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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제주)

안녕하십니까, 정동영 의장님?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후, 각종 여론 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서울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청, 강원, 호남, 영남 그리고 심지어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여기는 경북에서조차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은 한나라당을 앞서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아이러니라고도 말합니다. 대통령 탄핵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의사당에서 몸을 던지던 소수 여당이 탄핵안 통과를 막지 못해 오히려 이번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열렸으니까 말입니다. 실제로 국민의 정서와 의사는 연일 이어지는 여론조사를 통해 열린우리당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탄핵안 통과 이후, 야권 내부의 갈등과 그로 인한 국회의원의 탈당사태도 생겨났고, 무엇보다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당적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하는 사태가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지켜보는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진정으로 정치개혁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왜냐구요?

자신들이 몸 담았던 정당을 떠나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정말 순수한 의도와 판단 속에서 이뤄진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제 주변에선 "이러다 여당이 철새도래지 되는 거 아냐?" " 열린우리당도 결국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 아냐" 등등의 소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정동영 의장님. 솔직하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정치세력의 확장을 위해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건 아닌지요.

▲ 지난 15일 오전 전라남도청 상황실에서 박태영 전남지사가 민주당 탈당 및 열린우리당 입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정말 지금 입당하는 많은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의 정치철학과 나아갈 방향에 뜻을 같이 하기 위해 모이는 그런 동지들인가요. 진정 자기의 정치 생명의 연장을 위해 국민 여론이라는 화살표 끝을 좇아 날아온 철새들을 눈감고 있는 건 아닌지요. 궁금합니다.

혹시 무조건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즉각 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국민이 왜 이렇게 아파하고 분노하고 있습니까? 그 모든 게 올바른 정치를 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 때문 아니겠습니까? 또한 그런 정치 행태를 보이는 정당정치에 대한 분노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그런 행태를 답습하고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의 지지와 응원은 물거품처럼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아니, 단순히 국민적 지지의 사라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야당보다 더한 공격과 비판을 받게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정동영 의장님. 국회의사당에서 그날 울고 또 울며 가슴을 치던 국회의원들의 모습, 그 눈물을 전 분명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눈물이 대한민국의 행복한 미래를 열어가는 하나의 에너지이며 씨앗이 될 것이라는 믿음 또한 전 확실하게 갖고 있습니다. 저의 그런 소박한 믿음이 배신당하지 않길 바랍니다. 역사 앞에 당당히 서서 국민을 향해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길 원합니다.

지금 다시 한번 점검해주십시오. 혹시라도 국민의 열망에 반하는 것에 손이 닿아 있지는 않는지, 어떤 정치적 타협과 유혹에 흔들리고 있지는 않는지를 말입니다. 요즘 계속 이어지고 있는 열린우리당 입당 러시를 보며 왜 전 불안한 마음이 더 크게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평범한 국민에게 신뢰를 잃지 않는 그래서 더 더욱 값진 정치인으로 남아주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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