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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에 걸친 3보1배로 무릎관절과 허리에 무리가 온 추 선대위원장은 휠체어에 앉아 기자간담회에 임했다.
3일간에 걸친 3보1배로 무릎관절과 허리에 무리가 온 추 선대위원장은 휠체어에 앉아 기자간담회에 임했다. ⓒ 전라도닷컴 모철홍
지난 3일부터 2박3일간 참회의 3보1배를 마친 추미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6일 오전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행을 마친 소감을 피력했다.

간담회에서 추 선대위원장은 "민주영령들께 절박한 심정으로 살려달라 매달리러 광주에 왔던 것"이라며 "이제 민주당의 때묻고 낡은 모습은 버리고 새로 태어나겠다"며 '뉴 민주당' 건설을 다짐했다.

추 선대위원장은 "처음 3보1배를 시작할 때는 자존심과 오기 때문에 원망과 서러움이 많았다"며 "그러나 그런 생각들이 교만이고 잘못이란 것을 깨달았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민주 영령들의 피가 배어 있는 길을 짚을 때마다 그들의 혼을 담아낸 것이 민주당의 틀이며, 부서진 민주당을 정성스럽게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살아있는 분들 중 나를 도와준 이 없었다"

애초 오전 11시에 예정돼 있던 기자간담회는 추 선대위원장의 치료관계로 50여분 늦게 시작됐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휠체어에 앉은 추 선대위원장이 최근 정국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밝히자 동석했던 광주지역 민주당 후보들도 눈물을 흘리는 등 숙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추 선대위원장은 지난 몇 달간 자신이 처했던 정치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추 선대위원장은 "살아 있는 분들 가운데 나를 도와줄 분이 한 분도 없다는 생각을 지난 몇 달간 했다"며 "이도 저도 싫다는 자포자기 심정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등록도 못해보고 포기하게 되는 신인들에게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 선대위원장은 "3보1배를 하는 동안 주변에 가졌던 섭섭함이 자신의 잘못된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해 '화합'으로 새롭게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광주 시민들의 반응에 대해 추 선대위원장은 "처음엔 '진작 잘하지 이제 와서 쇼하냐'는 말이 귀에 꽂혔다"며 "그러나 소리없이 용기를 북돋워주는 시민들이 있으니 민주당은 바른 길을 갈 것이다. 광주시민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탄핵 발의, 원망스럽지만 헌재 판결 지켜보자"

추 선대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며 최근 심경을 밝히자 동석했던 광주지역 민주당 후보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추 선대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며 최근 심경을 밝히자 동석했던 광주지역 민주당 후보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 전라도닷컴 모철홍
추 선대위원장은 3보1배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불신 받는 국회의원들이 임기 말에 정략적 태도로 탄핵한 것이 떳떳하지 않았고 국민에게 충격을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추 선대위원장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쌍방이 증거와 증인을 채택해 변론하고 있다"며 "냉정하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노 대통령과 유권자 등 모두를 위해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혀 탄핵 자체에 대한 시시비비는 언급하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추 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민주개혁세력의 집합처로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어 추 선대위원장은 "민주개혁세력 일부가 열린우리당에 갔지만 결국 노사모 중심의 노무현당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정통성을 주장했다.

기자간담회 말미에 추 선대위원장은 한-민 공조에 대해 사과했다.

"(5·18항쟁) 당시 어린 마음으로 무참한 광경을 봤던 분들이 지금 30∼40대 초반인데, 그 분들이 '우리가 지켜낸 민주혼이 담긴 민주당이 왜 군홧발 세력과 손을 잡았느냐'냐고 원망한다"며 "한-민공조에 대해 사죄 드리고 또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추 선대위원장은 "지역주의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광주의 참뜻이 온 국민에게 이해 받아 소외와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로 지역 민심을 다독였다.

"추풍(秋風)이 북상하면 타당 후보들 추풍낙엽 될 것"
추풍 효과, 기대 크지만 아직은 미지수

민주당 관계자들은 3일간에 걸친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고행을 통해 유권자의 마음이 움직이길 바라고 있다.

김상현(광주 북갑) 의원은 "추 선대위원장의 고행은 민주당이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몸부림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며 "민주당을 살리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갈피를 못 잡던 지역 표심이 추 선대위원장의 3보1배로 민주당으로 쏠릴 것이라는 것.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 역시 "큰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보도를 보고 광주시당에 시민들의 격려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성별이나 연령대가 고루 분포된 것이 최근 추이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직접 후원금을 계좌로 송금해주신 시민도 다수 있다"며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고행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져올지 지금 예측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추 선대위원장의 3보1배를 지켜본 시민들은 '엎질러진 물이다' '저렇게 노력하는데 지지해야 하지 않나' 등 반응이 엇갈렸다. 3보1배를 지켜본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이었지만 표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대부분 답을 해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예전의 총선과 비교해 부동층이 줄어든 특징을 보이는 17대 총선에서 추 선대위원장의 고행이 가지는 파괴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마친 추 선대위원장은 곧장 전북으로 향해 7일까지 머무르며 전북도당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치르는 등 호남표심 잡기에 열중할 계획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광주에서 추풍이 불어 북상하면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갈 것"이라는 호기 어린 예측을 내놓았다.

광주에서 2박3일간 "구도자의 심정"으로 고행의 길을 걸은 추 선대위원장의 3보1배가 총선에서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보일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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