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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보육교사, 파출부, 간병인 등 가사노동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일이 정당한 '노동'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사회적 분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혼여성의 사회진출과 가족구조의 변화로 가사노동이 서비스업종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지만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비용 부담을 가정에만 맡길 경우 가정의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육교사·파출부 등 처우개선 필요 절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02년 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육교사로 시설에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 월 평균 급여는 76만8000원이지만 하루평균 10.6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식사 때도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으며, 보육시설에서 자는 아동을 돌보는 야간보육교사의 경우 밤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윤경 한국보육교사회 대표는 “보육교사의 상황이 열악한 것은 여성의 가정 내 노동이 사회화되면서 이를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파출부의 경우 4시간 근무에 2만5000원에서 3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유료 소개소의 난립으로 일이 없을 경우에도 5만원 내외의 연회비나 월회비를 내야 하는 등 중간 착취가 심하다. 고용된 후에는 정한 업무 외의 일까지 도맡아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팔을 다친 할머니의 간병인 겸 도우미로 일했던 한 여성은 “첫날 갔을 때 80평의 집을 손때까지 닦으라고 하는가 하면 자기가 자고 일어난 침대는 물론 거실 청소, 부엌 청소, 두 개의 대형 냉장고 청소까지 시켰다”며 인간적인 모멸감을 호소했다.

24시간 병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의 경우 하루 4만5000원의 일당을 받지만 하루 8시간 근무로 환산할 경우 1만6666원으로 최저임금인 2만80원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 간병인노조는 유료 소개소가 생기면서 간병료가 5만원에서 7만원 수준으로 인상되어 수요자의 부담은 높아졌지만 유료 소개업체에 소개료를 떼이게 되어 간병인들의 혜택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밝혔다.

“가사분야 특화해 사회적 가치 높여야”

서울시가 사회복지 차원에서 기초생계비 수급자, 장애인 등의 간병과 가사를 돕기 위해 임금을 지급하고 채용한 가정도우미도 일방적인 봉사를 강요당하는 실정이다. 가정도우미의 임금은 올 1월 임금협상에서 시간당 3750원, 연봉 926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간병과 가사도우미를 필요로 하는 전체 수혜 대상자가 3331명에 이르지만 도우미는 403명으로 1인당 8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여성노조가 2001년 이들 비공식 노동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계약 상황을 조사한 결과 94%가 구두계약을 맺고 일을 하고 있어 임금을 떼이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취약계층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보육, 가사관리 등은 수혜자가 전면 부담하는 현행 방식이 재고되어야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 대표는 “보육 등은 시장경쟁상품이 아닌 만큼 사회가 공공재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사관리 분야를 특화시켜 공동브랜드로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일도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는 오는 27일 가사서비스 부문을 특화시켜 ‘우렁각시’라는 공동브랜드의 ‘가사서비스사업단’ 발대식을 갖는다.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 김경희 실장은 “그 동안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은 이들 업종을 전문화, 특화시켜 사회적 인식변화를 도모하고 사회적 보험 등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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