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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대 김명녕 교수
한밭대 김명녕 교수 ⓒ 권윤영
"새벽마다 뛰어서 기분 좋게 하루를 열고 때때로 노래 부르며 따뜻하게 마음을 감싸고 이따금 모터사이클로 후련하게 내달리면서 아기자기하게 지내는 것이 나의 맛깔스러운 삶이랍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달리면서 만나는 세상이지요."

한 대학교수가 수필집 <달리면서 만나는 세상>을 발간해 화제다. 주인공 한밭대학교 김명녕(58) 교수는 마라토너, 성악가, 수필가라는 다양한 직업을 소유한 멀티플레이어(?)이기도 하다. 그의 왕성한 활동과 이색적인 경력 역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만나게 된 또 다른 세상인 것이다.

김 교수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부터. 그 해 신체검사를 받은 결과 고혈압과 요당이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과다로 정밀검사를 받으라는 판정을 받았다. 당시 키 168cm에 몸무게 90kg이던 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고 건강임을 깨닫고 절실해졌다.

그는 1kg라도 뺐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품고, 중풍질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몸부림으로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걷는 것만으로도 숨을 헐떡였다는 그가 지금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풀코스만 30번 넘게 참여했고 마라톤으로 몸무게도 22kg이나 줄였다.

그의 운동 방식은 독특하다. 새벽 2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산을 달린다.

"처음에는 뚱뚱한 모습으로 뒤뚱거리면서 뛰는 모습이 창피해 남한테 안 보이려고 새벽에 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새벽에 뛰니 규칙적이 되고 그 시간에 약속이 생길 리도 없어 빼먹지 않게 되니 좋은 점이 있더라고요. 새벽 2시 운동은 이제 저한테는 밥 먹는 일과 똑같답니다."

성악 솜씨도 수준급이다
성악 솜씨도 수준급이다 ⓒ 권윤영
요즘은 나이 탓에 눈이 오는 날은 달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처음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개의치 않고 매일 달렸다. 사람 한 명 다니지 않는 조용한 산을 달리며 호연지기와 정신집중을 배우게 됐다는 그는 달리면서 느끼는 쾌감까지 알았다.

'사람과 자연 사이에는 끝없이 겸손하되 자신한테는 끝없는 도전을 하라'는 좌우명답게 그는 끝없이 무언가에 도전한다. 김 교수는 심폐 기능이 좋아진 후 지난 93년부터는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충남성악선교대학을 졸업한 후 벨칸토 창법을 익혀 현재 여러 공연무대에도 서고 있다.

이순(耳順)에 다가선 나이답지 않게 김 교수의 삶은 젊고 푸르다. 한밭대 마라톤클럽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달리는 것 외에도 이따금씩 모터사이클 동호회원들과 전국을 마을길처럼 달린다.

달리면서 부르면서 느끼는 것들을 글로 옮겨서 '문학사랑'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마라톤은 김 교수에게 많은 것을 선물했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 그의 인생의 든든한 받침목이 돼주고 있는 것.

"마라톤이나 음악을 안 했으면 글을 쓸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그것이 하나의 경험이 되니까 글을 쓰는 동기가 되는 것이죠. 마라톤을 하니 모든 일에 사람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이 되더군요. 지금도 뛰러나가는 순간이 기다려지고 삶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중독이라 해도 좋습니다. 올바른 중독은 무엇을 해도 좋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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