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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오후 구포시장 앞에서 열린 정형근 한나라당 부산 북강서갑 후보의 연설회를 지켜보는 유권자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7대 총선을 5일 남겨 놓고 부산지역 열린우리당 후보들 사이에 급격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위기감이 높아지는 이유는 최근 박근혜 효과와 노풍(老風)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지역 민심이 돌아서고, 한나라당 지지세력 결집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부산시지부에서는 이미 후반전으로 접어든 총선 정국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조성래 시지부장 등 간부들은 9일 오후 시지부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현재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판단,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조 시지부장은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부산지역 선거상황이 한나라당이 다시 '싹쓸이'를 할 수 있는 비상상황임을 공동인식하고 이에 적극 대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이대로 가다간 두 세 석도 힘들지 않겠느냐"

애초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부산지역 18개 지역구 중 9개 지역 석권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실제 공식 선거운동 돌입 직전까지는 18개 지역구 중 17개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1위를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거가 종반전에 접어드는 지금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것이 시지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대 7개 지역구로 판단했던 '우세지역'이 급격히 줄어, 현재는 1∼2개 정도만 제외하고는 '열세' 또는 '접전지역'으로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부산시지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현재는 (애초 9석 보다) 목표가 줄어 약 6~7석 정도 되지 않겠느냐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이 지난 9일 시지부에서 만난 다른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부산에서 2~3석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솔직한 내부 판단"이라고 전했다.

각 지구당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노혜경 후보 캠프(연제)의 김종태 사무국장은 "지금은 사실상 백중세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길 후보 캠프(영도)의 김형길 보좌관도 "아직 뒤집어진 것은 아니지만 막판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정 의장 발언' 안이 대응 틈타 지역주의 부활

▲ 조성래 부산시지부장이 9일 비상대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오마이TV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현재 위기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첫째 원인으로는 정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촉발된 한나라당 지지층의 재결집이 꼽힌다.

김형길 보좌관은 "결정적이고 최고 영향력이 큰 것은 뭐니뭐니해도 '노풍'"이라며 "실제 아침 출근 시간대 유세를 나가면 '연세 있는 사람들은 투표하지 말라며'라는 핀잔을 매일 같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윤원호 부산시지부 공동선대위원장도 "한나라당 지지층들이 대선 자금 수사 등으로 아무 소리도 못하다가 이번 발언을 빌미 삼아 나서게 된 것"이라며 "한마디로 울고 싶을 때 뺨 때려 준 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 의장 발언 뒤의 '안이한 대응'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매우 지배적이다. 조성래 시지부장은 "영남 지역의 경우 정 의장 발언이 서서히 효과를 가져왔는데, 이를 무시한 것이 원인"이라며 "초기 판단의 잘못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건 당시 정 의장이 선대위원장을 그만뒀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길 보좌관도 "정 의장이 발언 뒤 부산을 방문한 것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지적하며 "부산을 찾았으면 최소한 선대위원장 자리는 내놓고 사과할 줄 알았는데 어설프게 '탄핵'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려 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그 동안 숨죽여 있던 한나라당 조직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지역적으로 색깔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9일 해운대기장을 지역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빨갱이'로 비난하는 유인물 수 십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분위기가 크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표정관리에 들어간듯하다.

전종민 한나라당 부산시지부 정책실장은 "박근혜 대표 취임 이후에 분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지고 있다는 심정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박근혜 대표 부산 방문... 열린우리당 우세 지역 '중점 유세'

이같은 위기 상황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일단 정면돌파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정 의장 발언으로 촉발된 한나라당의 약진 현상을 '신지역주의'로 규정, 시민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지부는 총선을 3일 앞둔 12일 오전 11시55분부터 각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서면에서 '대통령 탄핵 의회쿠데타 1달' 행사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같은 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다시 부산을 방문, '박풍(朴風)' 재점화에 나설 예정이어서 양당의 이벤트가 각각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현재까지 열린우리당 우세지역으로 알려진 영도와 사하을 지역구를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어서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열린우리당 중앙당 관계자 "부산 위기 수도권으로 번져"

한편 열린우리당 중앙당의 한 핵심 선거대책 담당자는 9일 오후 "부산경남 전체와 수도권 일부는 정말 심각하다"면서 "매일 의석이 서너개씩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핵심 선거대책 담당자는 "최근 3~4일동안 급격하게 좋지 않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여러 단위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남 일부에서는 정동영 선대위장의 거취도 다시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록 노풍이 일정하게 있었다고 하지만 박근혜 바람을 탄 보수세력의 응집력이 이렇게 큰 위력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관계자는 9일밤 "열린우리당의 위기 의식은 이제 결코 엄살이 아니다"면서 "전체적인 판세가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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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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