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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애 소방관
김은애 소방관 ⓒ 권윤영
"인명을 구조하는데 있어 여성의 섬세함이 요구될 때가 있어요. 구급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여성대원을 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자, 여자이기 이전에 똑같은 119 소방관이라는 것이죠.”

예전부터 소방 현장은 남성의 영역이었다. 지금에야 여성 소방관이란 직업이 어느 정도 일반화 됐지만 대전지역 700여 명의 소방관 중 여성은 40여 명뿐이다. 그래서인지 여성 소방관을 만나게 됐을 때 느껴지는 경이감은 여전하다. 그만큼 만만치 않은 직업이기 때문.

대전 동부소방서 법동 소방파출소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김은애(34) 소방관. 그녀는 지난 97년 소방의 세계에 들어왔다. 결혼 후 1년 정도 사회활동을 쉬던 그녀는 간호사 경력을 인정받아 119 소방대원으로 특채 임용됐다.

그 당시만 해도 응급 구조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다. 지금은 응급구조학과 전공자를 특채로 선발하지만 당시에는 응급구조학 관련 학과도 없을 뿐더러 응급 구조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미비했다.

처음에는 응급대원이 취할 수 있는 응급처치 영역에도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문적으로 많은 권한이 주어졌다. 그녀는 생명을 다루는 위급한 현장에서 일을 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응급구조에 대한 전문지식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금은 조직적으로 체계도 잡히고 구급장비도 많이 나아졌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열악했어요. 실습을 거칠 새도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구급대원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였던 것 같아요."

대전 법동소방파출소 응급구조대원, 임월수, 윤종호, 이희윤, 김은경, 김은애씨
대전 법동소방파출소 응급구조대원, 임월수, 윤종호, 이희윤, 김은경, 김은애씨 ⓒ 권윤영
9년째 응급구조대원으로 활동하는 그녀는 사고의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이나 좋지 않은 기억도 많다. 몇 년 전 겪은 엘리베이터 추락사고는 지금도 그녀의 머리 속을 맴돈다.

“한 여자와 아기가 엘리베이터에서 추락이 됐는데 아이가 형상도 알아볼 수 없이 다쳤어요. 응급처치도 할 수 없는 그 참혹한 현장을 보면서 굉장히 침착하려 했지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녀는 생명을 구해냈던 좋은 기억보다는 오히려 구하지 못했던 순간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속수무책으로 벌어진 결과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응급구조대원으로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만은 변함없는 사실. "응급처치를 잘해서 목숨을 구했다"라는 시민들의 감사 전화 한 통화에 힘든 일은 눈 녹듯 녹아버린다.

응급구조는 환자를 환자이송이 목적이 아니라 현 상태에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 주 목적이다. 심장이 멎은 환자에게 얼마나 빨리 정확한 응급처치를 하느냐에 따라 소생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빨리 이송하지 않느냐”며 성화일 때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응급처치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신고자에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려 해도 무조건 빨리 오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려요. 사람의 현재 상태를 말해주고 응급대원의 말을 믿고 그대로 따라주면 더 신속한 응급처치가 이뤄질 텐데 말이죠.”

소방관이 되고 난 후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그녀는 응급의학 분야로 유명한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교육을 받기도 한 열성파. 끊임없이 학문적인 탐구를 계속해오는 그녀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 이후에는 응급조치 초기반응자를 양성할 꿈을 갖고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놀 때에도 소방관 놀이만 한다. 그녀의 남편이 "다양한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라고 농담 삼아 말할 정도다. 그녀는 그런 자녀들에게 "세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고되고 힘들지만 세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방관이라는 직업. 그녀 역시 더없이 가치있는 자신의 직업이 만족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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