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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김희수
17대 총선에서는 역대 선거에서 수십억대의 음성적 선거비용이 쓰였던 것과 달리 각 후보들이 법정선거비용 한도액을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송 연설 등을 통해 후보자를 알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돈이 요구되고 있어 서민후보들은 유권자와의 만남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개정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연설회나 후보자 합동연설회 등 청중을 동원하는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고, 돈을 주는 후보자나 받는 유권자 모두에게 과태료를 물리고 있어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돈 선거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한 선거운동 등에서 완전한 선거공영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천 만 원의 방송출연 부담을 져가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서민후보의 부담은 여전하다. 1억원 미만의 선거비용을 예상하는 후보들은 선관위가 주최하는 토론회를 제외하곤 방송을 탈 기회조차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송유세 1회에 1600만원 내야... 가난한 후보 ‘울상’

지난 9일 현재 방송출연료만 3200만원을 썼다는 김희정 한나라당 후보(부산 연제)는 “저녁시간대 1회 방송연설을 하는데 1600만원을 내야하고, 다른 인쇄홍보물과 달리 방송홍보는 선불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유권자에게 후보를 알리기가 쉽지 않다”면서 “사실상 유력한 홍보수단인 방송 등에서는 선거공영제가 이뤄지지 않아 돈 안 드는 선거풍토를 만드는 데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토로했다.

홍승하 민주노동당 후보(서울 영등포갑)는 방송출연은커녕 동별로 3명씩 둘 수 있는 유급선거사무원조차 두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구에서 30∼60명까지 쓰는 유급운동원을 홍 후보는 겨우 4명만 두고 있다.

방송토론은 선관위가 주최하는 지역방송 토론회에 1번 출연했을 뿐이다. 홍 후보는 직접 유세차량을 운전하면서 골목을 누비고, 발품을 팔면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홍 후보가 예상하는 선거비용은 5천만원선. 법정선거비용 제한액의 1/3도 안 되는 금액이다. 후보자 재산이 마이너스 4800만원인 홍 후보는 이번 선거비용을 당원들의 특별당비와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돈 없는 정치신인들의 경우 후원금조차 지원받기 어려워 선거를 치르기 위해 빚을 져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부산 남구에서 출마한 도정옥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3천만원 정도로 선거를 치를 계획이어서 전국에서 최소비용으로 선거를 치르는 후보로 기록될 예정이다. 도 후보측은 정당보조금 1500만원을 받고, 1500만원은 은행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고비용정치 타파 위해 선거공영제 등 후속대책 절실

한편 ‘저비용 고효율’을 표방하며 선거법이 개정됐지만, 개정된 선거법 규정을 몰라 일부 유권자들은 여전히 구태의 돈 정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지역에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역대 선거에서는 40억을 쓰면 붙고 39억을 쓰면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표가 한 표가 모두 돈이었다”면서 “이런 관행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달라진 선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여전히 조직동원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송미화 열린우리당 후보(서울 은평을) 사무실에는 매일 조직동원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의가 빗발친다. 심지어 유권자명부를 들고 와서 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송 후보 사무실의 한 관계자는 “자원봉사를 하면 얼마를 주느냐는 문의부터, 두 당 얼마씩 주면 조직을 동원할 수 있다는 등 선거 때 대목을 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거절하기 바쁘다”고 털어놨다.

후보 정당지원금 얼마
야당은‘두둑’, 여당은‘썰렁’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한국 정치상황에서는 정당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무소속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선거비용 가운데 일부를 정당에서 보조받을 수 있다는 것도 무소속 후보와의 차별성이다. 그런데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선거비용에 관한 한 이 같은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보조금 ‘전무’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정치자금 공개내역을 보면 수입란이 거의 후보자 자산 항목으로 처리되어 있다. 현역의원이거나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후보의 경우 일부 후원금이 들어오긴 하지만, 정치신인들의 경우 후보자가 고스란히 선거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현역의원 수에 따라 지원되는 정당국고보조금이 열린우리당은 고작 45억여원에 불과하다. 중앙당 관리비용만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구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보조해준다는 감히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중앙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출마자들에게 일률적으로 750만원을 보조했다. 민주당도 후보자들에게 1500만원씩을 지급했다. 민주노동당도 지구당별로 당원들이 특별당비를 납부해 지역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야당 대부분 특별당비 지급

심지어 녹색사민당도 후보자에게 기탁금용으로 1500만원씩 지원했다. 그런데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선거 시작 전부터 예비후보자들에게 정당차원의 보조금이 없음을 통보했다.

사실상 형식만 여당이었지 속내는 돈 없는 가난한 정당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구에서 출마하는 열린우리당 여성후보는 “정당보조금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신인이기 때문에 후원금도 300만∼4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고, 애초 재산도 없어 대출을 받아 선거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여성후보도 “여당이라는 정신적 프리미엄만 존재할 뿐 실질적 혜택은 전혀 없다”면서 “정당에서 선거비용을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우먼타임스 황훈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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