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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3일자 2면 기사. 조선일보는 자사를 비판한 MBC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가 드디어 MBC를 향해 대대적인 선전포고를 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MBC가 <시사매거진 2580>과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하 <사실은>) 등을 통해 자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선언했다.

그간 많은 지면을 활용해가며 MBC의 일부 시사프로그램을 강력 비판해왔던 조선일보가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어들여 총력전을 펼 의지를 밝힌 셈이다.

조선일보는 13일자 가판을 통해 "허위사실에 근거해 지속적이고 악의적으로 조선일보를 비방해온 MBC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반론보도를 요구하는 한편, 가능한 모든 수단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MBC의 법정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3월 개혁성향의 김중배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가 MBC 사장으로 부임한 뒤 조선일보와 MBC의 대립전선이 본격화됐다. 양측은 잇따라 보도전쟁을 벌이며 여러 차례 법정공방을 벌였다.

이번 격돌도 상대를 겨냥한 비판성 보도에서 촉발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탄핵정국 이후 MBC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MBC는 이후 조선일보의 편파보도 및 선거개입 등을 비판하는 보도를 연속해서 내보냈다.

<조선>, "허위사실 근거로 악의적 비난"

조선일보가 보도비평에 머물지 않고 전면적인 법적 대응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지난 10일자 <사실은>과 11일자 <시사매거진 2580>의 방송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은>은 10일 방송분에서 "근래의 조선일보 총선 사진보도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있다"며 편파성을 비판했다.

또 <시사매거진 2580> 역시 11일 '또 선거개입' 편에서 "조선일보가 역대 주요한 선거에서 불공정한 보도로 선거에 개입했다"며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후보 편들기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사매거진 2580>은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조선일보의 뜻과 다르게 당선된 노무현 후보에게 취임 때부터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그같은 맥락에서 <시사매거진 2580>은 "이번 4.15 총선에서도 조선일보가 선거개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공공연히 탄핵정국을 조장했다"고 관련 보도사례를 제시했다. 시사매거진 2580>은 지난해 8월부터 대통령 탄핵을 조장하고 쿠데타를 선동하는 듯한 글을 썼던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겸 대표의 모습도 쫓았다.

▲ <조선일보> 13일자(왼쪽)와 12일자 미디어면 기사. 모두 MBC <사실은> 등 시사 프로그램을 겨냥해 비판하고 있다.
ⓒ 조선일보 PDF
<사실은>과 <시사매거진 2580> 자사 비판보도 문제삼아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3일자 기사에서 "'<시사매거진 2580> <사실은>이 허위사실을 적시하며 조선일보가 총선에 개입한다고 비방하고, MBC·한겨레 등 다른 미디어와의 형평성을 무시한 채 교묘한 화면편집과 사실왜곡으로 조선일보의 명예를 짓밟았다'며 12일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두 프로그램 방영분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조선일보는 "<시사매거진 2580>의 경우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가 IMF 재협상론을 제기한 시점을 12월 5일로 주장했으나 12월 1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또 <시사매거진 2580>이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시한 조선일보의 '이회창·노무현 후보 기사 제목' 비교에서도 "의도적으로 노 후보 부분은 부정적 부분만을, 이 후보측은 긍정적 부분만을 자극적으로 편집왜곡해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사실은>과 <시사매거진 2580>이 10일과 11일 연달아 제기한 총선사진 보도의 편파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조선일보는 "한겨레·MBC 등 다른 미디어도 조선일보와 유사한 장면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사진을 같은 시기에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MBC 제작진 "충분한 검증 거쳐 방송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선일보의 반박에 MBC 제작진은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사실은> 제작진은 "조선일보 사진보도의 편파성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대상으로 전문가와 언론학자 등의 모니터 및 검토를 거쳐 의견을 취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도 "조선일보의 이같은 반발이나 대응을 사전에 미리 예상했다"며 "일일이 자료를 다 찾아다 검토하면서 확인했다"고 답했다. 그는 조선일보의 법적 대응 방침에 대해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조선일보가 MBC의 '대선후보 비교시리즈 편파 부각설'과 '탄핵정국 조장론'에 대해 부인하는 것과 관련,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를 다룬 시리즈는 분명 편파적으로 비교한 보도였다"며 "일부 사설과 칼럼을 들어 '탄핵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하는데 막상 읽어보면 조선일보가 탄핵에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틀 연속 'MBC 때리기'
1면과 사설 등 대대적으로 보도..."<사실은> 폐지하라"

▲ <조선일보> 12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는 12일과 13일에 걸쳐 이틀 동안 자사 지면을 통한 대대적인 'MBC 때리기'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먼저 12일자에서 1면 중간 머릿기사로 「MBC '신강균...' 엉뚱한 사람 목소리 녹취 전여옥 대변인 인터뷰로 방송」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또 A6면(미디어면) 전체에 <사실은>을 비판하는 관련 기사를 2개나 실었다.

두 기사의 제목은 「MBC '신강균의 사실은...' 짜깁기 편집 이어 '엉뚱한 인터뷰 물의」를 머릿기사로, 「오직 조선일보만 때리기-'신강균...' 같은 장면 실은 타매체는 비판 안해」를 중간 머릿기사로 각각 실었다.

이어 조선일보는 같은 날 「MBC '신강균의 사실은'의 거짓과 왜곡」제하의 사설을 실어 해당 프로그램의 폐지를 강력하게 권유했다. 조선일보는 "특정 신문을 비방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의 터무니없는 사실왜곡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난 9일 방송은 조선일보가 여야 당 대표들의 사진을 차별적으로 찍어 싣는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았다"고 전했다.

또 전여옥 대변인 인터뷰 오보에 대해 "당사자 확인조차 거치지 않는 부실투성이 제작태도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프로그램의 이름에 '사실'이라는 단어를 버젓이 달고 있는 것을 보면 배포도 보통 배포가 아니다"며 "거짓과 왜곡으로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훼손하고 방송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13일자에서도 2면 중간 머릿기사로 「'시사매거진 2580''신강균의 뉴스...' 본사, MBC에 법적 대응」이라는 제목 아래 자사의 법적 대응 방침을 다뤘다. 또 A6면(미디어면)에 「"MBC 시사프로 갈수록 편파...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시사매거진 2580의 '왜곡'」이란 제목으로 MBC 시사프로그램의 편파성을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시사매거진 2580>과 <사실은>뿐 아니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주부대상 아침프로그램인 <아주 특별한 아침>까지 총선을 앞두고 특정 인물·주제 등에 관련된 내용을 다뤄 야당에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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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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