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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집 탐방에 나선 동호회 회원들.
추억의 맛집 탐방에 나선 동호회 회원들. ⓒ 권윤영
"뼈를 들고 고기를 뜯으니 먹는 게 즐거울 뿐만 아니라 맛도 있네요. 뼈 가까이 붙은 살들이 원래 쫄깃하니 더 맛나잖아요? 그 맛을 아주 잘 느끼게 해주는군요."

"적당히 육질 씹는 맛도 주면서 질기지 않은, 그러면서 고기 맛은 아주 알맞아요.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냄새 없이 고소하면서 입에 착착 붙는데요."

어떤 이들의 대화 내용일까. 요리 전문가의 대화도, 음식 품평회 내용도 아니다. 맛집과 멋집을 찾아서 구석구석을 누비는 대전 식도락 동호회 '궁극의 맛집 멋집을 찾아서(cafe.daum.net/saasin)' 회원들의 대화다. "맛있다"는 소문만 들리면 전국 각지를 찾아간다니 가히 미식가들의 모임이라 불릴 만하다.

물론 1200여명의 회원들이 정해진 날짜에 한꺼번에 모이기는 힘들다. 그저 가고 싶은 맛집이 있는 회원은 누구나 언제든지 '번개 공지'를 할 수 있고, 이에 동참을 원하는 회원들이 리플을 남기면 그것으로 이들의 만남은 순식간에 이뤄진다.

이들은 전국의 제철 음식은 물론 각 지역의 별미란 별미는 모두 섭렵하고 있다. 삼겹살, 고래 고기, 용봉탕, 간장 게장, 남도 정식은 물론 어느 동네의 오뎅, 떡볶이가 맛있다는 노점상 정보도 놓치지 않는다. 분식에서 한정식까지 이들의 식도락 기행에서 빠지는 음식은 없는 셈. 지금껏 다닌 맛집, 멋집만 해도 100군데가 훌쩍 넘는다.

동호회 운영자 문영희, 홍봉기, 박근영씨
동호회 운영자 문영희, 홍봉기, 박근영씨 ⓒ 권윤영
'맛집 동호회 활동을 하면 돈이 많이 든다?'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정기적으로 걷는 회비는 없고 메뉴에 따라 그날의 회비가 정해진다. 3000원씩 회비를 내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가하면, 3만원 정도를 걷어 전복 전문점에 가는 등 가격과 메뉴는 때에 따라 다르다. 평소 가격이 부담스러워 먹기 힘들었던 음식도 여럿이 함께 먹으니 저렴한 비용으로 먹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식도락(食道樂)들의 음식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 음식을 먹을 때도 어떻게 먹어야 맛있다든 지, 어떤 부위가 맛있는 지 등 자신이 갖고 있던 지식을 총 동원해 정보를 나눈다. 처음에는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 번개만 골라나가던 회원들도 나중에는 헤어나올 수 없는 맛의 즐거움에 빠진다.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좋은 사람들과 진한 정도 나누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음식 앞에서는 싫은 표정 지을 일도, 짜증을 부릴 일도 없다.

이 동호회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2월. 시삽 홍봉기(34)씨와 운영자 문영희(32)씨가 궁극의 맛집과 멋집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맛있는 것을 여럿이 어울려서 먹다보면 더욱 친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다른 운영자 박근영(26)씨 역시 "동호회 설립 최초로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 1호도 탄생했다"며 동호회 자랑에 나섰다.

이 모임의 회원 연령 대는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엄마와 함께 활동하는 다섯 살 꼬마 아이가 카페 최연소 회원. 음식점 사장들이 활동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와 이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들 음식 앞에서는 금세 마음의 장벽을 열고 쉽게 친해진다.

이들이 운영하는 카페에는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종류별 맛집은 물론 전국의 맛집과 멋집이 소개돼 있다. 탐방 후기를 남기는 곳도 있는데 여기서는 맛, 서비스, 가격을 면밀히 살펴 별 1개부터 5개까지 점수를 매겨 정보를 교환한다. "데이트하기 좋은 곳은 어디인가요?", "비빔밥을 잘하는 곳은 어디예요?" 등의 질문에 회원들의 검증을 거친 맛집과 멋집을 엄선, 추천해 준다.

맛있는 곳만 찾는 식도락들이지만 "절대적인 맛이라는 건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음식을 매개로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친목을 쌓는 것이 마냥 좋을 뿐이라고.

"회원들이 모두 식탐이 있답니다.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면 누구나 환영입니다. 저희와 함께 떠나는 맛집 탐방 기대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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