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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appearance
ⓒ 천경우

천경우 사진전

일정 : 2004년 4월 10일 - 5월 22일
장소 : 한미사진미술관 www.photomuseum.or.kr (02-418-1315)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몽촌토성역 2번 출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맞은 편 한미타워 20층
시간 : 평일 오전 10:00 - 오후 7:00
주말 오전 11:00 - 오후 6:00
이벤트 : 작가와의 만남 2004년 5월 15일(토) 오후 3:00
일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사진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진은 "결정적 순간"의 예술이라는 전설을 믿고 있는 분들이 많은 현실 속에서 '포트레이트'라는 가장 고전적인 양식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 버린 사진 앞에서 선택의 방법은 두 가지다.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새로운 느낌을 쫓아 감정을 몰입시켜 보던지, 아니면 즉시 발길을 돌려 바로 앞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찰나들을 사냥하던지.

증명사진과 같은 정면 포트레이트로 수십 분의 노출을 주어 흑백의 이미지로 찍어 낸 타이틀작 "This appearance, 2002"를 보면 고정되어 있으나 고정될 수 없는 인체의 떨림에 의해 현실의 윤곽은 사라져 버리고 마치 유령처럼 화면에 달라 붙어버린 모호한 영상만 남겨져있다.

▲ Untitled(51)
ⓒ 천경우
▲ Untitled(116)
ⓒ 천경우

작년에 촬영한 가족사진 시리즈의 경우엔 평범한 반신측면 프레임에 구성원들을 교대로 자신의 나이만큼 수분에서 수십 분씩 의자에 앉혀가며 촬영함으로써 어둡게 깔린 톤속에 어지럽게 흐려지고 섬뜩하게 겹쳐져 버린 이미지가 감상자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다.

이런 익숙치 않은 이미지들은 수분을 넘어 며칠동안 흘러가는 시간을 축적시킴으로써 나타나는 결과들로, 현실과 비현실의 애매한 언저리에서 과연 우리의 진정한 현실은 무엇인지 반문하게 만든다.

"사진에서의 진실성이란 무엇일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잡아낸 극적인 장면이 과연 현실의 모습인가?"라는 반문은 수 없이 반복되어 왔으며, 그에 대한 다양한 반론이야말로 현대사진의 큰 줄기로 보아도 크게 틀림은 없다. 천경우의 사진 역시 그러한 근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고 접할 때 좀 더 깊숙한 곳에서 전달되어 오는 파장을 감지하기가 쉬워진다.

▲ 300 Times #3
ⓒ 천경우
▲ EIDOLON #1
ⓒ 천경우

이쯤에서 "불교적 윤회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한국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은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영원히 반복된다. 무한하게 펼쳐진 장소에서 삶과 죽음이 영위되고 있을 뿐, 시간은 결코 잘라낼 수도 특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라는 김승권(사진평론·순천대 교수·전시 리플렛 참조)의 지적은 그의 사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에 좋은 가이드가 된다.

시간이란 것은 회화에선 직접적으로 다루기가 거의 불가능한 소재다. 영화야말로 시간의 배치로 만들어낸 전형적인 표현 방식일 텐데, 그 시간의 흐름을 한 장의 평면에 담아냄으로써 심리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사진매체만이 누릴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자 특권임에 분명하다. (아래 자료사진참고: 시간의 축적을 통한 또 다른 사진적 표현방식들)

천경우의 사진은 그러한 사진매체의 특권을 이용하여 모호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인간과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보다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가족구성원들을 돌아가며 같은 자리에 앉히고 나이에 맞춘 노출시간을 준다던가, 촬영자의 목에 걸린 카메라의 떨림으로 인형을 사람처럼 보이게 하여 현실의 모호함을 더 깊게 만들어 버린 'EIDOLON' 등과 같은 몇 가지 암시들을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있는 감상의 방법이겠으나, 어둡고 무겁게 깔리는 이미지들을 마주 대하며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야말로 그의 수고에 대한 가장 적절한 화답이 아닐까?

▲ reMEMBERed #2
ⓒ 천경우


작가약력
천경우 Kyungwoo Chun

1969 서울출생
1992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1996-2000 독일 부퍼탈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사진전공, 졸업 (Diplom Universitaet GH Wuppertal)
1998 독일아그파 사진상 수상
2001-02 독일 니더작센주 선정 후원작가(Delmenhorst)
2001 한국 문예진흥원 개인전시 지원 선정작가
2002 Finalist, ArtLink@Sothebys IYA, New York / Tel Aviv
2004 Artists-in-residence, Centro Cultural Andratx, Spain

- Solo Exhibitions(개인전)

2004 천경우사진전, 한미 사진미술관
2004 INTERVALS, Galeria FF / Forum of Photography, Lodz, Poland
2003 reMEMBERed, Odense Foto Triennale, Museet for Fotokunst, Denmark
2003 EIDOLON, Pruess & Ochs Gallery, 독일, 베를린
2002 this appearance, 독일 델멘호스트 시립갤러리
2001 천경우개인전 1998-2001, 성곡미술관
2001 Thirty Minutes Dialog, 갤러리 Image, 덴마크 아루스
1998 Zeitraum im Verschwinden, Werkraum Uerdingerstr, 독일 쾰른
1994 Aura, 바탕골 미술관

- Public Collections

Museet for Fotokunst, Odense, Denmark
Haus Coburg / Staedtische Galerie Delmenhorst, Germany
Artlink, Tel Aviv, Israel
Museum fuer Kunst und Gewerbe Hamburg, Germany
Fundacio Centro Ordonez / Falcon de Fotografia, San Sebastian, Spain
Centro Cultural Andratx, Spain


[참고사진]

▲ 밤바다, 2001 photokr.net 발표
ⓒ 김도한

장노출기법의 보편적 사용처는 물이나 안개의 움직임을 그려내는 것이다. 파도가 안개처럼 그려지는 몽돌 사진은 라이브러리 작가들이 즐겨 촬영하는 장면인데, 대개 일몰이나 여명에 의해 붉거나 푸르게 처리된다. 당시 아마추어였던 김도한은 나트륨등에 비친 연두빛 이미지로 색다른 느낌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 "엘리스에게" 연작 중 , 1997 광주비엔날레 전시
ⓒ 박홍천

번잡한 놀이공원에서 수십분의 장노출로 촬영된 이미지는 모든 살아있는 움직임은 지워지고 가공의 구조물만 남아 있는 을씨년스런 풍경이 되었다. 현실과 비현실을 공존시킴으로써 삶과 죽음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으며, 미디어권력에 의해 가공된 이미지의 허상을 폭로하고 있다.

▲ "나의 바다" 연작 중 , 2004 휴스턴비엔날레 전시
ⓒ 한성필

야간의 바닷가에서 수십분의 장노출로 촬영된 이미지. 사회적 메시지로부터 자유로운 극히 사적인 감상이 담겨있다. 바다의 또 다른 색깔과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자의 감정에 실어 바라보아도 충분하다.

▲ 전시장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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