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모임 포스터
모임 포스터
"정치인이 제일 무서워하는 유권자가 누구냐하면요, '당신 총선연대 낙선대상자 아니에요?, 홈페이지 보니깐 선거법 위반했던데?' 등 후보자와 관련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죠."

TV토론에서 본 내용이라며 말을 시작한 한 학생의 이야기에 <목요 북카페> 토론회에 모였던 대부분의 회원들이 공감했다.

8일 목요일 오후 6시 30분 영남대 종합강의동 206호. 격주마다 진행되는 <목요 북카페>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주 모임의 주제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책 대신 시사토론으로 잡았다. 주제는 'Not Bullet, But Ballot'(총탄대신 투표로).

20대들 10여명이 이야기하는 '탄핵정국과 17대 총선'. 물론 전문가들이 포진한 토론회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20대가 고민하는 상큼하고 발랄한 주장과 내용들로 가득했다.

이날 토론회는 △ 지역주의가 과연 퇴조할 것인가? △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 한국정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 새로운 선거법과 달라진 선거문화 장단점은? 등으로 구성되었다.

지역주의,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주제발표에 나섰던 정치외교학과 서광호군은 "많은 설문조사와 각계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주의‘가 퇴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그 이유로 △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 △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을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군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하더라도 지역주의는 쉽게 퇴조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지역주의의 구조적 요인인 이데올로기적 경직성과 선거제도의 개선 정도가 너무 미약하다는 것.

또 서군은 “‘남북분단‘상황은 여전히 한국정치의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역시 보수정치 세력을 위협할 힘이 부족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는 스스로의 노력과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아니라 ‘탄핵 특수‘라는 일시적 효과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20대들 10여명이 이야기하는 ‘탄핵정국과 17대 총선‘. 전문가 토론회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말잔치는 아니었지만, 20대가 고민하는 상큼하고 발랄한 주장과 내용들이 쏟아졌다
20대들 10여명이 이야기하는 ‘탄핵정국과 17대 총선‘. 전문가 토론회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말잔치는 아니었지만, 20대가 고민하는 상큼하고 발랄한 주장과 내용들이 쏟아졌다 ⓒ 허미옥
이날 참석자들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효력을 발휘한다는 데는 일정 정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사회학과 오현주양은 “지역주의는 지역민들 사이에는 서서히 해체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수시로 이를 활용한다“며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더라도 여전히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민주당으로 규정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기계학과 김주완군 역시 “현재 각 지역별 정당지지율을 보더라도, 아직까지 지역주의 투표성향은 여전하다"라며 “전라도에서 민주당이 몰락하고 열린우리당이 우세하더라도, 대경지역에서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토목공학과 손병철군은 “지역주의 근원은 5월 광주에서 찾을 수 있다“며 “당시에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던 시기였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용하지 않더라도 시민들 사이에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시민들사이에서 지역주의가 많이 완화되고 있고, 이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고 밝혔다.

진보정당 원내 진출, 첫 마음 변하지 않도록

주제발표에 나선 정치외교학과 서광호 군
주제발표에 나선 정치외교학과 서광호 군 ⓒ 허미옥
<목요북카페> 참석자들이 주된 관심을 보인 것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 할 경우 '첫 마음을 잃고 보수화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서광호군은 전경련 발표 자료를 인용하며 "전경련이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료에는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이뤄질 경우 ▲정치투쟁이 심해진다 ▲근로시간단축 ▲비정규직 문제 ▲임금인상 및 근로조건 개선 등으로 노사간 마찰이 심해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참석자 대부분은 단호하게 '노(no)'라고 의사를 표시했다.

국문학과 김연중양은 “TV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지적한 것처럼, ‘의회 밖에서는 그렇게 주장하더라도, 의회 내에 들어오면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가 따를 것이다‘는 주장이 타당하게 들린다“라며 “이는 민주노동당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이뤄진다면 높을 대로 높아진 국회의 불필요한 권위를 낮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광호군은 “유시민 의원이 면바지 입고 국회에서 봉변을 당했지만,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점퍼를 입고 출근할 건데, 그때 국회의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국회가 가진 불필요한 권위가 또 한 번 깨질 수 있다는 것.

'민주노동당이 보수화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가 토론회 중간에 다시 쟁점이 되었다.

“노동계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있고, 지도부 대부분은 화이트칼라인데, 이들이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제기에 참석자의 대부분은 “노동단체 지도자가 반드시 노동자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수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정책을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고 맞섰다.

또한 "민주당이 보수화되면서 열린우리당이 분리돼 나온 것처럼 세월이 흘러 민주노동당도 보수화되면 분당될 것인가?"에 대해 참석자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예측과 “민주노동당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정책의 선명성과 정당 민주화이기 때문에 당 자체내에서 보수로 회귀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달라진 선거문화, 노인들 소외 극복방법 찾아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규탄하는 시민들은 많지만 '가진자의 또 다른 탄핵'이라 할 수 있는 송두율 교수 7년 구형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는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규탄하는 시민들은 많지만 '가진자의 또 다른 탄핵'이라 할 수 있는 송두율 교수 7년 구형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는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 허미옥
한편 달라진 선거문화가 노인층을 소외시킨다는 것과 TV토론회에서 지지율이 5% 이상 되지 못하는 후보는 배제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와 관련 일부 참석자들은 "이는 17대 국회에서 논의할 내용이며, 18대 총선에서는 보완될 것이다"라는 다소 희망 섞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번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가 선관위로 부터 조사를 받은 바 있는 사회학과 이고은양은 “다소 문제점은 있지만 바뀐 선거문화로 인해 젊은층들의 정치관심이 조금은 높아진 것 같다“며 “최소한 후보가 자신의 정책은 알고 나오지 않나"라고 말했다.

<목요북카페>는 어떤 모임?

영남대 <목요 북까페>는 '책으로부터(EX-LIBRIS)' 시작되는 세상의 길이라는 기치 아래 지난 2002년 3월 28일 영남대 총학생회의 후원으로 시작했으며, ‘저자와의 대화‘ 첫 주인공은 <정치와 법치> 정태욱 교수(법대)였다.

초기와 달리 총학생회 후원 없이 올해까지 총 70여 회 모임을 진행해온 <목요북카페>는 책과 사람을 사랑하는 영대인의 모임이다. / 허미옥
즉 과거에는 참모들이 정책을 만들면, 후보자들은 유권자들과 악수만 하고 연설회 단상에서 준비된 글만 읽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최소한 자신의 정책이 무엇인지 공부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국문학과 김연주양은 "기존 운동장 유세는 너무 권위적이었다"라며 "교장 선생님처럼 단상 위에 서서 학생을 내려보는 형태였다"고 유세장 분위기를 묘사했다. 또한 "지금은 카메라 앞에서는 일정 정도 예의를 차리고, 정해진 시간도 지키는 등 선거를 대하는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송두율 교수 7년형은 또다른 탄핵...관심 부족 아쉬워

마지막으로 이날 토론회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김연주양은 "송두율 교수 7년형 선고는 또 다른 탄핵 아닌가?"라며 총선에만 집중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국문과 정명화양은 "선거시기에만 후보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평소에 그들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관심이 선거시기에만 집중된다면 결국 정치권을 변화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