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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특정 신문과 정당을 반대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총학생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침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유권자운동 관련 회의를 하고 있었다.

총학생회장 서원희(국문4), 김희선(국문3), 박윤희(화학2), 배혜정(영문4)씨 등이 회의를 진행하고, 몇몇 학생들은 관련 서류를 찾고 출력하느라 분주했다. 서원희 학생회장의 말을 다른 학생들이 경청했다.

“16대 총선 20대 투표율이 35% 미만이었어요. 전체 60%에 못 미치는 수치죠. 우리가 모인 첫 번째 목적은 투표율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고 있었다. 여학생들의 투표율을 높여 대학생들이 요구하는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젊은 정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대의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 문제는 어떻게 투표율을 높이는가에 달려 있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각 당의 20대 후보자들, 20대가 없으면 가장 젊은 후보자를 초청해 토론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각 당은 젊은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 반기고 있어요. 그런데 한 정당에 질의서를 보냈더니 ‘너무 어려워 도대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청년실업에 관한 일반적인 질의였는데 말이죠(일동 폭소).”

서 학생회장의 말인즉슨, 각 당이 젊은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지만, 일부 보수정당의 후보자는 정작 젊은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한바탕 웃고 나서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정치인과 취중진담·플래시몹 등 반짝 아이디어

다시 학생들은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꿀 수 있는 그들만의 ‘코드’와 ‘정서’가 있지 않을까. 정치인과 ‘취중진담‘을 나누는 ‘일일호프’와 정치 관련 주제의 ‘플래시몹(flashmob·특정 시간, 특정 장소를 정해 다수가 특정한 행동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을 서 학생회장이 제안하자 다른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가 잠시 중단됐다. KBS에서 등록금 동결 투쟁에 관한 취재를 나왔기 때문이다. 학생회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나머지 학생들끼리 회의를 속개했다. 여러 학내 문제들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학생들은 집중해서 회의에 임했다.

학생들은 총선대학생연대와 보조를 맞춘 유권자운동을 진행함과 동시에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활동할 예정이었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며 진보적인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젊은 유권자 10만인 서명운동’도 계획하고 있었다.

문제는 일정이었다. 총선을 한달 가량 앞두고 일정이 빡빡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열할 것인가. 학사일정을 고려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학생들은 저마다 달력을 들춰보며 고심했다. 달력 끝 부분에 손때가 거뭇하게 배어 있었다.

학우들 참여 독려 캠페인

ⓒ 우먼타임스
학생회장이 다시 회의에 합석했다. 한 학생이 부재자투표를 언급하자 성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대학 내 부재자투표를 가로막는 관료주의적인 관례와 보수정당의 정략적 행위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 학생이 “1학년 대부분이 투표권이 없고, 심지어 3학년인데도 선거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자 너도나도 투표연령을 만19세 미만으로 변경하지 않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래서 학생들은 만19세 미만 학생 대상 모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것이 “투표연령 하향조정을 반대한 정당이 어디인지 밝힐 수 있는 증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회의가 계속되고 학생들이 달력을 넘기는 횟수가 잦아졌다. 머리를 싸매고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를 배열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들만의 내용을 그들만의 방식대로 풀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3시간 남짓한 회의에 동참한 후 총학생회실을 나왔다. 교정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일반’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싶었다. 열댓 명의 학생들에게 선거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절반은 무관심이었다. 손사래를 치면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머지 절반은 정치권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선거참여를 이끌 수 있는 학생회의 ‘기발한’ 프로그램을 부탁하는 학생들도 간혹 있었다.

그렇듯 ‘일반’학생들은 선거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였다는 점을 덕성여대 총학생회가 증명해주기를 바라면서 교정을 빠져나왔다. 학교 앞 북한산의 모습이 황사에 가려 보일 듯 보이지 않았다.

“구태의연한 정치 설자리 없게 만들어야”
[인터뷰] 서원희 덕성여대 총학생회장

“청년실업 등 대학생들이 떠안고 있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많은 여대생들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총선대학생연대에 참여하면서 유권자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서원희(국문4)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의 말이다. 청년실업, 등록금 인상, 대학서열화, 이공계 기피 현상 등 학내외의 문제는 정치권의 개혁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

“구태의연한 정치가 설자리가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여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물론, 막무가내로 참여를 부르짖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할 터. 서 학생회장도 그 점을 가장 고심하고 있다.

“이제 시작단계라 많이 부족해요. 하지만 1인2표제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 현실을 그대로 둘 수만은 없습니다. 많이 알리는 방법밖에 없어요. 좀더 재미있게 알려야겠지요. ‘축제’ 같은 분위기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서 학생회장은 여학생은 물론이고 모든 여성의 참여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변한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통한 정치세력화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도 절감하고 있다.

“분위기가 좋잖아요(웃음). ‘이제는’ 해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여성정치스타가 많이 나오는 것도 좋고. 여러 객관적인 정황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러한 ‘정황’을 ‘현실’로 만드는 것도 결국 여성 유권자의 힘에 달려 있을 것이다. / 우먼타임스 최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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