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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국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대부분이 E-6 비자(예술흥행사증)를 발급받아 국내로 입국한 뒤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인신매매’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회학회는 지난 10일 여성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한국의 외국인 여성 성매매 실태조사’(연구책임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외 3명) 보고서 발표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번 연구 보고서는 ‘외국인 성매매 여성 인권 현황·유입 원인 분석’과 ‘외국인 여성 성매매에 대한 한국 남성의 태도 분석’ 등으로 구성됐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로 서울, 경기 의정부·동두천·안양, 부산, 경남 창원, 전북 군산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 195명(구 소련 89명, 필리핀 106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 90.9%가 E-6비자를 받아 입국했으며 ‘관광 또는 단기 방문’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은 8.0%에 불과했다. 이들 중 66.8%는 한국에서 공연예술인으로 활동할 것으로 믿고 오디션을 거쳐 입국한 반면, 32.2%는 오디션은 보지도 않은 채 한국에 와서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고용주는 누구냐”란 질문에 외국인 여성의 76.6%가 ‘매니저’라고 응답했으며 ‘업소주인’이란 응답은 23.4%로 나타나 매니저가 대부분의 외국인 여성의 현재 고용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여성들은 합법적 통로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지만 고용체계 문제 때문에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고용인의 강요로 외국인 여성들은 전국적으로 이동하며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소련 여성들은 한국인을 주고객으로 하는 반면 필리핀 여성들은 미군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들은 평균 하루 1회 성매매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외국인 여성들은 대부분 저녁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휴일 없이 일하고 있으며 유흥업소에 취업중인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78만4700원이었다.

이는 국내 이주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인 99만5000원보다 20만원 정도 낮은 것이다. 국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필리핀 여성의 92.1%, 구소련 여성의 66.7%가 공장 노동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여성들은 업소주인이나 한국인 매니저, 웨이터 등에게 신체, 언어, 성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중 언어 폭력을 가장 많이 경험했다고 답했다. 외국인 여성들은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명령을 하는 한국인들이 자신들을 인간이 아닌 동물로 여긴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설동훈 교수는 “성매매 이주 여성들은 실제 자기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규모를 전혀 알지 못하고, 매니저 등이 몇 퍼센트의 이익금을 취하는 지도 알 수 없다”면서 “국내 성매매 피해여성들처럼 음주, 지각, 남자친구, 핸드폰 사용 등이 벌칙으로 적용돼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8.8%에 불과하고 가입된 사실을 알더라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응답자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10명 중 1명 꼴로 임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임신 경험이 있는 16명 중 출산한 적이 있는 여성은 임신 경험자의 31.3%인 5명에 달했다.

성적 학대를 강요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한국인 고객한테 강요받은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의 65.2%가 한국인 고객으로부터 성적 서비스를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토론에 참가한 서울대 조국 교수는 “현행법으로 보장된 외국인 성매매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성매매여성들의 지속적인 정보제공과 보호·구제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성매매여성들의 권리 및 구제절차 등이 각국 언어로 명기된 책자를 업소에 배치하고 이를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강실 여성연합 공동대표는 “국무총리 산하에 ‘성매매방지추진단’을 두고 실무적인 역할을 여성부가 맡아 정부의 성매매근절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외국인 여성 성매매 피해 방지 대책으로 ▲예술흥행사증 발급체계 개선 ▲근로자 파견식의 연예인 고용관행 개선 ▲유흥업 종사 외국인 여성의 근로감독 체계 개선 ▲기지촌 클럽의 영업방식 개선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의 확충을 통한 인신매매 피해여성의 보호 ▲한국인의 해외 성매매·인신매매 등 범죄 행위에 대한 형사 관할권의 확대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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