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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언론·시민단체 대표들이 28일 기자회견에 앞서 이라크 전쟁 희생자와 룡천 폭파사고 희생자에 대한 추도 묵념을 하고 있다.
7개 언론·시민단체 대표들이 28일 기자회견에 앞서 이라크 전쟁 희생자와 룡천 폭파사고 희생자에 대한 추도 묵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태형

문화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7개 언론·시민단체는 28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18층에서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언론계 긴급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과 국회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대한민국 헌법까지 무시하며 이라크 추가파병을 강행하려는 것은 재앙"이라며 "대통령과 17대 국회는 이라크 추가파병을 즉각 철회하고, 수구언론은 더 이상 파병을 독려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나 17대 국회는 '진정한 대통령 탄핵사유가 있다면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이라는 핏발선 외침을 가벼이 흘려서는 안된다"며 조속한 추가파병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동참하는 모든 정치세력 및 시민단체와 손잡고 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7대 국회, 조속히 추가파병 결정 철회해야"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수구언론들은 파병을 반대하면 국익을 저버린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이 말하는 국익이 무엇인지 따져보자"며 "수구언론들은 파병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제정세 변화를 애써 외면하면서 파병만 독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논리로나 감성으로나 이라크 파병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 총장은 "16대 국회는 전쟁이 끝났다는 전제 아래 파병동의안을 통과시켰는데 지금 이라크는 명백히 전쟁 중인 상태"라며 추가파병 결정의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이강택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은 "지금 이라크에서는 피눈물 나는 우리의 근현대사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조중동이야 말할 것도 없이 다른 방송사와 언론사 모두 이라크 현지의 참상과 진실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해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미국의 일방적인 압력에 따른 이라크 파병 결정은 명분·실리·절차 모든 면에서 잘못된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만약 이라크에 추가로 파병한 뒤 돌발사태로 인해 불가피하게 추가파병을 계속하게 된다면 임기 5년을 제대로 채우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재국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조중동은 북한 룡천역 폭파사고에서 보였던 온정의 10분의 1만이라도 이라크 민중이 겪고 있는 참혹한 현실에 돌려달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지었다.

7개 언론·시민단체는 앞으로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10만 국민 청원운동을 비롯 언론의 이라크 파병 관련보도 감시활동 등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다음은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이 낭독한 성명 전문이다.

대통령과 17대 국회는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을 철회하라!

지난해 11월 사법연수생 500여명은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의견서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대한민국 헌법 제5조 1항에 규정된 침략전쟁인 만큼 파병 결정은 위헌임과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리는 현재 이라크 상황이 이들 사법연수생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명분으로 내걸었던 대량상살무기 보유와 테러 지원 혐의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라크 점령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관련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부시는 어처구니없게도 '민주주의 수출'이라는 명분을 내걸었고, 국제사회의 압력 끝에 주권이양 계획이라는 것도 발표하며 침략을 정당화시켰다. 하지만 수니파와 시아파를 막론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투쟁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거짓말이 들통난 부시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국내에서조차 극도로 곤란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카멜레온과 같은 부시의 말 바꾸기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현실은 이라크 전쟁이 명백한 미국의 침략전쟁임을 웅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외교에 등을 돌리고 있다. 스페인, 노르웨이, 온두라스 등 각국에서 파병 철회를 잇달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스페인에서 일어난 일련의 움직임에 주목하고자 한다. 수구·보수 언론들까지 나서서 '남의 일이 아니다'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1일 이라크에 1300명을 파병하고 있던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보이는 열차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191명이 숨지고 1500여명이 다치는 대참사였다. 테러 발생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스페인의 집권당이 바뀌었고, 스페인 새정부는 오는 6월 30일가지 유엔이 이라크를 관장하지 않는다면 철군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을 납치하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인질극이 잇따르자 지난 4월 19일 조기 철군 결정을 내렸다.

스페인 참사가 벌어지기 한 달 전께인 지난 2월 17일에는 일본 방위청을 노린 폭발물 공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황한 일본 정부는 공항·발전소 등 650개 공공시설에 대한 최고 수준의 경비 강화를 지시했다.

이렇게 이미 스페인과 일본 국민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생명은 물론, 테러에 대한 일상적인 불안에 떨며 행복추구권을 뺏기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는 테러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자녀와 함께 여행을 하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국가에게는 국민들의 이런 행복추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라크 추가파병을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도 스페인과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게 뻔하다. 이라크 추가파병이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조중동은 "한미간에 파병 문제로 마찰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국민이 불안"해 할 수 있다고, 이라크 파병 목적은 평화와 재건 지원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이라크 파병을 하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보복'을 당하게 된다는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혹시 가할지 모를 '보복'보다는 이라크 추가파병이 부를 재앙이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한다. 하물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대한민국 헌법까지 무시한 데 따른 재앙이라면 더욱 그렇다.

설사, 우리나라와 미국 중 어느 한쪽이 침략을 당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한·미 동맹에 따른다고 해도, 대한민국 군인에게 제3국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까지 지원해야 할 의무는 없다. 최고 군통수권자인 이 나라 대통령은 국군에게 그런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으며, 국회 역시 헌법을 어길 권한은 없다. 우리가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를 대통령과 17대 국회에 촉구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이라크 추가파병을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사회단체와 손을 잡고 싸워나갈 것이다. '진정한 대통령 탄핵사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이라는 핏발선 외침을 대통령이나 17대 국회는 결코 가벼이 흘려서는 안 된다.

2004년 4월 28일
문화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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