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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이 보이는 진관외동 풍경이다. 이 지역은 뉴타운 2지구로 분류되어 있다
ⓒ 김진석
"정작 땅을 가지고 있는 지주여도 지역 특성상 표준공시지가를 대입하면 개발 전후로 별 이익이 없습니다. 또 거주지를 다른 곳에 둔 상가 세입자들도 삶의 터전을 통째로 잃어버리지만, 아무런 보상이 없습니다. 결국, 가장 이익을 본 사람들은 외부 투기자입니다."

33년간 그린벨트에 묶였던 은평 지역이 뉴타운 개발로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은평구 유성공인중개사 사무소 석순일(26)씨는 "이미 먼저 투기한 사람들이 매물을 팔아 그 차액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발 이익이 정작 원주민들에겐 합당하게 환원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평했다.

서울시가 강남·북 균형 개발을 위해 마련한 뉴타운 사업이 은평구에 첫 삽을 떴다. 서울시는 기존 재개발사업과 달리 원주민의 피해를 최소화 해 세계적 생태전원 도시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서울시가 뉴타운으로 지정한 은평, 길음, 왕십리 중 첫 번째로 개발 될 은평 진관내 1지역은 23만평으로 오는 2006년 말 완공된다.

은평 뉴타운 1구역은 일반분양 2000여 세대와 임대아파트 등 모두 4442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의 형태도 기존과 달리 7층짜리 'ㅁ'자 형태의 중정형부터, 탑상형 등 다양한 형태를 띠며 연립주택과 단독주택도 골고루 배치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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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의 인지도냐, 송미화의 탄핵 심판이냐


뉴타운 개발 은평을 선거의 쟁점

한나라당 이재오(58) 후보와 우리당 송미화(42)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은평을 지역구의 경우 '뉴타운'이 중요한 선거쟁점이 되고 있다.

은평뉴타운개발지역(진관내외동일대)은 은평을 선거인수 19만4838명 중 대략 9%인 1만7809명을 차지한다. 은평을 17대 총선에 나선 후보들은 모두 1순위 주 공약으로 '은평뉴타운개발에 따른 주거환경개선'을 내걸었다.

'은평 뉴타운 개발'이 은평지역 전체의 현안이자 더 나아가 외지인들에게도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원주민의 재정착을 위해 ‘원주민 공동 이주 정착단지’ 를 마련하고, 또 세입자에게는 임대 아파트를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개발 후 재정착에 들어갈 비용이 더 높아질 거라는 전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발만 생각하면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요. 분양권 혜택이 상가 주인을 포함해 그 순위가 저에게까지 올 거라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돈 없는 사람들이 재개발 후 비싼 분양금을 물고 이지역에 어떻게 재정착을 하느냐입니다."

등산 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가 세입자 남문섭(42)씨는 "이 곳은 비록 거주지는 아니어도, 그간 네 식구의 목숨을 지킨 엄연한 삶의 터전이었다" 며 "재정착을 하거나 다른 사업을 시작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 3호선 구파발역 앞에 위치한 뉴타운 홍보관 상설 주차장
ⓒ 김진석
현재 은평 뉴타운 1지구 주민대책위원회는 "서울시가 보상가 기준으로 정한 표준공시지가가 33년간 묶었던 재산의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며 그린벨트해제, 타지역 상승률, 지목별 형평성 유지 등을 반영한 보상가를 서울시에 요청했다. 또한 이들은 임대 아파트를 얻는 세입자를 위한 저금리 융자지원 제도와 영세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보상가에 대한 문제는 서울시가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들의 검증과 전례가 중요하다"면서, "다른 재개발과 달리 세입자들을 포함한 원주민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재정착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33년 그린벨트 햇볕드니 빈손이네, 주민에게 헐값착취 서울시에 헌납인가!"
“33년 매친(맺힌) 원한 특별 조례 보상하라! 누구를 위한 뉴타운 개발이냐?”

은평 뉴타운 개발 진관내 1구역에 들어서면 주민들의 현수막과 '리조트 같은 세계 전원도시,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더불어 사는 도시' 라고 문구를 내건 홍보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홍보관엔 외지인과 원주민이 5:5의 비율로 방문을 하며 하루 평균 100여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북한산을 낀 은평 개발 진관내 1지역은 작은 구멍가게와 기와지붕의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그 모습이 꼭 70년대를 연상시킨다.

▲ 한 주민이 선거 홍보물을 유심히 보고 있다. 그 모습뒤로 밭을 경작하는 할머니의 모습과 쌀을 말리고 있는 주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김진석
또 이 곳은 다른 지역보다 무허가 영세민들 및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으며, 평균 최소 10여년 이상 거주한 50~60대가 터를 닦은 곳이다. 50, 60대의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평뉴타운개발' 과 연계한 각 당의 공세는 화려했다. 한나라 이재오 후보는 "서울에서 1등인 도시로 만들 것" 이라고 했으며, 우리당 송미화 후보는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만들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이성일(36) 후보는 "문화 생태계 도시" 를 내걸고 민노당 정태연 후보는 "철저한 서민 주거 안정 도시" 를 약속했다.

그러나 34년간 거주한 조단희(54)씨는 “후보들이 나와서 선심공약은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라는 부분에 대해선 모두 구체적으로 말이 없다” 며 “총선 끝나고 갑자기 개발이 몰아 칠 것 같아 그저 불안하다” 고 한숨 쉬었다.

은평 뉴타운 1지구 주민대책위원회 또한 “각 당이 공약을 내걸고 관심을 가져주는 건 고맙지만 우리에겐 생존권이기에 단순히 총선을 맞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한나라 이재오 후보는 자신이 "이명박 시장과 같의 약속한 사업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또 서울시와 주민들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줄 최고의 적임자”라며 “양도소득세폐지와 저금리 대출 혜택 등의 법적 조치를 통해서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 할 것” 이라고 밝혔다.

우리당 송미화 후보는 “정착민들을 배려하려는 서울시의 의지엔 찬성한다, 하지만 과연 공동거주지가 적합한 대안인지 의구심이 들고 예산 확보에 관한 청사진이 없다” 며 “자칫 인디언 구역처럼 배타적 지역이 돼 다른 지역 주민들과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무리가 따르며, 차후 상대적으로 발전이 낙후될 가망성도 배제 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성일 후보는 "서울시는 개발에 따른 이익으로 그간 원주민들이 환경적으로 보상받지 못한 유무형의 재산 피해를 보상해줘야 할 것” 이라며 “원주민들이 은평 뉴타운 개발 노른자위에 앉기 위해선 주민대책위원회가 직접 서울시와 함께 개발에 참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민주노동당 정태연 후보는 “자치 생태환경보호기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미 은평구는 친환경적 생태환경도시로 분류됐다, 현 은평개발은 서울시의 자의적 의도에 불과하다” 고 꼬집으며 “서울시와 도시공사를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표명했다.

생태도시를 앞세운 은평 뉴타운 개발과 관련 '은평을' 주민들은 어떤 후보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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