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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국민행동이 체르노빌 사고 18주기를 맞은 26일 오전 세종로 청사 후문에서 핵발전 강행하는 정부와 핵산업계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반핵국민행동이 체르노빌 사고 18주기를 맞은 26일 오전 세종로 청사 후문에서 핵발전 강행하는 정부와 핵산업계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핵발전소 추가 건설 중단하고,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하라."
"핵은 죽음이다. 핵 발전소 중단하라."


녹색연합, 민주노동당,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종교·환경단체로 구성된 반핵국민행동은 체르노빌 참사 18주기를 맞아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당선자,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 녹색연합 김경화 국장 등 30여 명이 참여한 이날 기자회견은 원자력발전 중심의 전력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주원 사무총장은 이 날 발언에서 "체르노빌 핵 발전사고로 인해 피해자들은 갑상선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고, 사고 발생지역 반경 30km이내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이 됐다"며 "만약 우리 나라의 울진, 영광, 고리 등에서 사고가 난다면 주변 인구밀집지역은 모두 핵 유출 영향권 안에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단병호 당선자 역시 "세계 선진국들은 이미 핵 중심 정책에서 핵 폐기 정책으로, 대체 에너지 정책으로 가고 있는데, 현 18개의 핵발전소로도 모자라 2015년까지 12기를 추가 건설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국민 생존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또 단 당선자는 "민주노동당은 핵 발전소 추가 건설을 강력히 반대하고, 핵 발전소 증가 의지를 전제한 핵 폐기장 건설도 중단시킬 것"이라며 "17대 국회 개원 이후 핵 발전 정책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핵 없는 국가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기자회견장에서는 정부의 핵 정책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반핵국민행동은 현재 핵 발전소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5월 31일까지 핵 폐기장 유치공모를 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규탄하고, 전국 여러 장소에서 이에 대한 반대운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단병호 민노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26일 반핵국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단병호 민노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26일 반핵국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체르노빌 대 참사 18주기, 일방적 추진만을 강행하는 핵산업계 규탄한다."
- 18년 전, 체르노빌 아픔이 18년 동안 일방적으로 추진된 핵 폐기장 아픔과 닮았다 -

핵발전소 사고 중 가장 참혹했다고 평가받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1986년 4월 26일 1시 23분경으로 추정)가 일어난 지 18년이 지났다. 사고 전까지 구소련에서 가장 좋은 운전실적을 기록한, 가장 늦게 건설된(1984년 4월 상업 운전. 상업 가동한 지 2년 만에 대형사고 발생) 원자로에서 돌이킬 수 없는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사고지역은 물론 유럽의 전역까지 비활성 방사능 기체들이 방출되었으며, 사고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노동자들만도 1만5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또 어린이의 경우, 갑상선암 발병률이 사고 전보다 10배 이상 높아졌으며, 주부들은 시장에 식품을 사러갈 때마다 방사능 계측기를 들고 다녀야 했다.

스위스 보건 당국이 세슘 137의 잔류농도를 조사한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고기에서 허용치보다 무려 5배나 높은 세슘이 검출되는 등 체르노빌 방사능 낙진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단 한번의 폭발사고가 되돌리기 힘든 아픔과 고통을 전 지구에 가져왔다.

체르노빌 사고를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핵발전소 안전문제에 총체적 결함이 있음을 간과하고 지내왔다. 2003년 2월에 가동한 영광 5, 6호기 발전소가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차례 고장이 잇따른 데 이어, 열전달 완충판이 이탈해 5천 톤의 액체 방사능이 그대로 바다에 유출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영광 5, 6호기와 같은 한국형 원자로인 울진의 핵발전소 또한 같은 명목으로 고장이 잇따랐다. 이처럼 우리는 끊임없는 핵발전소의 위험 속에서 불안과 고통을 떨칠 수가 없다.

1986년부터 경북 영덕으로부터 시작된 핵 폐기장 추진 정책은 18년 동안 한반도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의 일방적인 추진 정책으로 인해, 핵 폐기장 부지 확보를 둘러싼 한국사회 갈등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무리하게 진행된 핵 폐기장 추진정책으로 인해 부안 지역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또다시 다른 지역을 ‘제2의 부안’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금품 매수, 폭력 사용 등 기존의 정부 정책을 변화하지 않는 한, 핵 폐기장 부지 확보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고통은 끝이 없을 것이다. 18년 동안 반복되어 온 핵 폐기장 갈등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월에 핵 폐기장 유치 공모 재공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재공고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전의 핵 폐기장 유치공모와 달라진 점을 찾을 수가 없다. 지역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주민갈등을 야기해 온 현 상황에서 무조건 부지만 선정하려는 정부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그 갈등을 끝내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핵 중심 전력정책을 바꿔야만 하고 현명한 국민은 정부의 정책을 그렇게 만들 것이다.

2004. 4. 26
반핵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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