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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이 13일 자발적으로 광화문으로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네티즌들이 13일 자발적으로 광화문으로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광화문 네거리에 대낮부터 촛불이 켜졌다.

국민을협박하지말라(아래 국협, cafe.daum.net/antitanhaek) 인터넷 카페회원 10여명은 광화문 교보문고 앞 열린공원에 모여 촛불과 '탄핵무효' 카드를 든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협 인터넷카페의 한 네티즌이 2~3일 전 "식어가는 탄핵정국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광화문 촛불침묵시위를 해야겠다"고 제안했고, 12일부터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기겠다"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있어왔다.

이에 지난 12일 밤 20여명의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촛불시위를 벌인 데 이어 13일 오전 9시에도 시위가 열렸다. 13일 오후 1시30분 현재 10여명의 회원들은 1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앉은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참가자들은 각자 정해 놓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한다. 촛불시위는 오늘 밤 9시까지 진행되며 총선 당일인 15일까지 계속된다.

"냄비근성 부정하고 싶어 대낮에 초 들었다"

휴가를 내고 이 자리에 동참했다는 진아무개(33)씨는 "어제 정동영 의장이 사퇴하는 것을 보고 한탄스러워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다른 건 몰라도 탄핵무효와 투표참여는 국민들에게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김재수(28)씨는 "3·12 탄핵 가결 이후 서울로 올라와 국협 관련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정치적으로 누구를 찍어야 한다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근성이 너무 아쉽다"고 밝혔다.

이날 정오쯤에는 '넥타이부대' 2명도 시위에 동참했다. 은행에 근무하는 최형삼(46)씨와 김복열(47)씨다. 이들은 "카페의 공지사항을 본 후 점심도 거른 채 광화문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회사가 마포라는 김씨는 "사무실에 있어봤자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해서 여기에 왔다"며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걱정이다. 탄핵정국은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수구언론들이 지역주의 부추기는 데 분통 터진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김씨는 또 "수구정치인들과 언론이 지역주의를 다시 들먹이고 있고 보수와 진보를 갈라놓는 것 같다"며 "선거 뒤 어떻게 수습을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수구언론과 정치인들이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손수 김밥을 준비한 이연희(45)씨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 탄핵되던 날 같이 울었다"면서 "아들에게 공부를 잘하라고 말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대접받지 못하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라고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한편 국협 회원들은 광화문 외에도 도봉산, 서울역, 수원, 부산 양정, 서면 등 지역의 주요 거점에서도 자발적으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국협 관계자에 따르면 총선 당일에도 투표를 마친 회원들은 광화문에 모여 촛불시위에 동참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회원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지방 회원들은 투표를 마친 뒤 곧바로 자발적으로 촛불시위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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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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