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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한 아파트 앞에서 열린 개인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철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한 아파트 앞에서 열린 개인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형수와 공안검사의 대결’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부산 북강서갑에서 정형근 후보에게 패한 이철 열린우리당 후보는 낙선이 확정된 직후 “이미 결과는 어느 정도 나와 있었다”고 밝혔다.

이철 후보에 따르면 부산지역은 “불똥만 튀기면 언제든지 타오를 수 있는 마른 섶”과 같은 상황이었다는 것. 결과적으로 지역주의라는 ‘마른 섶’이 ‘노풍’이라는 불똥을 맞아 본래의 성질대로 활활 타올랐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이철 후보는 “노풍 등이 없었어도 어떤 것을 빌미 삼아서라도 지역주의 감정은 드러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탄핵 역풍) 등으로 그 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면서 “숨죽여 있던 그들이 정 의장 발언 등을 계기로 나온 것이지, 애초부터 지역주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부산지역 ‘싹쓸이 압승’에는 또 박근혜 대표를 통한 ‘박정희 향수’도 단단히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박 대표의 마지막 부산유세에는 200여명이 넘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몰려나와 ‘박근혜’를 연호했다. 이 자리에는 대부분 50~70대 남성과 여성들이 몰려들어 박 대표에게 환호성을 질렀다. 택시운전을 한다는 한 50대는 “박정희 대통령 욕하는 X들은 입에다 X을 처넣어야 한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대들까지 폰카를 들고 몰려들어 박 대표를 둘러싸는 모습을 연출해 그 인가가 흡사 연예인을 능가할 정도였다. 한 20대는 “부산에서는 20대도 박근혜”라고 외치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부산을 찾은 열린우리당 소장파 5인의 긴급 기자회견 때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한-우 엇갈린 반응, “값진 승리”-“교두보 마련”

결론적으로 ‘노풍’이 불씨를 당긴 지역주의와 ‘박풍’이 불러일으킨 ‘과거에 대한 향수’로 인해 한나라당은 17대 총선에서도 텃밭 부산을 기반 삼아 100석이 넘는 거대 야당으로 재기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총선 결과에 대해 양당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투표일 이전부터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염려해 온 열린우리당은 “그나마 1석이라도 건진 것은 4년 뒤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라며 애써 자위하는 모습이다.

홍재균 열린우리당 홍보팀장은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도 현재까지의 어쩔수 없는 민심이라고 본다”며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서 명목상이나마 한 두석을 얻은 것도 전국 정당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4년 뒤를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 결과가 결코 ‘지역감정’에 기댄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전종민 정책실장은 “이번 총선 승리는 지역주의나 지역감정, (호남에 대한) 역지역주의의 반사적 이익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값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실장은 또 “한나라당은 각종 이벤트와 감성 정치로 인한 거대여당의 탄생이 예고된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생명인 견제와 균형을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부산시민의 높은 의식에 찬사를 보낸다”며 “오늘은 부산시민이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날이고, 우리는 부산시민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정확하게 알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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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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