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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 표언복 교수
목원대 표언복 교수 ⓒ 권윤영
"방학숙제 내고 가정통신문 보내는 대학교수 보셨습니까?"

'초등학교도 방학숙제가 적어지는 마당에 대학에 방학숙제라니?'하고 귀를 의심할만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있는 일이다. 바로 목원대학교 표언복(52) 교수의 독특한 강의에 관한 이야기다.

‘괴짜, 독불장군!’으로 불리는 표 교수는 학교 내에서 악명(?)이 높다. 이는 그의 교육방법이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평소에 과제는 많이 제출하는 것은 물론 방학에도 숙제를 냅니다. 숙제도 없다면 학생들이 방학 기간에도 내내 펑펑 놀 거 아닙니까.”

표 교수는 학점을 주는 것도 인색하다. 하지만 학점은 주는 기준만큼은 공정하다.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에게는 좋은 점수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점수를 준다는 것이 그가 학점을 주는 공정한 기준이다. 상대평가가 원칙이지만 그는 학교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절대평가를 한다. 공부를 많이 했으면 전원 A가 될 수도 있고, 형편이 없다 싶으면 전원이 F학점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해 2학기에는 타 학과 부전공자 한 명만 C학점을 받고 나머지 학생들은 전원 F학점을 받았다. 서로 리포트를 보여주고 베끼고 분담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 그 이유였다.

표 교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교수로 유명하다
표 교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교수로 유명하다 ⓒ 권윤영

“안 그런 학생도 물론 있었지만 학과 분위기가 이래선 안 되겠다고 말하고 공동책임을 물어서 낙제학점을 줬죠. 그것 때문에 장학금을 못 받은 학생, 기숙사에 들어가진 못한 학생도 있어요. 원성도 높았지만 결국 학생들이 다 이해를 했답니다. 이의제기 하는 전화 한통 없었으니까요.”

그는 전공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과목만을 수업하고 있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제발 많이 좀 오지마라”고 통사정을 해도 그의 수업을 들으려는 수강생들이 많다. 이는 학생들도 그의 속내를 이해하고 믿기 때문.

표 교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교수로도 유명하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관심이 지나친 데 대학에만 보내놓으면 완전히 관심을 끊더라고요. 부모들이 비싼 등록금만 내고 자녀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모르고, 이삿짐을 들고 와서 용돈만 주고 교수는 찾지도 않고 그냥 가더라고요. 임용고사에 대해 상담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 좋을 텐데 그냥 가는 게 많이 섭섭했어요.”

그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인 대학교 1, 2학년의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마음으로 10여 년 전부터 가정통신문을 보내기 시작했다. 답안지의 약점과 장점을 평가한 메모, 수강생 전원의 성적 분포도를 편지와 함께 동봉한다.

게시판에 후원하는 학생들이 소개되어 있다.
게시판에 후원하는 학생들이 소개되어 있다. ⓒ 권윤영
학부모들의 반응은 즉각 나타난다. 가정통신문을 받는 즉시 전화를 주거나 편지,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대학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표 교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다.

“4월 중간고사를 끝내고 MT를 가서 신나게 놀고 있던 학생이 있었는데, 아버지한테 당장 올라오라는 호출이 떨어진 겁니다. 영문도 모르고 올라간 그 학생은 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에게 호되게 매질 당했답니다. 방안에는 제가 보낸 편지가 펼쳐져 있었고요. 그 학생 아버지가 자신도 교직에 있지만 이런 교수는 처음 봤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었죠.”

한 어머니는 아들한테는 비밀로 하자며 졸업할 때까지 상담을 요청해오기도 했다. 학업, 아르바이트, 휴학 등에 관련해서 지금껏 상담을 해오고 있다. 입소문을 듣고 설마 했던 학생들에게 실제로 날라 오는 가정통신문은 대학생활의 길잡이이자 극약처방이 되기도 한다.

그는 6년 전부터 학생들과 의미 있는 일을 시작했다. 소년소녀 학생과 결연해 그들을 돕기로 한 것. 돈과 관련된 일이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밥 한 끼 덜 사먹고 한 달에 천 원씩만 모아서 돕자”는 그 이야기에 학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각 학년별, 대학원생들, 그리고 표 교수까지 한 명씩 총 6명을 돕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선생님이 될 학생들인데 교육이라는 것은 지식전달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인간적 품성을 배우고 여러 계층이 어울려 사는 사회라는 인식을 넓혀주기 위해 시작한 일입니다. 실제로 깨달음도 많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제자들이 십시일반 돈만 보내주는 줄 알고 있었는데, 언젠가 우연히 후원하는 아이와 수시로 만나기도 하고 편지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표 교수는 말없는 감동을 느꼈다. 길만 제시해줬을 뿐이었는데 철부지로만 알았던 제자들은 너무나 착한 마음을 지녔다. 그 후로는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더 많이 자라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교수가 없다고 대답하는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표 교수는 제자들의 가슴에 참스승으로 기억되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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