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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한 경기대 학생. 대학생 열에 아홉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 경대학보사
“짜장면 시키신 부운∼”

핸드폰 보급 초창기 시절의 한 광고가 떠오른다. 마라도를 배경으로 당시 유명 개그맨이 중국집 배달원 옷을 입고 전국을 누비던 그 광고. 당시에는 핸드폰 있는 대학생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대학생 열에 아홉은 가지고 있다. 오히려 없는 대학생 찾기가 어렵다.

<디지털타임스> 4월 2일자 기사에 따르면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지난 1월 말 3402만여명에서 두 달만에 약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3500여만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통계청의 2004년 추계인구는 4801만명이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연락이 가능하다.” 경기대 박호현(자연·1)양의 말이다. 핸드폰의 가장 큰 장점이며,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핸드폰을 이용한다. 요즘 핸드폰은 신용카드, 카메라, 교통카드, 노래듣기, 게임 등의 기능을 갖춰 단순 전화기의 수단을 넘어선 지 오래다.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핸드폰의 편리함을 간과할 수 없지만 핸드폰으로 우리는 무언가를 잃고 있다.

우선 핸드폰과 사생활 침해를 들을 수 있다. 경기대 신완철(자연·1)군은 “잠자는데 누가 장난전화해서 수면을 방해받았다”고 말했다. 경기대 전선영(자연·1)양은 “이런저런 광고가 많이 온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광고컨텐츠를 받는다. 내 돈도 나간다. 짜증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또한 핸드폰이 족쇄가 될 때가 있다. 경기대 양아름(자연·1)양은 “부모님께 일일이 연락해야된다. 늦게 오거나 연락이 없으면 혼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핸드폰은 일상을 침해한다. 경기대 박찬영(전산·2)군은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 전화 오는 것, 꺼리게 된다”고 한다. 경기대 박진숙(인문·2)양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전화 오면 받아야할지 말지 참 갈등이 된다”고 털어놓는다.

일상적인 업무를 떠나 좀 쉬고 싶을 때 핸드폰은 조금도 쉴 여유를 주지 않는다. 앞서 핸드폰의 장점을 말한 경기대 박호현(자연·1)양은 “아무데서나 울리는 핸드폰으로 인해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힘들어졌다”고 얘기한다.

아예 품에 끼고 살다시피 하는 핸드폰에 우리는 중독이 되어가고 있다. “핸드폰이 안 울려도 무의식적으로 켜본다”라는 경기대 양아름(자연·1)양처럼 지하철 안에서 진동이나 벨이 울리면 일제히 사람들이 핸드폰을 살피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핸드폰을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았을 때 “‘누가 연락하지 않을까?’, ‘00전화번호가 뭐였지?’ 등 평소에 하지 않던 근심을 하게 된다”는 경기대 박호현(자연·1)양의 말처럼 핸드폰 중독증이 생겨버린 것은 아닐까.

▲ 언제 어디서든 연락이 가능한 핸드폰. 편리함을 주었지만 우리는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잃고 있다.
ⓒ 경대학보사
약속장소에 가고 있는데 걸려오는 확인전화는 조금도 기다림을 주지 않는다. 사람들과 모인 어색한 자리, 괜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연락 올 것도 없으면서 바쁜 척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사람들과 대화하면 더 친해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지하철 안과 버스 안에서 책 읽은 것은 핸드폰 없을 때의 일이다. 지금은 고스톱이나 테트리스를 한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 502호(2004년 4월 15일자)는 핸드폰 대신 삐삐(무선호출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다루었다. 삐삐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핸드폰의 편리함보다도 생활의 여유를 선택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사에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이들은 휴대전화가 첨단 소통도구로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준 반면, 여유·기다림·다양성·배려·프라이버시 보호 등의 긍정적인 가치를 해쳤다고 입을 모은다”고 썼다.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파고든 핸드폰의 지켜만 볼 수 없는 피해들.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없애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몇 해 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핸드폰 관련 광고 멘트로 대신한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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