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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부터 불법자금 2억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인제 자민련 의원은 대검 중수부의 소환요구에 불응하면서 28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다. 다음은 전문.... 편집자주


검찰 소환요구에 대한 나의 입장

검찰은 선거가 끝난 다음 날부터 나에 대한 소환을 흘리며 언론 플레이를 하더니 2주가 다 된 오늘에야 검찰에 나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는 총선 전 이미 수 차례 확고한 이유를 들어 검찰에 내 발로 걸어가지 않을 것이며, 설사 강제로 끌려가더라도 검찰에서는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나의 입장은 총선이 끝났다고 하여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법과 정의의 수호자로서 검찰을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정치보복의 도구가 되어 불의(不義)한 목적으로 남용될 때에는 이에 맞서 싸우는 것이 시민으로서 천부(天賦)의 권리이자 마땅한 의무라고 믿는 사람이다.

나는 검찰이 주장하는 이 사건에 관하여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나는 법정에서 검찰의 거짓이 밝혀지고 나의 결백이 입증될 것을 굳게 믿고 있다. 신성한 법정에서 나와 검찰은 진실에 복종해야 할 대등한 당사자일 뿐이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이토록 참담하게 짓밟히는 사회를 꿈꾸며 살아오지 않았다. 저들이 노린 나의 정치생명은 위대한 주권자의 힘으로 부활(復活)되었지만,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나의 투쟁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나는 왜 검찰 진술을 거부하는가?

나는 왜 검찰의 소환을 거부하는지 이미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당초 나는 검찰이 거론한 그런 돈을 받은 일이 없기에 당당하게 나가서 내 입장을 밝히고 검찰의 건전한 판단을 기대하려 하였다.

그런데 사건이 시작된 과정과 검찰의 행태를 보고 듣게 되면서, 나는 검찰의 목적이 진실을 밝히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혐의내용과 영장청구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여 내게 부패 정치인이라는 허위의 너울을 씌워 임박한 선거에서 낙선시키려는 현 정권의 의도에 충실히 영합하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검찰은 김 전특보를 긴급체포한 첫날밤부터 사건을 이상하게 다루기 시작하였고, 나의 출두 일정을 놓고 절충하는 한편으로 일방적인 혐의내용과 소환 일정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유포하면서 마치 내가 출두를 회피하는 것같은, 무언가 떳떳치 못한 것이 있는 것처럼 이미지를 꾸며내는 언론플레이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수사책임자가 내게 씌워진 혐의내용은 유죄가 틀림없다고 단정적으로 기자들에게 공공연하게 언급하였다.

나는 저들의 그러한 불순한 행동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수사책임자를 명예훼손과 피의사실공표죄로 고소하였다. 검찰의 태도는 이미 나의 진술에는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고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검찰에 출두하여 진술한다 한들 이는 저들이 연출하는 허구의 드라마에 구색을 맞춰주는 장식품, 아무런 의미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나는 검찰의 소환을 단호히 거부하였던 것이다.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와 동지들이 겪은 어려움은 나의 의심이 옳았음을 확실하게 증명하였다.

검찰은 후보자등록일에 임박할 때까지도 되풀이하여 언론에, 이인제의원의 경우는 수사 연기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원과 체포영장 발부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강제구인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흘렸는바, 이는 유권자들에게 내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또한 나를 낙선시키기 위하여 유권자들을 상대로 기획된 치밀한 공작의 일부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이제 강제로 끌려가는 경우에도, 앞서 검찰 소환을 거부하였던 결단의 연장선상에서 검찰에서의 진술을 거부하는 바이다.

나의 진술은 검찰 수사가 진실을 알아내려는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한 경우에만 의미있는 것인데, 검찰은 다른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이 사건을 다루고 있음이 이미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김 전 특보는 처음에 한나라당 관계자가 준 현금 5억원을 전부 자신이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검찰은 아예 그런 내용의 조서는 작성하지도 않았다.

왜 잡혀가는지도 모른채 아무런 준비없이 갑자기 잡혀간 사람이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처음에 생각나는대로 진술하는 내용이 자연스러운 진술이고 진실에 가깝다는 것은 수사의 상식인데, 그런 진술을 기재한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은 검찰이 당초부터 그러 진술은 원하지 않았다. 즉 이인제를 연루시키는 진술만을 원하였다는 증거 아닌가?

그리고는 김 전특보의 처와 장모까지 연행하고 집안을 샅샅이 뒤져서 은행통장과 부동산문서등을 몽땅 압수하여 놓고 밤새도록 10시간의 강압 끝에 당초의 진술을 번복시켜 그중 2억5천만원을 내게 전달하였다는 진술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밤새도록 잠도 재우지 않고 어떤 위협을 가하였는지 내막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김 전특보를 엄청난 공포 상태에 빠뜨린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검찰의 조사를 받던 현대그룹 총수, 부산광역시장이 괴로움을 견디다 못하여 자진한 것을 보면, 김 전특보가 어느 정도의 공포심을 느꼈는지 불문가지 아닌가?

검찰이 밤새도록 10시간이나 그런 압박을 가하고서야 당초의 진술과 다르게, 내게 돈을 전달하였다는 진술을 받아낼 수 있었던 사실은 한편으로는 김 전특보가 허위 진술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끈질기게 버텼다는 증거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의 요구에 따른 허위 진술을 만들어내는 일이 매우 어려웠음을 말하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내가 검찰에서 진술한다는 것은 진실 그대로, 검찰이 거론한 그런 돈을 받은 일이 없음을 밝히는 것이다. 그러자면, 김 전특보가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세세하게 반박하여야 하고, 검찰은 필시 김 전특보와 나를 대질 신문하려 들 것이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터무니없는 장면인가?

검찰은 강압에 의하여 만들어낸, 진실에 반하고 따라서 진의에도 반하는 김 전특보의 진술이란 것을 내세워 나를 추궁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나는 그 혐의를 벗기 위하여 강압상태에 있는 김 전특보와 얼굴을 맞대고 그 진술의 허위성을 공박하여야 한다.

말하자면 검찰은 내가 2억5천만원을 받고도 그 책임을 떠넘기기 위하여 김 전특보를 어거지로 몰아부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본인은 결단코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각본에 장단을 맞추는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은 역할을 맡을 수 없다.

검찰이 받아낸 김 전특보의 허위 진술에는 많은 헛점이 있음은 당연하고, 그 진술의 허위성은 공개 법정에서 낱낱이 반박될 것이나, 그 허위성을 폭로하여 진실을 밝히는 일은 변호인이 준비하고 있다. 지금 당장 검찰에서 내가 김 전특보를 대면하여 그 반박을 하는 것은 검찰의 엄청난 강압에도 불구하고 허위 진술을 할 수 없다고 끈질기게 버텼던 김 전특보에 대한 도리도 아닐 것이다.

만약 내가 지금 허위 진술을 반박하는 경우에, 검찰은 허위 진술의 증거가치를 부인하는 상식적인 조치를 취하는 대신에, 오히려 그 헛점을 미봉하기 위하여 김 전특보에게 새로운 허위 진술을 꾸며내도록 재차 강압, 고통을 가할 것 또한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 선례는 이미 송종환 특보 사건에서 무고자 김 아무개가 진술한 내용의 허위성이 폭로될 위험이 드러나자 검찰이 김 아무개의 진술을 계속 번복, 변경하도록 유도, 압박하였던 바로 그 방식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검찰에서의 진술 또한 거부하는 것이다.

수사책임자가 공언한 것처럼 이미 모든 진술이 확보되어 내게 씌워진 혐의입증에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내 진술을 들을 필요는 없을 것인즉, 검찰은 나의 진술없이 그대로 나를 기소하라! 검찰이 진실을 밝혀내려는 정당한 동기가 아니라 내게 부패 정치인의 허위 이미지를 씌우려는 세력의 의도에 영합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이상, 어차피 진실은 공개된 법정에 가서야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불순한 의도로 기획된 허위 증거를 빌미삼아 기소한 행위에 대하여 나는 무죄판결 선고후에 관련자들에 대하여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현정권과 검찰은 나에 대한 혐의사실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유포하였던 무렵에 한나라당의 차기 당대표로 유력시되었고, 실제로 그후 당대표가 된 박근혜 의원을 흠집내기 위하여 순수한 정치활동자금으로 받은 것을 불순한 의도의 매수자금으로 받은 것처럼 역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유포하고 소환할 것이라는 말을 흘려 언론플레이를 하고 비난하다가, 한나라당의 벌떼같은 반박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과거 나와 정치행로를 함께 하였던 의원들에게는 직업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의 계약에서나 수수되는 이적료라는 명목의 돈을 받았다고 대표적인 부패 정치인인 양 희화화한 탈을 씌워 결국 이번 선거에서 전부 낙선시켜서 저들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나를 낙선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도 조작하였고 이로 인하여 나는 선거과정에서 엄청난 피해를 받았지만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어렵게 당선되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하여 주어지는 엄정한 사법권력을 불순한 당파적 이익 및 이에 추종하는 기회주의적 목적에 악용하는 처사는 결코 용서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이제는 이런 불순한 정치공작을 집어치우기 바라고, 검찰권이 공명정대하게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제 저들의 불순한 시도를 물리치고 내게 계속 신뢰를 보내주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국민을 받들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바이다.

2004. 04 .28 이 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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