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택식물원에 봄이 한창입니다. 겨우내 메말랐던 나무들도 조금씩 색을 바꿔 갑니다. 봄 빛에 환한 꽃들이 피어나며 우중충했던 색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계곡을 졸졸 흐르는 개울물도 가벼운 콧노래를 부르는 듯 합니다.
식물원에서 우선 여행객을 반기는 것은 화사한 봄 꽃들입니다.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나무들 아래 자리잡은 괭이눈, 노루귀, 수선화, 할미꽃, 복수초등이 그것들인데, 활짝 핀 그 꽃들을 보고 있으면 세월이란 것이 참 경이롭다는 생각을 합니다. 엊그제까지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저리 환한 꽃들을 피웠습니다.
나무에 피고 있는 봄 꽃들도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 것들입니다. 연못가에 개나리가 피고 있었습니다. 식물원 관찰로의 산자락에 산수유도 피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산수유와 구별이 잘 되지 않는 생강나무도 한창이었습니다. 참 그거 아시죠?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사실 생강나무랍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로 부른 답니다.
식물원에서 봄빛을 마음에 채우다가 "어떤 철저함"도 함께 배웠습니다. "철저함"이란 것, 어쩌면 식물원과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일까요? 그것을 느낀 곳은 '암석원'이었습니다. 그곳은 고산식물들을 모아서 관리하기 위해 조성한 곳입니다. 그곳을 만들며 식물원 관계자들은 많은 궁리를 하였답니다. 식물원이 자리잡은 곳이 고산식물들이 자라기에는 너무 따뜻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짜낸 것이 차가운 물의 연못이었습니다. 계곡을 흘러 내려온 차가운 물들을 연못에 모아 주변의 온도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뿐 아니라 암석원의 바닥에 두껍게 자갈을 쌓고, 그 아래로 물이 흐르게 하여 암석원 전체의 온도를 차갑게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을 들으면서 "참 대단한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모만으로도 보더라도그 정도 수목원을 가꾸어 일반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데, 고산식물을 모아 두기 위해 실시한 그 작업의 내용은 암석원뿐만 아니라 다른곳까지 특별하게 보이게 하였습니다.
연못을 둘러보니 한쪽에 계곡의 물이 흘러들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손을 대어봅니다. 물이 차갑습니다. 그래도 고개 들어 사방을 보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이 완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