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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 장독대 주위에 새싹들이 돋아 납니다.
농가의 장독대 주위에 새싹들이 돋아 납니다. ⓒ 구동관

지난 30일 날은 쌀쌀했지만, '옛날 솜씨마을'의 하루는 '고향의 봄'이었습니다. 화려한 꽃들의 세상은 아니었지만 푸른 잎들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가야산과 인접한 수도산 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로 경북 김천 증산면 평촌리입니다. 마을의 다른 이름인 '옛날 솜씨마을'은 마을에 계신 분들이 한 가지씩의 옛 솜씨를 간직하고 있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흙벽이 아름다운 농가의 담배창고 입니다. 지금은 짚풀 공예품을 모아두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흙벽이 아름다운 농가의 담배창고 입니다. 지금은 짚풀 공예품을 모아두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구동관

마을에서의 둘째 날, 민박집 아주머니의 부산스러움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산골의 하루가 도시 보다 더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정성껏 차린 식사로 아침을 먹고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수도계곡은 물이 맑았습니다. 너무 맑아 고기가 살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를 했습니다. 다가갈수록 맑은 물소리가 마음을 채워옵니다. 맑은 공기에 맑은 물소리…. 하지만 개울은 조금 어수선합니다. 지난 여름 스쳐간 태풍 매미의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았습니다.

마을 전통체험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마을 전통체험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 구동관

개울가로 내려갔습니다. 물이 흐르는 곳에는 얼음이 얼지 않았지만, 땅에는 살얼음이 남아 있습니다. 영하 1도로 예보되었던 아침이었습니다. 이 얼음이 어쩌면 올 봄 꽃샘추위의 마지막 흔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 물길의 구석구석에 개구리 알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맑은 물소리를 벗하며 두 시간 정도의 한가한 산책을 즐긴 후 마을 주민들께서 준비한 체험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옛날 솜씨를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제기차기가 즐겁습니다.
옛날 솜씨를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제기차기가 즐겁습니다. ⓒ 구동관

옛날 솜씨마을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짚공예와 전통음식 등입니다. 물론 널뛰기, 제기차기, 줄넘기 등 농촌마을의 다양한 전통놀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이날의 체험은 순두부와 군고구마입니다. 순두부는 맷돌로 직접 콩을 갈고, 장작을 지펴 가마솥에서 끓였습니다. 고구마도 숯불에 구운 것이었습니다. 순두부도 고구마도 도시에서 먹는 맛과는 달랐습니다. 참 맛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에는 가마솥 찐빵을 해 준다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없었습니다. 다음에는 그것을 맛보러 와야겠습니다.

맷돌을 돌려 콩을 갈고, 가마솥에 장작을 지펴 순두부를 만들었습니다.
맷돌을 돌려 콩을 갈고, 가마솥에 장작을 지펴 순두부를 만들었습니다. ⓒ 구동관

잠시 후, 한자리에 모여 제기차기와 줄넘기를 즐겼습니다. 옛날 한가닥 했을 어른들이 나서 봅니다. 하지만 마음뿐입니다. 쉬워 보이는 제기차기도 네댓 번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제기를 찬 수가 많든 적든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입니다. 줄넘기를 넘으면서도 서툰 몸짓은 여전했지만 즐거움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맛있었던 순두부 한그릇입니다.
맛있었던 순두부 한그릇입니다. ⓒ 구동관

마을에서 한나절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2km 정도 떨어진 청암사를 찾았습니다. 그곳은 비구니 스님들의 승가대학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그 절은 아주 깨끗한 절집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정갈한 사찰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이었는데, 맛도 좋았지만, 그 정갈함으로 마음까지 깨끗해 질 듯 하였습니다.

청암사 앞을 흐르는 맑은 계곡 물입니다.
청암사 앞을 흐르는 맑은 계곡 물입니다. ⓒ 구동관

청암사에서의 식사를 끝으로 솜씨마을의 일정이 끝이 났습니다. 한 집에 한 가지의 솜씨라 했는데, 서너 가지의 솜씨만을 엿본 듯 합니다. “석감주를 잘 담그는 집”에서는 석감주 담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단술집에서는 역시 그 솜씨를 배울 수 있습니다. 가끔 고향이 그리울 때 찾을 만 하겠습니다. 그 나들이에서 옛 솜씨 한가지라도 배워간다면 더 즐거운 여행길일 것입니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청암사 입니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청암사 입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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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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