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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이 지난 대선에 이어 또 다시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지역구 후보에게 찍은 표는 사표(死票)가 될 것이니 열린우리당에 모아달라는 주장이다. 그 절박한 심정은 이해되지만 이번엔 동의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과는 달리 꼭 그렇게 해야 할 상황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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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면 드러나겠지만, 17대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동당이 동의해주어야 과반을 확보하게 되는 의석 분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구도를 선호하고 기대한다. 혹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당내 진보적인 의원들이 민주노동당과 연대하여 분위기를 주도해가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제 할 일을 제대로 해놓지 않고 다급해지면 읍소하는 방식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이번에는 열린우리당(특히 유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진 빚을 갚아야 할 형편이 아닌가. 또 총선은 대선과는 다르다. 여당이 꼭 다수당이 되고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이기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당초 목표가 개헌저지선 확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도 정동영 의장이 120석으로 제시한 바 있으니 그 문제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결과를 겸손하게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나는 본래 수구정당이 거(去)하고 건강한 보수정당이 안착한 후에는 진보정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는 생각에 교수들의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에 참여했던 것이다. 조금 이르다는 생각도 했지만,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에 앞당긴 측면도 있다. 몇 달 전 <문학과 경계>의 요청으로 선생님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 때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군복을 입었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보수정당들의 차별성은 없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매 한가지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민주당 후보에 표를 주지 않았으며, 늘 진보정당을 찍었다."

조금은 의외였고 충격적이었다. 물론 선생님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있어서 진보정당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었다는 현실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의치 않고 진보정당에 표를 준 과단성에 놀란 것이다.

얼마 전 쓴 글 '서지문 교수님 민노당 찍으세요'에서 최소한 정당투표에서는 민주노동당을 찍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일과 민주노동당 지지 교수선언 참여를 두고 재미있는 반응들이 있었다. 대체로, 뜻밖이지만 잘했다는 평이었다. 진중권씨는 나머지 한 표도 민주노동당을 찍게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하기도 했다. 그건 나도 아직 모르겠다.

이런 참에 유시민 의원의 읍소는 궁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누울 자리를 잘못 보고 발을 뻗은 셈이다. 그러면, 열린우리당 후보는 어차피 될 것이니 사표 만들지 말고 민주노동당 후보들에게 용기가 되도록 2등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하면 동의하겠는가.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거나 제1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굳게 뭉쳐 있지만 수적으로 한계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근거한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지난 주말을 고비로 수평선을 긋고 있다고 한다. 이 기조가 끝까지 이어질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사표론에 흔들릴 필요 없이 소신껏 투표를 하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꼭 투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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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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