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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자에서 결혼상담자로, 문진상(73) 소장
교직자에서 결혼상담자로, 문진상(73) 소장 ⓒ 권윤영
"인성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학창 시절의 삶이 중요한다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 결혼도 중요한 건 마찬가지죠."

일흔이 넘은 나이답지 않게 문진상(73) 소장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현재 한국결혼상담소와 대한작명철학연구원을 운영하는 투잡스족(?)인 문 소장의 전직은 생물 교사. 교사와 상담소장과의 연관성에 고개가 갸우뚱해질 즈음 그는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점에서 두 직업이 유사하다"며 궁금증을 해소해 줬다.

그가 결혼상담소와 작명철학연구원의 문을 연 것은 교직에서 퇴임한 15년 전. 평소부터 한학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 궁합, 사주, 역학 등 동양철학을 틈틈이 공부해 온 그였다. 이것을 바탕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결혼 중매는 물론 궁합, 택일, 작명 등을 해주고 있다.

"어느 날 역학을 하는 것을 보니 그 내용이 신기하게도 들어맞더라고요. 동양철학에 관심이 생겨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이것을 바탕으로 장성한 제자들을 하나둘씩 중매 서 준 것을 계기로 결혼상담소를 열게 됐어요."

15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 저마다의 제 짝을 찾아주며 얻는 보람도 크다. 그가 지금까지 결혼을 성사시킨 커플만 300쌍에 이른다. 이 중에서 이혼한 커플은 두쌍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혼례 날짜를 택일해 주는 것도 그의 역할인데, 결혼에 골인한 후 자녀가 태어났다며 이름을 지어달라고 그를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지금껏 결혼상담소를 해오면서 가슴 아팠던 적은 딱 한번. 이혼한 단 두커플 중에는 그의 제자도 포함돼 있었다. 그 후부터는 '잘 안되면 마음이 아프다'는 이유로 결혼식 주례도 삼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초혼 못지않게 재혼 상담자도 많이 찾는 등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그럴 때면 더 신중하게 고려한 후 반려자를 찾아준다는 그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힘든 직업입니다. 사람 심리, 법률, 호적 등에도 박식해야 하는 것은 물론 대인 관계, 대화 능력도 요구되고 있어요. 여기에 양심도 반듯해야 합니다.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좋은 사람끼리 짝을 맺어 줘야 한다는 생각을 지녀야죠."

그는 사람을 만나게 하기에 앞서 그의 사무실 한 쪽 벽에 붙어있는 잠언을 꼭 읽어보고 가게 한다. 거기에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라' '인생은 끊임없이 솔직하라'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열여섯 덕목을 빠짐없이 적어 놨다.

중매를 하면서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교육이라는 문 소장에게는 결혼소장으로서의 역할도 교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금전적인 것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직장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할 뿐이죠. 일을 해야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연을 찾아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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