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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열린우리당 광주시당 에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광주지역 당선자 7명이 모여 우리당 압승을 자축하며 환호하고 있다.
15일 저녁 열린우리당 광주시당 에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광주지역 당선자 7명이 모여 우리당 압승을 자축하며 환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선거는 끝났고 승패는 갈렸다. 전례가 없이 단순했던 선거쟁점은 전례가 없는 지역 정치구조의 대변화를 가져왔다.

15일 치러진 광주전남 17대 총선 결과는 '열린우리당 완승-민주당 참패'로 정리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광주전남 20개 의석 중 14석을 차지했다. 광주에선 7석 전부를, 전남에선 모두 13개 의석 중 7석을 확보했다. 완벽한 승리다.

반면에 민주당은 광주에선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그나마 전남 '서부벨트(목포, 신안·무안, 영광·함평, 해남·진도, 담양·장성·곡성)'에서 5석을 가까스로 얻으며 정당의 명맥을 이었을 뿐이다. 처참한 패배다.

이같은 선거결과는 외연상 '탄핵 정국'이 잉태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에 내재돼 있는 여러가지 정치적 함의(含意)는 광주전남에서의 4.15총선 결과가 주는 의미가 그리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광주전남 4.15총선 결과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 모든 길은 DJ로 통하지 않는다

우선 광주전남 정치주류의 교체가 이뤘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즉 광주전남에 새로운 정치주류세력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광주전남의 정치주류는 DJ를 앞세운 민주당 세력이었다. 이들은 지난 20여년간 광주전남의 모든 정치권력을 독점했다. 중앙정계의 꽃인 국회권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까지 장악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는 철옹성 같았던 민주당 정치권력 독점구조에 근본적 균열을 가했다. 4.15 총선은 20년 민주당 권력독점구조에 가장 냉혹한 민심의 심판이 가해진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역으로 지역민의 손에 의해서 광주전남 신 정치주류가 탄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로 민주당 독과점 정치구조가 강요해온 단순화된 지역 정치이데올로기의 해체를 의미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지역 정치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친DJ-반DJ'였을 따름이다. 따라서 지난 20년 동안 지역 정치세력의 흥망성쇠의 기준도 '친DJ-반DJ'였다. 모든 정치적 노선과 이념은 DJ로 통했던 것이다.

이렇게 획일화된 정치이데올로기는 지역사회의 생명력을 좀먹었다. 건강한 토론과 논쟁의 길은 원천적으로 봉쇄 당했으며, 다름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왕따'를 자처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4.15총선은 DJ가 아니고도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사유영역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앞으로 그 사유의 영역은 보다 확장될 것이다. 17대 총선 과정은 광주전남 시민사회가 자율적 성숙을 일궈 가는 중요한 전기가 됐다.

자기희생 전제하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돼

마지막으로 17대 총선 결과는 이른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멍에로부터 광주전남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란 개념은 1987년의 '비판적 지지론'과 1992년의 '범민주단일후보론', 그리고 1997년의 '수평적 정권교체론'과 궤를 같이하는 정치적 강제술에 불과하다. 그러나 광주전남은 일련의 정치적 강제개념 속에서 한국 사회의 나갈 바를 찾았고 역할을 다하고자 했다.

역할은 '다른 지역 눈치보기'와 '자기희생의 감내'를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대의를 위한 무한한 희생은 '정치의식이 높다'는 말로 미화되기도 했고, 더러 '호남 몰표'라는 비아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17대 총선 결과는 더 이상 광주전남에 정치적 강제술이 적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 남루한 구호는 주인을 따로 찾아야 할 때다. 선택의 폭을 확장시킬 권리가 광주전남에게 확보된 것이다.

새로운 정치주류를 탄생시킨 지역답지 않게 광주전남은 고요하게 밤을 지새고 있다. 흥분하지 않고 들뜨지 않은 이 고요한 적막 속에 광주전남 민심의 모든 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다시 무언가를 선택하게 될 날에 광주전남의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잣대가 적용될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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