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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군장교숙소 부지 모습
부산 미군장교숙소 부지 모습 ⓒ 녹색연합
미군에게서 반환 받은 지 3년이 돼 가는 부산의 미군장교숙소 부지가 각종 생활 쓰레기와 건축 자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태풍 이후에는 수고(樹高) 15m가 넘는 40여년생 나무 14그루가 잘렸고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이다.

ⓒ 녹색연합
부산시 부산진구 연지동 하이얼리어 미군기지(Camp Hialeah) 바로 앞에는 과거 미군장교숙소(USOM)로 사용되던 5천여 평에 달하는 부지가 있다.

성지로와 하이얼리어 부대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USOM 부지는 부산의 중심인 부산시청과 부산진구청 사이에 있으며, 99년 12월 미군의 한국 내 무상사용 사유재산의 하나로 시민들의 품에 반환되었다.

그러나 반환 이후 행정청의 관리 소홀과 이해 부족으로 한 아름씩 되는 40여년생 나무 14그루가 잘리고, 비닐, 플라스틱, 가방, 이불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투기되는 등 방치되어 있다.

99년 반환 이후, 2002년 국립국악원 건립이 확정되고서도 협의가 지연되는 동안 부지는 별다르게 활용되지 못하였다. USOM 부근은 빌딩과 주택, 아파트들이 밀집하고 연지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반환 이후 지역 주민들의 녹지 및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미군장교숙소로 쓰이던 부지 내에는 이미 히말라야 시다(개잎갈나무), 삼나무, 벚나무 등 40~50년 되는 30여 그루의 거목들이 빼곡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식재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지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부산진구청은 지난해 여름 태풍으로 인해서 히말라야 시다가 쓰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재해 예방 차원에서 거목들을 벌목하였고, 예산 부족의 이유를 들어 벌목된 나무와 건물 철거시 발생한 쓰레기들을 전부 수거하지 않았다.

잘린 나무와 각종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
잘린 나무와 각종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 ⓒ 녹색연합
곧 국립국악원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에 수거되지않은 쓰레기와 벌목된 나무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 공사 발주도 되지 않은 국립국악원은 빨라야 6월에 실제 공사착공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한편 국립국악원은 외래종인 히말라야 시다가 국악원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종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질 관리권을 구청으로 넘긴 부산시 역시 제대로 중간 감독의 역할을 하지 않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하탱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철거하지 않은 바닥재들이 현장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용역회사가 제출한 건물 철거에 관한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이러한 USOM부지의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LPP(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전국 28개 기지와 3개의 훈련장이 반환될 예정이고, 50년 이상 군 기지로 사용되었던 용산기지의 반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반환 이후 제대로 된 계획과 관리가 없다면 이번 경우와 같이 도심의 흉물이 되어 오히려 골칫덩이가 될 것이며,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크다.

앞으로 반환될 미군기지 활용 계획에 대한 좋은 예가 될 수 있도록 USOM 부지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국립국악원 건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부산 미군장교숙소(USOM) 부지에 방치된 폐기물들
부산 미군장교숙소(USOM) 부지에 방치된 폐기물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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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ible Travel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야생동물 담당 간사 이신애입니다. 백두대간 난개발, 야생동물 밀렵 등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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