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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매일신문 4월 19일(월)/아래 : 매일신문 24일(토) 인터넷판
위 : 매일신문 4월 19일(월)/아래 : 매일신문 24일(토) 인터넷판 ⓒ 매일신문
이같은 지역주의 문제에 대한 발단은 지난 16일, CBS <시사자키>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인터뷰한 홍준표 의원에서부터 비롯된 듯하다. 이날 방송에서 사회자가 "'경상도 지역 싹쓸이는 지역주의에 의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홍준표 의원은 "경상도 지역의 싹쓸이만 보지 말고, 전라도 지역의 싹쓸이도 봐야지. 경상도 지역 문제만을 이야기하면서 지역주의 부활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경상도 지역에 자리를 차지한 일은 있어도, 한나라당이 전라도 지역에 자리를 차지한 일은 없다. 그런 식의 이야기는 불공평하다. 지역주의 부활은 양쪽 지역을 같이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그런 이유에서일까? 지난 19일 <매일신문> 기사에서도 홍준표 의원의 이야기를 머리글로 편집했다. '대구경북 한나라당 싹쓸이면 호남 충청선 열린우리당 싹쓸이' 기사에서 기자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영남권의 참패는 주목할 만하다. 반면 호남과 충청권에서는 (중략) 열린우리당의 독무대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에만 주목하고 있다"라는 홍준표 의원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24일 <매일신문> 인터넷 판에서는 박근혜 대표 인터뷰 기사에서 헤드라인을 '박근혜 "어떤 곳은 1%밖에 표를 안 줬다"'라고 편집했다. 반면 이 기사가 지면에서는 "대선자금 1억7000만원 나와 무관"이란 제목으로 보도됐다.

조선일보 기자 칼럼 '영남때리기'

조선일보 4월 20일 기자수첩
조선일보 4월 20일 기자수첩 ⓒ 조선일보
이 기사가 실리자 다음날 <조선일보> 김창균 정치부 차장 대우가 <기자수첩 : 영남 때리기>를 통해 한나라당 측 의견을 뒷받침했다. 김창균 차장대우는 "친여 인터넷 매체는 호남과 충청에 대해서는 '지역주의를 극복한 위대한 선택을 했다'고 찬양한 반면, 영남에 대해서는 '창피한 줄 알라', '나도 영남 출신이지만 부끄럽다' 등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호남과 충청에서 열린우리당이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이상한 일도, 비판받을 일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에서 영남만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태도이며, 이는자칫 '영남 고립구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매일신문>이 <조선일보>를 리드하고 있다는 쓴 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

매일신문 기획 : '4·15 대구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 용기 있는 시도
총선 시기 <매일신문>과 한나라당 '묻지마 투표' 유도, 면죄부 될 수 없어


매일신문 기획「415 대구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
매일신문 기획「415 대구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 ⓒ 매일신문
<매일신문> 기획기사 '4·15 대구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의 1편에 해당하는 지난 21일자 기사 '특정당 일색논란' 의 주요 내용은 "타 지역과 비교해 봐라. 참여정부 1년 실정 평가도 담겨 있다"는 주장이 강했다.

그러나 22일 2편 '열린우리당 22.3% 의미' 기사에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입을 모아 대구경북 선거 결과를 비판하는 데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다"며 조심스런 접근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 한 고위 당직자가 한나라당에 던지는 비판은 대구지역언론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서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5%도 얻지 못한 것도 지역주의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 한 고위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DJ 정권 5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호남을 소외시키고 줄기차게 공격함으로써 비호남을 묶으려는 전략뿐이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한 "'80년 광주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철저한 호남 고립화 전략을 고수해 온 한나라당을 찍을 이유는 전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시리즈를 작성한 <매일신문> 이동관 기자는 지난 23일 '2004총선, 지역언론 보도 평가와 개선방향' 토론회에 참석, '4·15 대구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선거가 끝나고 결과에 대해 평가가 분분했다. 네티즌들은 주로 영남권 싹쓸이에 대해 비판하는 반면, 대구지역 많은 시민들은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대구지역만 비판받는 현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라며 "쌍방의 주장이 너무나 첨예하게 대립됐기 때문에 지면을 통해 이 문제를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그 의도를 밝혔다.

이동관 기자의 용기 있는 이 시도(?)는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상이한 형태의 '지역주의 논란'을 지면으로 끌어올려 많은 토론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것이 선거 당시에 한나라당과 <매일신문>이 합작해, 지역유권자에게 '묻지마' 투표를 유도했던 행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매일신문>과 한나라당 '묻지마 투표 전략', 영향력 떨어진 결과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번 선거에서 대구권의 표심은 조금은 변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16대 총선, 대선 때 비해 점차 떨어지고 있고,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매일신문>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선거결과를 놓고 '대구는 변하고 있지만, 호남은 아직도 그대로다'라는 산술적 평가와 영남권 정당으로 전락한 자신들의 기반을 면해 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그들의 평가 내용은 타당하지 않다.

매일신문 4월 6일
매일신문 4월 6일 ⓒ 매일신문
호남권에서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5·18과 호남권을 고립시킨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라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또한 대구지역의 표심이 변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주장대로 '대구가 변하고 있다'고 단편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매일신문>과 한나라당의 묻지마 투표 전략의 영향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고 해석해야 옳다.

선거시기 <매일신문>의 한나라당 띄우기는 예년만큼 노골적이지 않았지만 방법 면에서는 점차 세련미를 보였다. 지난 1일 매일신문은 여론조사 결과 열린우리당 의석수가 과반수를 넘는 것과 관련, '한나라당 TK지역 압승'이라는 주장을 중간제목 등으로 편집했다. 또 박근혜 대표와 정동영 의장과 관련된 기사는 항상 '효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로 대비시켰다.

식목일 행사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화려하고 화사한 분위기에서 나무를 심는 모습, 열린우리당은 노인 폄하 발언에 사죄하는 석고대죄 하는 모습으로 대비시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한나라당 후보와 관련된 정보 편식은 심했다. 지난 2일 후보 등록과 관련된 내용을 게재할 때도 한나라당 후보에게 긍정적인 이미지 즉 '한나라당 후보 전과자 없어' 등은 부각시켰지만, 한나라당 후보 중 전국 체납 6위였던 한 후보의 내용은 기사에서 빼버렸다.

또한 각종 TV토론에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3회 불참, 이해봉 대구시지부장 1회 불참 등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각 지역구 토론회에서 몇몇 의원들의 발언 즉 '자갈마당 양성화 발언', '심각할 정도의 색깔 논쟁' 등은 모두 지면을 비껴갔다.

그리고 한나라당의 선거전략 '노인 폄하론 확대', '거여견제론'은 <매일신문> 지면의 중심명제였다.

<매일신문>과 한나라당 처절한 반성을 전제로, 17대 국회에 임해야

영남권을 기반으로 선거를 치르려 했던 한나라당 그리고 이를 절묘하게 뒷받침한 <매일신문>. 선거결과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그들은 "대구와 호남도 같은 싹쓸이", "대구의 표심은 변하고 있다"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현상적인 평가가 타당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것은 '비판을 면하기 위한 또 하나의 변명'일 뿐이다. 그리고 그 변명에 현혹되는 시민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결과이다.

<매일신문>과 한나라당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이전, 선거 기간 자신들이 행한 지역주의 선동 행동과 묻지마 투표를 유도한 행위에 대해 대구시민들에게 사죄하고 그것을 토대로 17대 국회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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