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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전민동에 위치한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 내부 전경
대전 전민동에 위치한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 내부 전경 ⓒ 권윤영
“지역사회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감으로써 소중한 주민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설립했습니다. 마을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아이들이 언제든지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죠. 저희 도서관이 모델이 돼서 다른 동네에도 생겨났으면 좋겠네요.”

동네 곳곳에 슈퍼, 학원 등은 많아도 도서관은 없다. 공공 도서관이 위치한 동네에 사는 사람은 행운이겠지만 대부분은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기 위해선 다른 동네까지 원정을 나가야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책 종류와 권수는 많지 않아도 동네 도서 대여점이나 방문 대여를 궁여지책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대전 전민동 주민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주민 자치로 운영되는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관장 박미라)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도서관에 드나드는 어린이, 어른 모두가 주인이자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키워주고, 어른들에게는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이다.

30여평의 공간에 7,000여권의 서적을 갖추고 있다.
30여평의 공간에 7,000여권의 서적을 갖추고 있다. ⓒ 권윤영
30여 평의 공간에 7,000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은 지난 98년부터 대전 갈마동에서 운영하던 것을 2000년 3월 대전 전민동으로 이전해 왔다. 현재의 명칭은 지난 2000년 지역주민공동체도서관으로 전환하면서 쓰고 있다.

박미라씨를 대표로 12명의 운영위원과 30여명의 사서자원봉사자, 이동문고 봉사자 10여명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중심축. 전부 지역주민이자 주부들로 구성돼 있는데 도서관을 운영하는 노하우나 이곳에서 진행하는 내실 있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어느 공공 도서관 못지 않다.

지난해에는 대전의제21 등 시민단체에서 기금을 받아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인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어느 반 학생들이 도서관에 많이 오는지‘책 대결’을 했는데, 그 결과 각 학교에서 한반씩을 선정해 40권의 책을 학급도서로 기증했다. 1년 동안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책은 학년 말이 되면 다시 도서관으로 되돌아와 더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모퉁이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의 공간.
모퉁이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의 공간. ⓒ 권윤영
또 지난해에는 반전평화와 맞물려 아이들이 방문할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 평화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이들 한 명 당 100원씩 적립한 평화기금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기꺼이 내주었고 반전평화가로 활동하던 박기범 동화작가에게 전달했다. 평화 포스터, 관련 서적을 전시해놓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본‘평화 한마당’도 큰 호응을 얻으며 치러졌다.

5회에 걸쳐 마련한‘작가작품전’은 장애우, 평화, 환경 등의 주제를 정해 작품 전시와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자신이 읽은 책의 주인공 중에서 닮고 싶은 복장을 하고 나오는 마을 잔치를 열기도 했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어서 그 지역의 문화를 이끌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열고 있는 모퉁이 도서관의 활동상은 여기서 그칠 줄을 모른다. 열악한 지역에 있는 저소득층 공부방 11개를 돌면서 책을 대여해주는 이동문고를 운영 중이다. 100권씩을 대여해 주고 3개월이 지나면 회수해서 다른 도서로 바꿔주곤 한다.

도서관 이용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도서관이 단지 대출하고 반납하는 공간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도서관 이용 교육’을 열었다. 참가한 선생님들에게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도 신청하면 무료로 해주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 문의가 많아져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 학교를 열기도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 ⓒ 권윤영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 권윤영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어느 누구나 와서 책을 볼 수 있다. 다른 동네의 사람이라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대여를 위해서는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데 2권~6권 정도의 책을 기증하면 된다. 헌책도 상관없지만 아무 책이나 받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고자 하는 취지로 (사)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선정한 권장 도서를 기준으로 받고 있다. 양서들만 엄선해서 꽂아 두었다는 것은 모퉁이 도서관의 장점이기도 하다.

현재 400여 가족이 등록돼 있어 1,300여명의 대출회원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인원. 아무리 동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고,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어도 요즘 아이들이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는 것은 크나큰 아쉬운 점이다.

“행사도 중요하지만 도서관 본연의 구실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언제든지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말이죠. 올해부터는 책 읽어주기를 정기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독서카드를 만들어서 아이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연말에는 시상식도 할 예정이랍니다.”

말 그대로 동네 모퉁이 한 구석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 이곳에는 꿈과 희망이 있다. 지하의 공간에서 벗어나 햇빛 비치는 밝은 공간으로 옮기는 그날을 희망하고, 아이들로 가득 찬 그날을 꿈꾼다.

“아이들에겐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
정기적인 후원금이 가장 아쉬워

▲ 전은주 부대표와 박미라 대표

-비영리 도서관인데 도서구입이며 기타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장소는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으로 명칭이 변경되기 전 대전 갈마동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던 이선배씨가 제공해주고 있고, 도서는 대출회원들에게 기증을 받는 것 외에도 후원을 받아서 한달에 50여 권을 구입한다. 운영위원들에게 회비도 걷고 봉사자들도 후원금을 내주고 있다. "

-도서관 운영상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사실 운영비가 제일 문제다. 후원이 들어오는 대로 대략적인 예산을 잡지만 들어오는 후원금이 들쑥날쑥이다. 다채로운 행사를 많이 열고 싶지만 후원금은 기본적으로 운영하는데 밖에 쓸 수가 없다. 현재 도서관이 지하라 지역민들의 접근이 어려운데 형편이 된다면 접근이 용이한 마을의 중심이자, 햇빛이 환하고 마당 넓은 곳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마을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라나.
"우리 세대는 살던 동네와 골목에 대한 추억이 있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 미안한 점이 그것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정해주는 시간표대로 움직이는데 모퉁이 도서관을 통해 추억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빌 게이츠 역시 ‘나를 키운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듯이 아이들이 커서 생각했을 때 나를 키워주었던 마을 도서관이 있었다고 추억할 수 있길 바란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은 방문 대여가 성업 중이라 집에서 편안히 책을 받아보는데 그것은 자기들이 선택을 해서 보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그럴수록 도서관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자기가 선택해서 골라본다는 것이 커서도 책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모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기적의 도서관보다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을 눈여겨 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한 것 같다.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이 하나의 씨앗이 되게끔 토양을 길러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 권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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