은 표정을 짓는 건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나 매한가지였다.

지난 2일, 전교조 대전지부 초등동부지회에서 마련한 2004년 장애아 및 비장애아가 함께하는 갯벌체험 '얘들아, 함께 놀자!'행사가 안면도 기지포 해수욕장에서 열렸다. 행사 참여인원은 장애아 30명, 비장애아 30명, 도우미 교사 47명으로 관광버스는 모든 이들의 기대와 설렘을 싣고 대전에서 안면도를 향해 내달렸다.

장애아, 비장애아 우리는 하나

맛있는 점심시간.
맛있는 점심시간. ⓒ 권윤영

해안사구를 따라 거닐어요.
해안사구를 따라 거닐어요. ⓒ 권윤영
안면도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전교조에서 마련한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조별로 나뉘어 점심을 먹은 후 조 이름을 정하기 시작했다.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물으며 아이들은 조심스레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갔다.

“해안사구가 뭐예요?”
“해안사구는 모래로 된 언덕이에요.”

“서구는 서해에 많을까요, 동해에 많아요?”
“사구는 동해바다에는 없고 서해바다에 많아요.”

해안사구를 거닐며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서 해안사구 형성과정과 사구식물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 권윤영
ⓒ 권윤영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바다가 들썩이고

“와~ 바다다!”

아이들의 눈앞에 바다가 펼쳐졌다. 선생님, 아이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바닷물에 뛰어 들었다. 양말이나 신발이 바닷물에 젖어도 개의치 않는다. 준호(대전 양지초)는 휠체어를 탄 채 마음껏 해변을 내달린다. 준호의 웃음소리가 넓은 바다를 가득 메웠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 권윤영

두발을 담그고 바다를 느끼는 아이들
두발을 담그고 바다를 느끼는 아이들 ⓒ 권윤영
바다를 만끽한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거나 조개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조개를 찾느라 열심이다. "선생님, 불가사리 찾았어요!", "선생님! 이 조개 예쁘죠." 신이 난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누구 하나 날씨 탓을 하지 않는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아이들은 즐기는 법을 안다.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선생님들의 설명도 중요치 않다. 아이들 스스로 서로를 느끼며 친해지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같이 모여서 조개껍질을 모으니깐 정말 재밌어요.” 강수진(대전 용전초 4년)양이 이야기 하자 같은 학교 이병윤군은 뒤질세라 한마디한다. “우리 학교에 6학년 장애우 형이 있었는데 전에는 잘 놀렸거든요. 내일 학교에 돌아가면 잘해주고 친하게 지낼 거예요.”

김지환(대전 목양초 4년)군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나 없는 아이들이나 다 똑같은데요”라며 제법 어른스러운 소리를 한다. 배주희(대전 대화초 5년)양도 “장애우들은 말이 느리고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지 모두 똑같은 친구예요”라고 말했다.

"준호도 바다를 달려요!"
"준호도 바다를 달려요!" ⓒ 권윤영
ⓒ 권윤영















사실 이날 행사에서는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도 없었다. 아이들, 교사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이번 행사를 통해 이심전심을 느끼고 있었다.

특수학교인 혜광학교 이선정 교사는 “우리 아이들도 현장학습을 가긴 하지만 이렇게 비장애 아동들과 함께 어울리는 기회는 드물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혜정(대전 유천초) 교사는 “특수학급을 맡고 있으면서도 비장애아와 장애아가 어울리는 행사는 처음 가져봅니다. 아이들이 서서히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라며 소감을 밝혔고 김미정(대화초) 교사 역시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장애아동들을 위해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왔는데 큰 도움을 안 줘도 스스로 잘 어울려서 놀더라고요. 장애, 비장애의 구분이 필요치 않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모두가 함께 부르는 희망의 노래

갯벌 생물을 찾는 아이들.
갯벌 생물을 찾는 아이들. ⓒ 권윤영
갯벌에 나가 갯벌 생물을 공부하는 것을 끝으로 이번 행사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늦은 저녁, 아쉬움을 뒤로한 채 대전에 도착한 후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조개 목걸이를 보여주고, 이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느라 열을 올렸다.

이날 행사를 통해 아이들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 얼굴에 깃드는 한줄기 희망을 봤다. 행사는 끝났지만 이날의 감동은 아이들도 선생님도 쉽사리 잊지 못할 것이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장애를 허물고, 편견을 허물고 아이들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몸으로 느꼈다.

장애아 비장애아가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꾼다
전교조 대전지부 초등동부지회 이이철 회장 인터뷰

▲ 전교조 대전지부 초등동부지회 이이철(대전 대암초) 회장
- 행사의 취지는.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과 오는 어린이날을 맞아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하는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 대부분의 어린이날 행사는 대규모로 축제마당 형식으로 치러지는데 우리는 어울리는 것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통합의 개념으로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하는 어린이날 행사는 전교조 내에서도 유일하다."

- 준비과정은.
"전교조 대전지부 초등부지회와 대전지부 특수위원회(특수학교, 특수학급 교사로 구성)가 연합해서 공동기획으로 행사를 추진했다. 12월에 이런 행사를 생각해냈고, 1월부터 준비하는 등 준비기간도 상당히 길었다. 네 달에 거쳐 준비한 문건만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다.

참가 신청을 받고, 학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한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도우미 교사의 사전교육 자료집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행사를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 사전답사까지 거치는 등 사전 준비를 면밀히 했다."

- 참여 인원은.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 각각 30명씩, 일반교사와 특수학급 교사 각각 15명씩 동수로 참가신청을 받았다. 함께하는 갯벌체험에 무게 중심을 뒀기 때문에 아이들 각각 2명과 일반교사와 특수학급 교사 1명씩 총 6명으로 한 조를 나눴다.

장애아동들을 안전하게 지도하기 취해 중, 고등학교 교사로 구성된 도우미도 17명이나 참여했다. 행사는 조합비와 행사지원금을 일정부분 받아 전액 무료로 진행됐으며 일반아동보다는 기초생활 수급자 위주로 모집했다."

-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느끼는 생각은 어떤가.
"대체로 특수학급 아이들은 소풍을 따로 가고 있다. 이렇게 멀리 나와서 같은 또래 집단과 활동할 기회도 많지가 않다. 준비과정에서부터 학부모, 특수교사들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행사를 치르며 결과물을 보고 있으니 아이들이 함께 섞여서 어울리는 것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이러한 행사가 확대되면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하는 학교생활, 나아가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사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사업 내용을 자세하게 자료로 남겨서 이후에 이뤄지는 전교조 사업도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 권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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