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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로 가는 길
ⓒ KOKI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거야.”

유럽 캠핑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방영되기 시작한 모 커피 회사의 광고. 배우 한채영과 두 친구들이 나와 멋진 여명 아래 캠핑카를 배경으로 모닝커피를 마신다는 내용이다. 커피 맛이야 둘째치고라도 그 강렬한 여명의 빛. 광고를 보고 있자니 또 떠나고 싶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2달 동안의 캠핑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들에겐 참으로 가슴이 찡한 장면이었다. 더욱이 석 달은 텐트로 두 달은 캠핑카로 유럽을 방랑한 바 이는 샘형에게 있어, 그 광고는 또 다른 떠남을 재촉하기에 충분했을지 모른다. 약효가 그대로 먹혀 들었는지 샘형은 현재 중국 센양을 여행 중이니 말이다.

우리는 왜 캠핑카를 탔나?

도대체 캠핑카에 무슨 매력이 있길래 소비자의 구매 욕구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에까지 차용되는 것이며, 게다가 우리 남정네 넷을 무장해제 시켜버린 걸까. 마치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이번 여행에서 선장 역할을 한 샘형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물론 나도 가장 싸게 유럽을 여행하는 방법을 찾다가 텐트를 가지고 캠핑장으로 다니는 여행을 선택한 거였어. 그런데 그렇게 다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캠핑카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되더라. 캠핑장에 들어가 텐트를 치고 있다 보면 아무래도 캠핑카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거든.”

▲ 프랑스 중부의 길
ⓒ KOKI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텐트를 갖고 계곡으로 바다로 캠핑을 간 경험은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머리에 피가 마르기 시작하면서 캠핑보다는 여관·호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몸은 점점 편한 것을 추구했다. 그렇게 캠핑의 추억은 멀어져만 갔다.

하지만 캠핑에 대하 동경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석 달 동안의 유럽 ‘텐트’ 여행을 마치고 지난해 여름 돌아온 샘형. 그가 들려주는 경험담에 승희 형과 해얼 형, 그리고 내 귀는 쫑긋 섰고 이어 해가 가기 전 떠나기로 결심, 같은 해 11월 14일 비행기에 올랐던 것이다. 비록 캠핑카 여행이라는 것이 한없이 낯설게만 느껴져지만.

그렇다. 땅덩어리가 넓지 않은 우리 나라에서는 캠핑카 여행이라는 것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동차로 갈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우리 나라에서, 캠핑카 여행은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페인의 아라곤 인근
ⓒ KOKI
하지만 멀리 유럽이나 호주, 미국 등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는 금세 달라진다. 그곳에선 그저 도로를 달리기만 하는 데 주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오랜 기간 넓은 지역을 다니는 여행에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은 자칫 무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 거리를 가야 하는 데다 도중에 밥도 먹고 간식도 먹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땅 넓이에 휴게소 수가 비례한다는 법은 없어, 몇 시간을 달려도 음식점 하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잠도 자야 하고, 씻기도 해야 하고….

결국 우리가 내린 결론은 하나, 캠핑카였다. 캠핑카는 마음이 맞는 여럿과 떠나는 여행에서 편리함도 제공해 주지만, 좀더 자연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었다.

▲ 캠핑카 여행의 묘미 중 하나, 요리!
ⓒ KOKI
실제로 캠핑카는 여러모로 매력적이었다. 대략 이렇다.

1. 언제고 밥을 먹을 수 있다. 그것도 하루 세끼 꽉 채워서. 물론 원한다면 하루 다섯 끼를 먹든 누구 하나 상관 않을 테고, 귀찮으면 사먹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현지 시장이나 대형 할인마트에서 직접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는 음식은, 여행의 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요소 중 하나다. 꼭 현지 음식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배추 비슷한 채소를 사다가 김치나 깍두기를 담가먹는 것도, 향수를 달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2. 그곳이 어디든, 가고자 하는 곳에 갈 수 있다. 편리한 여행 방법 중 하나인 기차여행. 하지만 아무리 노선이 그물처럼 촘촘하게 짜여있다 해도 몸과 마음을 기차의 노선과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그곳이 어디든 운전자 맘대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캠핑카 렌탈 계약서에 명시된, ‘가서는 안 되는’ 국가들은 예외지만.

3.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새로운 ‘연인’이 아니라 ‘인연’일 확률이 높아 아쉽지만, 그래도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여행이 갖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 기차 여행과는 달리 캠핑카 여행은 캠핑장이라는 공공 장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많게 마련이다. 주변 다른 캠핑 여행자들을 자신의 캠핑카로 초대해 한국의 간단치 않은 맛, 소주를 맛 뵈는 것은 어떨까.

4. 싸고 풀고 반복은 그만. 수학여행처럼 끌려 다니는 여행사 패키지 여행은 논외로 하고, 기차 여행 등을 하다 보면 짐을 싸고 풀고 맡기고 하는 데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비라도 오는 날이면 배낭 무게는 산술 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캠핑카 여행은 충분한 수납공간이 있어 음식을 박스째 싣고 다닐 수도 있고 자전거를 매달고도 운행이 가능하다. 물론 짐을 싸고 풀고 하는 반복적인 일도 없다.

▲ 이탈리아 티볼리에서 만난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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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캠핑카를 탈 것인가

혼자 하는 여행에 캠핑카를 이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과연 어떤 경우에 캠핑카 여행이 더 매력적일 수 있을까.

가족 여행이라면 캠핑카 여행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캠핑카 여행처럼 가족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여행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이동 중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질 위험도 없고, 여행하면서 맞닥뜨릴 많은 일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교육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오순도순 여행을 하며 여행 추억을 담아 온다면 이보다 나은 여행이 또 있을까.

물론 친구나 연인끼리 떠나는 여행에도 캠핑카는 적잖은 만족을 줄 것이다. 제아무리 4~6인승 캠핑카라 할지라도 2종 보통 면허만 있으면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는 괜찮은 여행 방법이다. 그리고 연인. 사실 연인들에게 캠핑카 여행처럼 낭만적으로 들리는 것이 없겠지만, 기실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누가 누구에게 내리라고 하지 않는 이상) 24시간 함께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어쩌면 상대방을 알아가는 가장 훌륭한 방법일 수도.

▲ 캠핑카는 움직이는 집과 같다. LPG가스통을 교체하는 모습
ⓒ KOKI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아무리 마음이 맞는 친구나 연인들이라 할지라도 이럴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1. 먼저 ‘기념사진’ 찍는 것을 주목적인양 여행하는 사람들. 물론 텔레비전이나 책에서만 보던 에펠탑을 보면 사진 한 장 찍고 싶고, 로마 콜로세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여행의 ‘과정’보다는 ‘목적지’에 훨씬 큰 방점을 찍는 이상, 자칫 운전도 하고 청소도 하고 밥도 해야 하는 캠핑카 여행이 ‘괜히 자처한’ 고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차 여행을 이용해 쉽게 도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하거나 아예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2. 캠핑카는 시시껄렁한 ‘수단으로서의 탈 것’은 아니다. 위의 사항과 어느 정도 연결되는 것인데, 그저 이동수단으로서만 캠핑카를 택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시내 도로가 유난히 좁은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지에서는 캠핑카 등 대형 차량의 도심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할 수 없이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도보나 버스 등을 이용해 도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속도 면에서도 짐을 싣고 사람도 여럿 태우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120㎞/h 정도로 달리면 더는 빨리 달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어디든지 빨리 가고 싶다면 차라리 떼제베나 이체 등 기차 여행을 권한다.

▲ 스코틀랜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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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캠핑카는 게으른 사람을 싫어한다. 여행에서 게으름을 피우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자유겠지만, 캠핑카 여행의 경우 게으름을 만끽하다가는 간혹 도로 위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차 안의 전등이나 에어컨 등 전기기구를 위해 배터리 체크를 해야 하고 가스레인지와 보일러에 쓰는 LPG 가스의 잔량을 확인하고, 이따금 화장실 오수도 버려야 한다. 실내 청소야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자유겠지만, 만약 캠핑카 안에 이상한(?) 냄새라도 배는 날이면 차를 반납할 때 적지 않은 원상 회복료를 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캠핑카는 ‘움직이는 집’이라 생각하면 된다.

유럽에서 캠핑 여행은 이미 보편적인 여행 방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만큼 시설도 충분하고 별 불편함이 없다. 따라서 거기에 걸맞은 질서를 지킬 필요가 있는데, ‘캠핑카는 캠핑장으로’도 그 중 하나다. 겨울에야 현지 사람들도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널리 용인되지만, 여름 성수기라면 잠은 반드시 캠핑장에 들어가서 자야 한다. 괜히 캠핑장 이용료 아끼겠다고 도로 위에 세워두고 잠을 자다가는 언제 ‘딱지’가 붙을지 모른다.

좋다, 그렇다면 자료는 어떻게 얻지?

▲ 캠핑카와 자전거의 절묘한 조합
ⓒ KOKI
‘그래 좋다. 캠핑카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런데 자료는 어떻게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캠핑카 타고 유럽여행’ 연재를 하면서 받았던 메일과 쪽지 중 ‘캠핑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도 많았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 유럽여행을 떠나는 경우에는 유레일패스를 이용한 기차 여행이나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한 수학여행식 여행, 그것보다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호텔팩 등이 대부분이다.

여행 패턴이 그런 만큼 그에 대한 정보는 넘쳐날 정도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캠핑카 여행에 대해서는 에세이류의 책이 한두 권 나와 있을 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국내 자료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먼저 차량을 빌리는 방법에 대해. 유럽의 경우 전국망을 가진 캠핑카 렌탈 회사들이 많이 있는데 인터넷을 이용하면 방안에 앉아서도 쉽게 차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예약도 할 수 있다. 독일 ‘하이머(Hymer, www.hymer-rent.de/index.php?navi=200&kategorie=2)’가 대중적으로 많이 이용되는데, 각국 검색 포탈에 접속해 ‘camper’나 ‘caravan’, ‘camping’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만사 귀찮다면 국내에서 유럽 캠핑카 렌탈을 대행하는 회사를 통해 차량을 예약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 스위스 인터라켄
ⓒ KOKI
캠핑장 정보 역시 여행을 떠나기 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유럽 각지에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캠핑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도시의 어느 캠핑장을 이용해야겠다’ 정도의 계획까지 세울 필요는 없다. 캠핑장 안내 표지판만 보고 들어가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료나 시설이 캠핑장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캠핑장 안내서를 한 권 들고 갈 것을 권한다. 국내 발행 서적은 아직 없고, AA사(www.theAA.com)에서 낸 <캐러밴 앤드 캠핑 유럽 Caravan and Camping EUROPE>을 추천한다. 매년 업데이트 되는 이 책은 유럽 전역의 캠핑장 정보를 다루고 있으며, 이용료나 개장 시간, 전화번호, 찾아가는 자세한 방법, 해당 캠핑장 웹사이트 주소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일행은 이 책 한 권으로 무리 없이 캠핑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

캠핑카와 캠핑장 정보만 있다고 선뜻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여행인 만큼 도로 지도는 필수. 한국에서는 타이어 회사로 잘 알려진 미슐랭에서 만든 지도도 쓸만하지만, 필립사(www.philips-maps.co.uk)에서 만든 <멀티스케일 유럽 Multiscale Europe> 시리즈를 추천한다. 고속도로와 국도는 물론 주요 지선 도로까지 다루고 있는 이 지도책은, 특히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멋진 길’ 등이 표시되어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해마다 업데이트 되는데 이왕이면 판형이 큰 것이 보기 편리하고 자세하다.

또 캠핑카 관리에 대한 책은 하이네스사(www.haynes.co.uk)에서 만든 < 더 캐러밴 핸드북 The Caravan Handbook>이 유용할 것이다. LPG 가스통을 교체하는 방법에서부터, 화장실 오수를 처리하는 법, 생활용수를 충전하는 법 등을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한편 이번 여행에 함께 한 샘 형 역시 그의 개인 홈페이지(http://unclesam.cyworld.com)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들의 문의에 답할 예정이다.

그것이 기차 여행이든 조촐한 텐트 하나 갖고 승용차 빌려 하는 여행이든, 아니면 캠핑카를 타고 가는 여행이든, 여행은 결국 하나. 하지만 가장 자유롭고 독립적이면서도 일행과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단연 캠핑카 여행이다.

슬슬 여름이 다가온다. 미국이나 호주와는 달리 짧은 시간에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유럽으로 떠나는 캠핑카 여행. 그 매력 속으로 빠져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 이번 여름,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거야.

▲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거야”
ⓒ KOKI


캠핑카 여행하기 좋은 국가와 ‘불량(?)국가’

캠핑카를 빌렸다고 치자. 도대체 어디를 갈 것인가? 캠핑카 여행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국가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캠핑카 여행이 여유 있는 여정이 될 수 있을 국가들.

1. 프랑스 이용료나 시설, 여행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단연 프랑스는 캠핑 여행의 최적지로 꼽힌다. 대부분 캠핑장이 좋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결하다. 더욱이 프랑스 사람들은 결코 오버하지 않는 마음에서부터 우러나는 친절을 베푼다.

2. 독일 좀 딱딱한 느낌이 들 때가 있지만, 정해진 규칙을 따르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옛 동독 지역에는 다소 낙후한 캠핑장도 있지만, 대부분 안전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조촐하게 캠핑 여행을 하고 있는 가족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3. 스위스 길을 가다 아무 데나 차를 세워도 경치만큼은 스위스를 따라갈 나라가 없다. 캠핑장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일품인데, 많은 캠핑장들이 알프스 주위에 자리잡고 있다. 이용료가 비싼 것이 흠이지만, 그래도 유스호스텔이나 호텔보다는 현저히 저렴하니 캠핑장의 판정승! 시설은 매우 훌륭한 편이다.

4. 포르투갈 샘형은 개인적으로 가장 친밀감이 가는 곳이라 했다. 여러 유럽 나라들의 캠핑장들을 방문했지만, 포르투갈처럼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시설을 갖춘 곳은 드물었다. 사람들 역시 친절하다는 평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스페인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큰 난제다. (스페인 부분 참조)

5. 네덜란드 북유럽으로 분류하는 국가는 아니지만 스칸디나비아 3국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캠핑장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데, 그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자유스러움’이 아닐까. 아예 캠핑장에 ‘장기주차’하며 유유자적하는 이들을 적잖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좀도둑이 많아서든 도로가 좁아서든 캠핑카 여행에 있어 다소 추천하기 힘든 국가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곳으로 차를 몰아가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국경을 넘기 전 다시 한번 쉼 호흡을 할 필요는 있다.

1. 스페인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이번 여행 중 일어난 사고 중 95%는 스페인에서였다. 남정네 넷이 자고 있는데도 캠핑카 문을 따고 들어와 노트북과 카메라 등을 슬쩍 해간 간 큰 도둑에서부터 비리경찰, 끝까지 우리를 따라와 타이어에 펑크를 내고 도망간 사람이 생긴 것도 스페인에서였다. 이런 것들을 감내할 수 있다면, 스페인의 깊은 시골을 꼭 방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스페인만큼 푹 삭힌 유럽을 감상할 수 있는 곳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2. 이탈리아 운전하기 가장 곤란한 나라다. 일단 이탈리아 외의 자동자 넘버를 단 차량은 조심해야 하는데, 굼뜨기만 한 캠핑카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탈리아 번호판 코드인 ‘I’를 달고 있지 않다면 결코 봐주는 법이 없다. 또 고속도로와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가면 도로 표지판을 보고도 길을 찾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좀도둑도 좀 된다.

3. 체코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에서 오는 캠핑카들이 많아 안전할 것 같지만, 좀도둑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또 아직 캠핑 시설이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 곳곳에 갖춰지지는 않았다.

4. 영국 일단 자동차가 왼쪽 길로 다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도로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간혹 역주행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캠핑장 이용료가 만만하지 않을 뿐더러 물가 역시 높은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캠핑카 여행은 영국을 여행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저렴한 편이기는 하다. /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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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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