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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철회 부패정치청산 민주개혁 완성을 위한 100만인 대회’에 몰린 20만 시민들 속에는 양복차림의 회사원과 중년의 부부도 많았지만, 어린 학생들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젊은이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선거법상 투표권이 없는 젊은이들이지만 촛불을 쥐고 자신의 정치 의사를 거침없이 표현하는 그들은 더는 ‘정치적 미성숙자’도 아니고 ‘정치적 냉소주의’와도 거리가 먼 바로 소위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 정치적인 안목을 갖추기 시작한 평범한 젊은이들이었다.

사실 아직도 사회에는 통념상 만18세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학생이거나 이제 막 대학교를 들어간 신입생들로 아직 정치 의사를 밝히고 선거권을 행사하기에는 어리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 사는 만 18세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리응원을 통해서 처음으로 '광화문'으로 대표되는‘광장’으로 뛰쳐나온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 이들 중 대다수는 처음에는 단순히 ‘응원의 열기’가 좋아서 광장으로 뛰쳐나온 경우였다. 하지만 이들은 그 해 또 다시 광화문을 뜨겁게 달군 ‘미군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는 촛불시위’에 참여함으로써 최초로 자발적인 정치 의사 표시를 인터넷 게시판이 아닌 촛불시위라는 사회적인 행동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물론 ‘촛불시위’에 참여한 모든 젊은이들이 당시 촛불시위를 앞장서서 이끌었던 단체들의 이념이나 목표에 동조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광장 1세대’라 불리는 386세대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거기서 한 발 나아가 엄청난 군중이 모인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법을 학습했다.

이 학습의 결과 지난 20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시위’에서는 약 20만 시민들이 마치 바둑판을 연상시키는 대형으로 모여 앉아 광화문에서 시청 앞까지 촛불을 들고 시위를 했다. 20만이 모였지만 큰 불상사 없이 행사가 진행되고 평화롭게 해산했다.

자원봉사를 한 수많은 젊은 자원봉사자들과 평화롭게 행사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때 더는 그들을 철없이 혈기왕성한 아이들이라 폄하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노의 함성을 내지를 때는 선거권이 없는 젊은이들도 동참할 수 있지만 정작 분노를 넘어서 투표라는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할 때는 그들은 이방인이자 구경꾼이 된다. 왜냐하면 선거법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을 바로잡고자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만 18세 선거권 갖기 운동모임인 '낮추자'(www.downage2004.net)는 대선에 이어 올 총선에서도 온라인 선거인단 모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청년단체들이 이와 유사한 운동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이들의 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미약하고 선거권 찾기 운동에 해당하는 젊은이들 중에서도 정치적 혐오감이나 냉소로 인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낮추자'와 같은 운동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또래의 젊은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거라는 의례에 참여할 권리를 얻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일에서 탄생한 19세 의원 안나 리흐만처럼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를 국회로 보내겠다는 좀더 크고 생산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이번 총선에서 본격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물갈이론’ 내지는 ‘판갈이론’과 맞물려 충분히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동시에 기성정치인들에게 신물나 있는 국민들에게 정치적 대안세력을 형성하는 기회로 만 18세 선거권 운동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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