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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경기대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갓 20대가 된 04학번 새내기들의 밝은 모습.
ⓒ 경대학보사
학문과 진리 탐구가 직업으로 연관되는 요즘. 그러나 20대는 미래의 직업탐색을 위한 시기보다도 자기 철학이나 인생관을 정립시키는 시기로써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에게 철학은 웬지 부담스러운 게 사실. 강영계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철학에 이르는 길>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철학을 놓고 볼 때 의외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1철학은 현실과는 상관없는 공리공담만을 일삼거나 #2세상을 초월한 고매한 진리를 담은 것이어서 감히 접하기 어려운 학문이거나, 아니면 #3일상인의 지식이 바로 철학이므로 따로 철학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거나 또는 #4어려운 개념을 나열함으로써 지식을 자랑하려는 공허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철학은 고리타분한 학문?

“심오한 학문 같아요.”
“실생활에 그리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강영계 교수의 말을 입증하듯 철학에 대한 몇몇 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경기대 송영민(경영·1)군 또한 철학에 대해 “고리타분하다.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철학을 지식의 집합체”라 생각한다는 경기대 신준효(수학·2)군도 “쓸데없이 용어를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라며 다수의 학생들이 철학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대 양홍서(러시아·3)군은 “철학은 모든 학문의 근본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삶의 철학을 알기 위해서인데 요즘 현실을 보면 철학이란 학문에 대해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생활과 멀어지는 철학. 자기 철학 정립의 시기가 20대에서 30대, 40대로 점점 늦춰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뿌리깊은 철학은 흔들리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빌리러 갔다가, 원하는 책은 이미 다른이 대출한 상태라 '꿩대신 닭'으로 연세대 문과교수 30명이 각 학문에 대해 쓴 <인문학@ 미래를 여는 길>(전통과 현대, 2001년)을 빌려 읽었다. 우연치 않게 철학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지식만을 찾는 세태 속에서 쓸모라고는 반 푼어치도 없이 보이는 철학에 대하여”로 시작하는 이강수 연세대(철학과) 교수의 ‘철학과 나의 삶’이라는 글은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이 교수는 대학 시절 “나는 당시 주변에서 철학을 공부해서 어떻게 먹고살려 하느냐고 묻거나 그러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철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실감하게 한다.

이 교수는 철학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처럼 불안하고 혼미한 것은 짧은 식견을 가지고 목전의 이익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사회의 요소 요소를 차지하고서 세력을 부리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를 한번 돌아보아라. 철학이 없이도 튼튼하게 사회발전을 이룩하는 나라가 있는가! 철학이 없는 경제발전은 모래사장에 세운 고층건물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이 교수는 글의 말미에 “나는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나에게도 먹음직스러운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불의를 보고 울분을 이기지 못하여 몸부림치던 시절이 있다. 그러나 이제 나의 정염(情炎)은 사그러들고 사물을 명징(明澄)하게 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이 열리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하며 철학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썼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답한 경기대 이수연(법·2)양은 “1학년 1학기 때 필수과목으로 ‘삶의 철학적 이해’를 들었는데, 생각의 틀을 새로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대답했다.

경기대 심호섭(경영·1)군은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비웃지 마라. 철학은 생활이 아닌 삶을 이끌어간다”고 철학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또 경기대 강명한(경영·1)군 역시 “경의롭다. 그동안 느끼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20대 대학생들이여, 이제 자신의 인생에서 ‘철학’이란 키워드를 검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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