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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를 서울지검에 고소한 B교수의 고소장.
A교수를 서울지검에 고소한 B교수의 고소장.
서울 소재 모 여대에서 동료교수 사이에 폭행사건이 발생했으나 학교측이 가해자에 대해 아무런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법정 다툼까지 가게 됐다.

이 대학 법학과 주간학과장을 맡고 있던 A(48)교수는 지난 3월 10일 학과회의 도중 후배교수 B(40)씨가 시간강사 명단 확인을 요청하자 "후배가 건방지다"며 주먹과 몽둥이로 동료교수를 폭행,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

피해자인 B교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학교측의 적절한 조치를 요청했으나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이 가해자에 대한 징계 요구를 묵살해 문제가 더욱 커졌다. 결국 B교수는 지난 19일 A교수를 '폭행치상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B교수가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과 목격자들의 경위서에 의하면, 폭행사건은 지난 3월 10일 법학과 학과회의 도중 피해자인 B교수가 학과장인 A교수에게 시간강사로 추천할 사람들 명단을 학과교수들에게 보여주고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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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교수가 싸가지가 없다" 동료들 제지에도 폭행

B교수는 이날 회의 마지막에 A교수에게 "시간강사 추천은 학기가 시작하기 전 학과회의를 거쳐야 하고, 회의를 열지 못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최소한 누구를 강사로 추천할 것인지를 알려주고 교수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교수는 "3월 중순 이후 보고하겠다"고 답했으나, B교수가 거듭 문제점을 지적하자 험한 욕설과 함께 폭행이 시작됐다. A교수는 B교수에게 "싸가지가 없다", "요즘 후배새끼들은 위아래가 없다"는 등 욕설을 퍼붓더니 B교수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A교수는 B교수의 얼굴과 가슴을 구타하면서도 "요즘 후배 교수놈들이 까불고 있다", "후배새끼들이 건방지게 덤벼? 앞으로 까불면 그냥 안 두겠다", "언제든지 밖에서 맞짱 뜨자"는 막말을 해댔다.

당시 B교수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고, 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교수들은 A교수를 말렸으나 폭행은 계속됐다. 급기야 A교수는 옆에 있던 길이 70∼80㎝ 정도의 플라스틱 빗자루대를 집어들고 B교수의 머리와 목 부분을 수차례 내리쳤다.

약 15분 정도 계속된 폭행은 동료 교수들의 제지로 간신히 만류됐으나 B교수는 목과 얼굴, 머리 부분의 상처로 인해 곧장 응급치료를 받고, 다음날인 11일부터 약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B교수는 A교수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곧바로 교무처장을 통해 진상을 보고하고 학교측의 조치를 촉구했다. 또 총장과 교무처장 면담을 통해 "자신이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하고 학교측에서는 징계"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학교 당국 미온적 대응... A교수 "B교수 만날 기회 없었다" 해명

그러나 총장은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 단정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B교수의 주장이다. B교수는 "당시 총장은 당사자 문제이니 사과와 치료비를 받고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종용했다고 한다. 아울러 학교측에서는 한 달 가량 지난 4월 14일 교무회의를 통해 징계회부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이 같은 결과를 B교수에게 통보했다.

학교측의 조치를 기다리던 B교수는 "더 이상 학내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바랄 수 없어 결국 서울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뒤 A교수는 폭행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간학과장직을 사임했다. 또 지난 31일에는 이메일을 통해 학내 모든 교수들에게 "깊이 뉘우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보냈다.

A교수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폭행한 사건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뒤 병원에 찾아가 개인적인 사과도 했고, 여러 경로를 통해 B교수를 만나려고 했으나 잘 만나지지 않아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A교수는 또 "그동안 학교측이 총장을 중심으로 중재하려고 했으나 잘 안됐고, 중재안에는 치료비 지불과 공개사과 등의 조치가 들어 있어 이미 메일로 전체 교수들에게 공개 사과한 바 있다"며 "치료비는 B교수를 만나는 대로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교수는 A교수의 사과가 매우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A교수의 사과문에는 사건의 정황이 포함되지 않았고, 전체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통해서만 사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B교수는 "내가 폭행을 당해 입원해 있는데도 '두 대밖에 안 맞았다더라', '별로 아프지 않은데 입원해 있다'는 등의 악의적인 소문이 돌아서 마음의 고통이 더 심했다"며 "이같은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A교수가 사건 경위를 자세히 밝혀야 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교수는 "사건 경위를 설명하면 오히려 상대방 교수의 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일부러 뺐다"고 해명했다.

A교수는 교수평의회장, B교수는 교수협의회원

한편 B교수는 이번 폭행사건이 단순히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 4년여 동안 극심한 학내분규를 겪어온 이 대학에는 현재 총장을 중심으로 한 '교수평의회'와 이와는 조금 입장이 다른 20여명의 교수들이 모인 '교수협의회' 등 두 개의 교수조직이 대립하고 있다.

폭행사건을 일으킨 A교수는 현재 교수평의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B교수는 교수협의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 B교수는 "평소 교수협의회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A교수가 지난번 회의를 기회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며 "이는 교수협의회에 대한 공개적 테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우리 대학은 학내사태를 겪으면서 교수들 간에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이고, 그에 따라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인격의 멸시, 욕설 등 크고 작은 폭력이 행사되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로 인하여 교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는 또 "학교당국은 공무중에 일어난 폭력사태에 대하여 관리 책임과 함께 재발방지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학교측의 적절한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A교수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A교수는 "회의를 하다가 서로 감정적인 언사가 나와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마침 내가 교수평의회 회장이고, B교수가 교수협의회 회원이다 보니 그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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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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