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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국민발의권, 국민소환권 쟁취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정부세종로청사 앞에서 열렸다.
지난달 29일 국민발의권, 국민소환권 쟁취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정부세종로청사 앞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16대 국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패나 탄핵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하는 경우에도 국민들은 선거기간 14일 동안만 임금님이고, 나머지 4년 동안 머슴이다. 잘못하면 소환해서 국회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

아이디 '백민'은 17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처리해야할 안건이 '국민소환제'라고 주장했다. 최근 <오마이뉴스> 댓글, 게시판을 통해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꼽고 있는 개혁과제 중 하나가 바로 국민소환제다.

지난 '3·12 국회탄핵가결'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의원은 뽑을 수 없다는 심판을 4·15 총선을 통해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탄핵가결 뒤, 국민소환제에 대한 요구가 강력히 대두되기 시작했다.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 결정한다"
국민발의제는

'국민소환제'와 함께 직접민주주의 또다른 축인 '국민발의제'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발의제는 국민이 직접적으로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에 법제정에 대해 발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발의제는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는 스위스는 물론 미국의 각 주 헌법, 독일기본법 등에서 인정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이 제도가 부분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최근 우리 나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들 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주민투표제도가 시작된다. 물론 1962년 개정헌법에 국민발의를 인정했지만 69년 국민발의가 빠진 채 헌법이 재개정됐다.

'국민소환제'와 마찬가지로 '국민발의제' 역시 위헌요소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17대 국회에서 꼭 시행돼야 하는 1순위로 주목받고 있다.
17대 총선 국민소환제 운동 달아올라

국민소환제란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 중에서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하는 자를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투표에 의하여 파면시키는 제도다.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인권운동사랑방, 다른네트워크(정보인권단체), 적극적 평화행동(반전단체)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국민발의권·국민소환권 쟁취를 위한 네트워크’(www.democracy.or.kr)가 출범,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와 함께, 국민이 원하는 사안은 일정 국민의 동의를 얻어 국민이 직접 법안으로 상정할 수 있는 국민발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또 광화문 촛불행사 현장과 대학가 등에서 '국민소환제·발의제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골자로 하는 100만인 서명운동과 온라인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YMCA의 경우 지난 1998년 IMF 이후 지속적으로 국민소환제를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YMCA에서는 오는 30일(금요일) 여야 3당 의원들을 포함한 공청회를 열어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다.

국민소환제 도입 나라 거의 없어

전세계적으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베네수엘라만이 지난 대통령에 대한 소환제도를 두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운동이 한창이다.

대신 외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선출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제'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자치단체들이 주민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오르면서 주민소환제에 대해 알려졌다. 당시 데이비스 주지사가 경제파탄의 책임으로 소환돼 슈워제네거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미국에서도 주민소환은 1921년 노스다코타주의 프레지어 주지사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일본 역시 시장·시의원·교육위원 등을 대상으로 일부 주민소환제를 시행하고 있다. 선거투표자의 10∼30%가 40∼160일 기간 안에 서명하면 소환이 성립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소환제도가 건국헌법에 포함되었다가 5.16 군사쿠데타 이후 삭제된 바 있다. 지난해 주민들의 뜻을 제대로 묻지 않은 상태에서 핵폐기장 부지 신청을 결정한 김종규 군수에 대한 소환운동을 벌이고 주민투표를 실시했던 부안의 사례는 국민소환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통성, 끊임없이 검증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소환제 필요"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민소환제의 현실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이 제도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위헌시비와 함께 제도의 남용가능성 그리고 소환대상 설정 등 법기술상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의 요소인 국민소환제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이 '소환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경주 인하대 교수(법학과)는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민주주의와 탄핵심판'이란 글을 통해 "국민소환권은 현행 헌법의 원리와도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며 "현행 헌법은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투표를 규정하고 있으며 국민의 대표에게 유권자의 뜻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통성은 한번 인정받으면 끊임없이 검증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정통성을 일정한 기간 속에서 되묻는 과정인데 문제는 일정한 기간 내에서 정통성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또 "법학자 중 (국민소환제 도입이) 위헌 요소가 있다고 하는데 제도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지 제도에 의해 사람 쫓아가는 것 아니다"면서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쫓아가는 것은 소크라테스 시대에 이미 지나갔다"고 위헌 시비 가능성을 일축했다.

법기술상 문제 중 초미의 관심이 모아질 소환대상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단체끼리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YMCA 조철민 간사는 "위법과 부당행위로 나눌 수 있는데 위법의 경우 특정 형량 이상이면 소환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작 국민이 통제하고 싶은 부분인 부당행위의 경우 모호해질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파병반대한 의원을 모두 소환해야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 간사는 다만 "부당행위의 경우, '의정활동을 게을리 한다'는 등 열거식으로 법률을 만드는 것도 대안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인권운동사랑방 허혜영 간사는 "이라크 파병이나 한·칠레 FTA 등 국민의 삶의 조건을 위태롭게 하는 정치적 결정에 대해서 소환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면서 "헌법의 원칙, 국제 인권조약에 위배되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해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소환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발의권, 국민소환권 쟁취를 위한 네트워크 홈페이지(www.democracy.or.kr)
국민발의권, 국민소환권 쟁취를 위한 네트워크 홈페이지(www.democracy.or.kr)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국민소환제의 남용 가능성에 대해 허 간사는 "물론 보수세력에 의해 오남용 가능성 있지만 법적으로 소환 제도를 민주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국민소환제를 시행하되 신중히 검토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승수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소환제도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다만 현 단계에서는 헌법 개정 없이도 도입이 가능한 지자체의 주민소환은 바로 시행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국민소환제는 보다 폭넓은 논의를 거쳐 실시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에 국회의원 임기는 보장돼 있지만 자치단체장들의 임기는 나와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 사무처장은 또 "소환제 논의가 헌법 위반이냐 아니냐는 논쟁으로 가면 안 된다"면서 "이 제도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인데 헌법을 고정화시켜서 위헌인지 아닌지 논의가 되면 제도가 도입돼도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국민소환제' 원칙적 동의

국민소환제에 대해 여야 모두 겉으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만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일고 있고 한나라당의 경우 정치적 오남용 최소화라는 전제를 걸고 있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다만 여야 각 당지도부에서 소환제에 대해 긍정적이고 특히 반대의사를 내비치던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대표가 지난 총선 전, "정치적인 오남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을 전제로 국민소환제의 입법화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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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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