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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감사용' 영화 촬영장에서 김명재씨와 김혁씨.
'슈퍼스타감사용' 영화 촬영장에서 김명재씨와 김혁씨. ⓒ 권윤영
김혁(31)씨는 탤런트다. 하지만 사람들은 '김혁'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할뿐더러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팬들도 많지 않다. 무명 탤런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느 인기 연예인 부럽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 있다. 팬이자, 동생이자,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는 김명재(28)씨가 바로 그다.

김혁씨는 지금은 종영이 된 KBS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다. EBS ‘딩동댕유치원’ 에서는 씩씩이 아저씨로, KBS ‘지구용사 백터맨’, KBS 시트콤 ‘여자는 왜’ 등에 출연했고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송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 에서는 청년 이정재로 출연했다.

그런 김혁씨를 위해 명재(28)씨는 홈페이지를 꾸미고 팬 카페를 관리한다. 자신이 김혁씨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조금이나마 알리는 일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만난 인연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7년 군대에서였다. 명재씨는 발음상의 문제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지만 자원입대 했고, 자대배치를 받아 들어선 내무반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당시 병장이었던 김혁씨였다. 김혁씨는 처음 들어온 신병 명재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발음에 이상이 있고 몸도 약해 보인 것을 알고는 “왜 군대에 왔냐?”고 물었다.

"초, 중, 고를 다니면서 물론 좋은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말이 이상해서 따돌림을 많이 받았다. 군대까지 오지 않는다면 더 심하게 따돌림을 받을 것 같아서, 자신감과 용기도 가지고 싶어서 자원했다.”

그의 대답에 김혁씨의 눈이 글썽거렸고 그날 하루를 마감하는 점호시간, 둘 사이를 막역하게 만들어줬던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졌다.

한 고참이 명재씨를 가리키며 "신병 중에 병신같은 놈이 들어왔네"라고 말했다. 그때 김혁씨가 갑자기 자리에 일어나 맨 앞으로 나가 말했다.

"오늘 신병이 한명 들어왔다. 그런데 발음이 이상하고, 몸이 약하다. 그런 상황인데도 자원입대 했다. 물론 군대에 온 만큼 모든 것에 열외없이 다른 사병들과 똑같이 대우해 준다. 단, 놀리거나 따돌리거나 하다가 나한테 걸리면 알아서 해라.”

김혁씨는 이범수 주연의 '슈퍼스타감사용'에서 외야수 양승관 역을 맡았다.
김혁씨는 이범수 주연의 '슈퍼스타감사용'에서 외야수 양승관 역을 맡았다. ⓒ 권윤영
신병과 제대 90여일 남은 병장의 만남. 이들의 소중한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후로 명재씨는 휴가 때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김혁씨를 만났고 제대 후에도 1년에 서너 번은 만나고 있다. 김혁씨는 아무리 바빠도 명재씨가 서울에 온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역, 터미널로 마중을 나와 반겨주는 사람이다. 전화통화도 수시로 하는데 방송이나 드라마에 관계가 있는 일이 있으면 명재씨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린다.

명재씨는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김혁씨를 위해 홈페이지와 팬 카페를 관리한다.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을 맡더라도 어디에 출연하는지 글을 올리고 서툴지만 카메라를 직접 들고 영화촬영 장면을 찍어 그것을 홈페이지에 올린다.

“홈페이지 관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이긴 하지만, 제가 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뭔가가 있구나 라는 생각에 다행스러움을 느낍니다. 제가 워낙 컴맹이라서 사진 업그레이드가 더딜 때나 카페에 글이 안 올라오고 허전할 때에는 정말 미안하고 아쉬움이 큽니다."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청년 이정재로 출연한 김혁씨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청년 이정재로 출연한 김혁씨 ⓒ 권윤영
현재 김혁씨는 이범수 주연의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외야수 양승관역을 맡고 있다. 명재씨는 얼마 전 부산 촬영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촬영장에는 영화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일반인은 들어가지 못하는데 김혁씨가 동생이 촬영장에 들어온다고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허락을 구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명재씨는 사진을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사진관에 맡긴 사진은 오류가 생겨 잘 나오지 않았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아무 때나 상관없으니 촬영장에 놀러오라고 먼저 말해 준 것은 김혁씨였다.

“형 나 때문에 괜히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눈치 보게 만들어서 미안해. 촬영한다고 고생 많았어!”
“명재야!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네가 사는 부산에서 얼굴을 보니 형은 기분 좋더라. 다음에 일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놀러 부산에 꼭 갈게!”

명재씨가 지켜보는 연기자 김혁씨는 연기연습은 물론 연기자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성실한 배우다. 김혁씨가 10여년의 세월 동안 무명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하지만 김혁씨는 명재씨의 마음을 알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격려와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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