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공정한 선거보도 구현을 위해 25일부터 선거일까지 '신문보도 평가리포트'를 연재합니다. '신문보도 평가리포트'는 11명의 교수로 구성된 2004 총선 미디어감시국민연대(총선 미디어연대) 미디어평가단 소속 평가위원이 맡습니다. 두 번째 리포트는 임동욱 광주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가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 12일이 지난 24일, 탄핵에 관한 사설과 보도가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국민의 70% 이상이 여전히 대통령 탄핵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전교조, 공무원 노조가 견해를 밝혔다. 각 신문 또한 이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 <동아일보> 24일자 관련 사설.
ⓒ 동아일보 PDF
"비록 악법이라 할지라도 지켜야 한다“

<조선일보>는 ‘탄핵 반대 가담 다음 공직자는 누구냐’, <중앙일보>는 ‘탄핵을 학교로 끌어들이지 말라’, <동아일보>는 ‘법치가 무너져선 안 된다’, <한겨레>는 ‘공무원노조의 민노당 지지선언’ 등으로 관련 사설을 각각 실었다.

‘조·중·동’은 특히 국가공무원법에서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을 강조하며 공무원이 앞장서서 법을 어겨야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공무원들의 행동을 “남이 장에 간다니까 덩달아 따라 나서는” 아주 철없는 짓으로 치부했고, 중앙일보는 전교조 선언에 대해 “제발 학생들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고 진정한 교육자가 되라”고 충고했다.

동아일보는 “비록 악법이라 할지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사회적 약속”이니 “정부는 법을 어긴 전공노와 전교조에 상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겨레는 ”현행법이 너무 과도하게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관련 법도 시대변화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사설을 보면 ‘조중동’은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게 ‘준법정신’을 주문하고 있고, 한겨레는 뒤떨어진 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설만 보면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 그야말로 탄핵에 따른 정치적 견해가 백가쟁명 식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견해도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조중동‘은 준법정신, 한겨레는 법개정 강조

그러나 이같은 상이한 시각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에 대해 단서를 제시하고 있고, 국민과 유권자 선택에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2004총선 미디어국민연대’가 제시한 선거보도 감시규칙에서는 ‘정책중심의 선거 보도‘와 ’기계적 균형을 넘어서는 선거보도‘를 강조하고 있다.

우선 ‘조중동’은 현행법의 고수와 테두리 내에서 활동을 하라는 이른바 ‘준법‘을 강조하고 있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전제 아래 법을 지키지 않는 자에게는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한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상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 또한 이런 신문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 조직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준법 논리를 절대절명의 과제로 받아들이면 어떤 제도나 규정도 바꿔나갈 수 없다. 그야말로 악법도 지켜야만 하는 법이 되므로 영원히 그 법은 개정할 수가 없고 개정 논의 자체도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준법정신만을 강조하면 사회의 개혁이나 진보를 이뤄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 이대로의 제도나 법으로 충분하니까 이를 바꿀 필요가 없고, 법은 그냥 말없이 지켜나가기만 하면 한다. 유신 헌법도 체육관 선거도 모두 합법이었으니 바꿀 필요가 없었다. 개헌 논의도 선거법 개정도 할 필요가 없다. 이 논리에 따르면 법은 그냥 지키기만 하면 된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시대 변화를 받아들여 “선진국형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문제도 본격적으로 검토해 볼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국가공무원법의 공무원 중립 조항이 시대에 뒤떨어졌으니 개정 논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암묵적으로 때론 명시적으로 범법을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법 개정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한겨레의 논리를 받아들이면 결과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범법자’가 되는 것이고, ‘조중동’의 논리를 받아들이면 법을 잘 지키는 ‘선량한 국민'이 되는 것이다.

두 가지로 나뉜 신문의 사설은 유권자들에게 상이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대해 한 쪽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의 논리를, 다른 한 쪽은 법 개정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진보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는 사회 발전에 대한 의제를 던져주는 것이다. ‘조중동’과 같이 준법정신의 강조라는 기계적인 (가치)중립을 강조할 것인가, 아니면 한겨레처럼 ‘의견 표명의 자유’라는 진보적인 가치를 강조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물론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견해 표명이라는 의제에 대해 우리는 어디까지 이를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법 조항에 담을 것인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공무원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대하여 유권자들에게 보수와 진보라는 커다란 화두의 선택을 유권자들에게 던진 셈이다.


관련
기사
<조선>이 선관위 '이중공문'에 침묵하는 이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